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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슬렁슬렁 주말걸봉: 천안역 - 조치원역

댓글 21 추천 7 리트윗 0 조회 704 2013.04.25 08:23

패륜아조의 항소심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일임에도 여전히 법정에 발 디딜 틈 없이 찾아와

님을 지켜주셨거나 댓글과 문자로 응원해 주신 노무현재단 회원님들을 비롯해

걸봉 군자금을 쾌척해 주신 야전지휘관 좌파님, 한미모 붕어빵2님,

수주븐 범 바이칼호수님, 주학(酒學) 거두 설송님,

똑소리 달성댁님께 졸필의 걸봉 후기를 바칩니다.

 

여섯 번째 주말 나들이다. 이번에는 토·일요일을 걸어보기로 했다. 4주기 5월 23일에 맞추려는데 토요일 또는 일요일 하루만 슬렁대면 사흘이 부족하기에. 23일 코스는 천안역 - 소정리역 - 전의역 -  (폐쇄된) 전동역 -  서창역 - 조치원역 (31.0km). 24일 코스는  신탄진역 - (폐쇄된) 내판역 -  부강역 -  신탄진역 (24.7km).

 

 

길거리에서 만날 수도 있는 친구들을 위해 약간의 선물을 준비했다. 낚시가 취미도 아닌 사람이 과연 몇 명의 회원을 낚을 수 있을까 회의가 크나 달랑 나막신에 천조각만 두르고 떠나는 사도들의 믿음에는 아직 미치지 못 하잖나, 격려 하면서. 지금부터 주말 부지런은 필수. 천안까지 기차로 이동. 전철도 가나 시간이 두 배나 걸리는데다 세 번이나 갈아타는 수고는 슬렁슬렁에 포함되지 않는다. 차창 화면에서 뒤로 달려가는 역사 이름들을 보고 있자니 앞선 다섯 번의 걸봉과정에서 만났던 거리의 모습들이 순간순간 뇌리를 스친다. 세류, 병점, 세마, 진위, 서정리 ... 평소 관심이나 있었던가.

 

 

천안역 08:30 도착. 승객들이 출구로 빠져나간 역사 안에서 발목, 장단지, 무릎, 허벅지, 허리, 팔, 목, 뇌 순으로 하나 둘 셋 넷 ... 둘 둘 셋 넷 ... 몸을 풀었다. 딸내미가 사준 선크림을 얼굴에 도배하고 선글라스를 착용하니 완전히 Man in Black. 1번 출구로 나가 오늘의 첫 이정표 원성동 성당을 찾아 나서려는데 먼저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님이 맞아주신다. 이 '원조'는 천안을 벗어난 뒤까지도 다양한 브랜드로 눈에 띄었다.

 

 

함부로 칠 수 없다고 경고하는 천안시민의 종. 미처 생각하지 못 했던 오룡동 성당이 먼저 눈에 띄었다. 찾아가야 하는 성당보다 드러난 교회가 우선이다.

 

 

천주교 프랜차이즈 교회는 레시피와 메뉴가 동일하다. 내일 부활절을 맞아 십자가 고상에 천이 드리워져 있다. 예수는 없고 부활에 대한 염원만 있다. 간단한 기도 ...

 

 

지도 메모가 불충하고 기억력에 한계가 있어 그만 길을 반대방향으로 잡았다. 다행히 그림자가 위치가 계속 눈앞에 나타나는지라 방향을 바로잡을 수가 있었다. 혹시나 해서 파출소에 들어가 천안IC 방향을 확인했는데 근무중이던 경찰관 네댓 명이 모두 나와 한마디씩 하시는 바람에 잠시 당황했다. 역쉬 기도빨 ~

 

 

천안삼거리 못 미쳐 천안박물관. 상당수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만세도 아니고 십자가도 아닌 이상한 조형물을 조금 지나니

 

 

천안원삼거리주막이 나온다. 술상을 받고 있는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밀랍으로 꾸며져 있었다. 천안삼거리를 신호등 지시를 받아 지나면 대학교 광고탑이 나온다. 학생들을 위한 제도가 대형마트 판촉세일처럼 3+1도 있고 2+2도 있다. 그러나 이 광고판 뒤부터 1번 국도는 3-1이다.

 

 

오른쪽 사진을 지나면 왼쪽 사진의 풍경이 전개된다. 보행자 도로의 실종. 고양이 사체 등 다양한 쓰레기가 널려 있다. 원조 호두과자점은 또 나오지만 보도는 안 나오다가

 

 

이 길에서 좌회전해서 폐수처리공장을 지나는 길이 1번 국도 우회로이다. 이런 식으로 국도를 가운데에 놓고 지방도와 논길이 지그재그식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길을 타고 논 가운데 시멘트 길을 타다 보니

 

 

고즈넉한 소정리역이 나오고

 

 

그 이후로는 좌철도 우국도의 연속이다. 적어도 내일까지의 고정 패턴이어야 했다.

 

 

흉한 상처를 안고 야수와 같은 모습으로 그로테스크하게 살아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저 멀리 전동역 뒤통수 위치를 짐작하고 들꽃님에게 도착 보고를 했다. 오늘 만나 두 시간을 함께 걷기로 하셨는데 전의역에서 전화를 주면 전동역으로 나와 조치원역까지 걸을 예정이었다. 하루 일정의 반을 소화했고 약속전화도 드렸다는 안도감은 나를 동남쪽이 아닌 서남쪽으로 인도하였다.

 

 

얼마나 걸었을까. 문득 좌철도 우국도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오붓한 일차선 도로 위를 걷고 있었다. 다양한 욕설로 자학하면서 시내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운행지도를 살펴보니 그랬다. 정차해 있는 택배 사장님의 훈수에 따르면 전동역까지 가려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 4차선 도로에서 우로 꺽어 가면 된다고 자상하게 알려주신다. 거리가 무려 17킬로, 적어도 3시간 거리이다. 택시를 타고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을 때 지역 토박이 인 듯 한 사내가 사진 뒤쪽의 산을 타고 넘으면 지름길이 있다고 알려준다. 앞으로 약속시간까지는 1시간 반이 남았다. 산을 넘기로 결정.

 

 

저 멀리 마을이 보이는 곳에서 이렇게 올라왔다. 오늘은 부활절 전날. 씩씩 ...

 

 

정상에 도립기념물이 있다는 안내판이 나온다. 연기이성(燕岐李城)? 연기군은 알겠는데, 이성은 뭘까? 쓸데없는, 그것도 할 일이 태산 같은 중차대한 시기의 호기심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여튼 '연기이성은 연기군 전동면의 이성산 정상부를 둘러쌓아 만든 산성이다. 성안에 남아 있는 많은 기와 조각들로 볼 때 백제 말기에 쌓은 성을 계속 보수한 것으로 추측된다. 전해지는 설에 의하면 전의 이씨 시조이며, 고려 태사를 지낸 이도가 성을 쌓고 살던 곳이어서 ‘이성’이라고 한다. <삼국사기 잡지 지리조>를 보면 남부여의 동부전선을 북부지역인 대목악군(지금의 천안시 목천읍), 서원(청주시), 일모산군(청원군 문의면 일대), 미곡현(보은군 회인면 일대)로 나눌 수 있다. 이 때, 연기이성은 금이성과 함께 대목악군과 서원 사이의 미호천 지류를 따라 공격해 오는 적들을 방어했다'고 한다. 좌우 사진에서 돌무더기가 보이는가? 백제인의 손길이 느껴지는가? 하나도 안 느껴졌다.

  

 

위에서 두 번째 능선의 산을 넘어야 되기에.

 

 

개미고개삼거리다. 들꽃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진즉에 도착했는데 언제 오시냐고 묻는다. 한두 방울 떨어지는 빗속에서 2.5km 남았으니 30분만 기다리시라 대답했다. 방금 지나온 고개 밑에 있는 건축자재 경비원에게서 들은 정보에 따르면 말이다.

 

 

오늘 4월 1일은 만우절이기도 하지만, 유관순의 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열사께서 충남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시위를 주도한 지 94주년이 되는 날이다. 1919년 4월 1일은 음력으로 기미년 3월 1일이었다.

 

세마역 근처에서 만났던 찾는 이 없는 유엔군 초전기념관부터 시작해서 여러 곳에서 한국전쟁을 기념하는 비석과 기념물들이 즐비했고 또 만들어지고 있었다. 지방 정치인들의 시류(時流)감각에 경의를 표한다. 이제 비는 바람을 동반하여 걷는 게 힘들고 고어텍스가 본분을 다하기가 버거울 정도다. 분명히 화창한 오늘 날씨를 확인하고 왔는데 이게 뭔 뭐냐면서 투덜대고 걷다가 주유소에서 다시 전동역 위치를 확인했다. 아직도 30분 정도만 더 걸어야 된단다. 죽고 싶은 마음으로 들꽃님께 전화를 드려 묵주기도 5단만 더 돌리고 계시라 부탁했다.

 

 

문이 잠겨져 있는 전동역이다. 봉하 도착해도 이 만큼 기쁠까. 나오신 분도 오늘 비가 오시리라 짐작을 못해 가볍게 입고 나오셨는데 추위에 사색이 되어 있었다(고 느꼈다). 역도 폐사라 1시간 훨씬 넘게 길가 가게에서 기다리고 계셨던 것. 비는 그치지 않아 할 수 없이 조치원역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또 한 분이 나의 걸봉을 응원하러 오신다기에.

 

 

 

16시 10분 정도에 조치원역에 도착했다. 역 앞에 전시된 홍익대학교 조치원캠퍼스의 작품이다. 강철로 된 여인이 온 몸에서 기를 내뿜으며 날아가는 형상이다. 鳥致院이란 마을 이름은 읍을 가로지르는 조천(鳥川) + 띠풀언덕이라는 의미의 저치(苧峙) +시장과 관영숙박시설인 원(院)에서 유래한 것으로 짐작한단다. 오늘의 걷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산 넘고 빗속을 헤치며 뛰다시피 헐레벌떡 달려왔던 어수선한 나의 감정을 차분하게 표현한 작품이리라. 천안에서 또 일부러 찾아온 지역발전님과 셋은 역에서 택시를 1만원 어치 타고 한 음식점에 도착했다. 푸짐했던 상차림 사진은 생략한다. 부활절 전야 아닌가. 3인의 만남에서 끝없이 오가는 덕담 속에서 또 한 분의 부활을 간절히 기도하였다. 적어도 우리끼린 모두 에이급.

 


누적 31.0km/135.2km  비공식 누적 152.2km

(비공식 누적이라 쓰고 '에구, 화상아'라고 읽는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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