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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30 07:53
40이 넘은 나이라 그런지 저에게 통일은 '꿈에도 소원은 통일' 정도는 아니지만, 늘 가슴 한 켠에 설마 내가 죽기 전 까지는 통일 될 거라는 막연한 동경심이 항상 존재하고 있는 희망입니다.
그러나 통일이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정치블로거로 살면서 더 많이 느껴질 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월급을 전액 기부하겠다는 '통일 항아리'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단순한 생각인지 고민해봤습니다.
'독일식 흡수통일이 한반도에도 이루어질까?'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1961년으로 부터 26년이 지난 1987년,서독주민 중 통일이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겨우 10%였습니다. 모두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소련의 고르바쵸프가 만든 개혁과 개방은 동유럽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쳤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이듬해인 1990년 동독과 서독은 통일됐습니다.
이런 이야기만 들으면 독일의 통일이 한반도에도 순식간에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단순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이렇게 통일이 되면 꿈만 같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독일과 한반도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그것은 지형적인 이유가 첫 번째입니다.
독일은 근본적으로 유럽에 속한 작은 나라입니다. 유럽을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한국에서 차 타고 몇 시간 지방 내려가는 것처럼 쉽게 유럽의 각 나라를 갈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옆에 국가의 영향도 쉽게 받는다는 이야깁니다.
통일 독일이 이루어지기 직전, 동유럽은 자유에 대한 열망이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동독을 비롯한 폴란드,체코슬라비키아,루마니아.헝가리등이 공산당이 몰락하고, 노동계급국가라는 명시가 삭제되는 등의 공산주의 자체의 붕괴가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상황이 미-소의 화해 분위기를 통해 굳이 독일의 통일을 막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상황은 다릅니다. 유럽의 여러 국가와 다르게 한반도는 철저히 강대국들의 정치적 논란의 싸움터입니다. 물론 북한의 공산주의 이념은 붕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지역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완전 붕괴하여야만 흡수통일이 이루어질 것인데, 지금 미국을 위협하는 강자로 떠오른 중국은 절대로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한반도를 넘겨주면 국제 정치의 지각변동이 벌어지는데, 중국이 가만히 앉아서 당할 나라가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흡수통일'을 전제로 통일세니 통일항아리를 운운하지만, 북한의 붕괴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단지, 북한을 다스리는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만 변할 뿐입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통일항아리 논란은 통일에 대한 개념조차 못 잡고 나오는 말뿐입니다.
'통일비용, 무엇이 두려운가?'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세'와 '통일항아리' 논란 속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을 갖기 위해서 했던 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때문에 이전보다 통일이 불가능하거나 관심이 없다고 응답하는 비율은 더 높아져 버렸습니다.
그의 말 한마디가 오히려 통일에 대한 반감만 높인 꼴이 됐습니다.
우리는 독일식 흡수통일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의 통일이기에 서독의 통일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들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메셰르의 말에 담긴 의미입니다. 단순한 수치상으로 비용만 생각하기보다 그 이후에 우리에게 다가올 기회와 성장을 생각하고, 이익도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계산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권은 통일에 대한 개념부터 잘못 잡은 탓에 정확한 통일비용은 나오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무조건 막대한 돈이 든다고만 하니 오히려 사람들은 반감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통일의 걸림돌은 과연 누구일까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부자로 이어지는 인물들이 아닙니다. 진짜 그들이 문제였다면 김일성과 김정은이 죽으면서 북한이 붕괴하고 통일이 이루어져야 당연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북한과의 대화는 단절됐고, 전쟁의 위협과 도발의 강도는 점점 높아만 갔습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가리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주장했던 보수세력들은 통일을 위해 나아갔던 10년을 무너뜨렸다는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으면서도 통일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퍼주기 정책이라고 무조건 폄하하는 이들은 과연 통일을 위해 무엇을 했을까요? 그냥 공산당을 때려 부수면 된다는 1차원적이면서 전근대적인 가치관으로 2012년 외교,안보,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깨달을수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