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준석 비대위원이 7일 목이 잘린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사진이 담긴 만화 패러디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말썽이 됐다. 논란이 일자 이 비대위원은 서둘러 이를 삭제하였고 또 문 고문에 대해 사과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논란은 쉬
가라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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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이 된 ‘문재인 목잘림’ 만화의 일부 | 20대 후반인 이 비대위원이 비록 나이가
많지는 않다고 하나 그는 엄연히 집권 여당의 지도부의 일원이다. 그런 이유로 이 비대위원은 나이나 그간의 성과에 비해 과도하게 사회적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 만큼 이 비대위원은 책임 있는 행동도 요구됐다.
문제의 ‘목 잘린 사진’ 게재(링크)와 관련해 이 비대위원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실수로 올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네티즌이 본지에 제보한 이 비대위원의 트위터 멘션(현재 삭제됨)에 따르면, 이 비대위원의 해명과 달리 모르고 올린 것이 아니라 알고서
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 비대위원은 거짓해명을 한 셈이다.
당일 아침 이 비대위원은 일단은 전화로, 또 그 다음엔 부산서 비행기로 상경하는 문 고문을 김포공항까지 나가서
만나 다시 정식으로 사과했다. 현장에서 취재한 기자들의 보도에 따르면, 문 고문은 웃으면서 악수를 하며 이 비대위원의 사과를 받아주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비대위원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그치지 않자 문 고문은 이튿날(8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준석 군은 제게 성의 있게 사과했고, 저는 사과를 받아들였습니다. 실수였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라며 “이준석군이 그만 비난받길 바랍니다”라고
선처(?)를 배려했다.
그러면 이걸로 이번 사태는 마무리되는 것인가? 10일 오전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앞서 8일 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렇게 흉악하고, 예의 없고, 적개심으로 가득한 것이 ‘박근혜 키즈’들의 정신세계라는 사실에
경악스럽다”고 지적하고는 “이 비대위원의 사퇴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정중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어 “역지사지로 내가 박근혜 위원장을 적장에 비유하고 목을 따겠다는 내용의 말이나 만화를 트위터에
올렸다고 상상해보라”며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어떻게 했겠는가, 어떤 처분을 요구했겠는가”라며 적어도 새누리당 차원의 사과는 있어야 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11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박 위원장이나 새누리당의 사과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박 대변인은 ‘옛날 얘기’ 하나를 꺼내들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7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장의 패러디 사진이 그것이다. 이 사진은 ‘첫비’라는 ID를 가진 네티즌이 영화 ‘해피엔드’의 이미지를 이용해 패러디한 것으로 사진 속의 박
위원장은 상반신 누드로 침대에 엎드려 있다. 이 패러디물은 원래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조선, 동아의 ‘말바꾸기’를 비판하면서 그 끝에 실린
것으로, 패러디 사진 위를 보면 조-동을 비난하는 문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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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위원장을 성적으로 비하해 논란이 됐던 패러디 | 그런데 패러디 원작자의
본질적인 주장은 온데 간데 없고 말미에 붙은 이 패러디물만 논란으로 떠오른 것이다. 물론 이 패러디물이 박 위원장을 성적으로 비하한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은 청와대가 제작한 것도 아니고, 또 청와대측이 홈페이지에 올린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이 패러디물이 게재되도록 방치한 셈이라며 책임자 문책과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국회 대정부 질의를 통해 정치공세를 펴는가 하면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김현미 대변인도
진상규명과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다. 급기야 청와대는 청와대 홈페이지 담당자인 당시 안영배 국정홍보비서관과 담당 행정요원 등 2명을 직위해제
시켰다. 책임문제는 비단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과 이해찬 총리가 결국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10일 논평에서 박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2004년 패러디 사건에 대해 했던 말을 보면 성적 폄훼논란을 넘어서
참수 만화를 올린 것에 비해 어떤 것을 더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라고 묻고는 “대정부 질문에서 민생의제를 제쳐두고 이 문제를 정치
문제화할 생각은 없지만 최소한 똑같은 잣대와 동일한 기준으로 국민들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박근혜 위원장과 새누리당이 가져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박 대변인은 “박근혜 위원장이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 그리고 이준석 비대위원은 사퇴와 자정의 모습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고 밝히고는 “새누리당은 2004년 패러디 사건 때와 똑같은 기준과 잣대로 공당의 책임 있는 태도를 가져줄 것을, 그리고 기본
양식을 회복할 것을 요구한다.”고 논평을 끝맺었다. 박근혜 위원장과 새누리당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두고 볼 일이다.
다음은 이번 건과 관련한 박용진 대변인의 10일 ‘논평’ 전문이다.
이준석 비대위원 참수 만화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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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 | 2004년 7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한 장의 패러디 사진이
올랐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네티즌이 영화 ‘해피엔드’의 이미지를 이용해 박근혜 대표를 패러디한 사진이 올랐다.
이로 인해 난리가 났다. 안영배 국정홍보 비서관과 담당 행정요원 등 2명이 직위 해제됐다. 한 네티즌이 청와대
홈피에 올린 패러디 사진 때문에 비서관이 직위 해제됐고 이병완 홍보수석과 이해찬 총리가 사과했다.
한나라당은 전 최고위원, 당대표 후보들이 나서서 집중적으로 정부의 부도덕성을 질타하고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숱한 민생의제를 제쳐두고 국회 대정부질의를 통해서 총리와 장관을 대상으로 공치공세를 전면화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도 진상규명과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의 책임의식은 왜 그때와 다른가.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의 책임의식은 참여정부의 그것과는
다른가. 왜 늘 새누리당과 그 세력의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일은 그럴 수 있는 일로 치부되고, 민주·진보진영의 작은 실수는 침소봉대되고 끝없는
책임추궁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새누리당이 2004년 패러디 사건에 대해 했던 말을 보면 성적 폄훼논란을 넘어서 참수 만화를 올린 것에 비해 어떤
것을 더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대정부 질문에서 민생의제를 제쳐두고 이 문제를 정치 문제화할 생각은 없지만 최소한 똑같은 잣대와 동일한
기준으로 국민들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박근혜 위원장과 새누리당이 가져주길 바란다.
이준석 비대위원에게 개인적으로 충고한다. 이준석 위원과 방송을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대화를 나눠본 사이에 서운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20대에 정치를 시작한 젊은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진심으로 충고한다.
5월 15일이 지나면 비대위 임기가 끝나고 불명예스러운 중도사퇴는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5월 15일이
지나면 이준석이라는 젊은 정치인이 자신의 실수에 대해 담담하게 책임지는 정치적 기회는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임을 알아야한다. 지금 잠깐의
책임모면을 위해 침묵할 것이 아니라 오래 살 길을 택하길 충고한다.
박근혜 위원장이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 그리고 이준석 비대위원은 사퇴와 자정의 모습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새누리당은 2004년 패러디 사건 때와 똑같은 기준과 잣대로 공당의 책임 있는 태도를 가져줄 것을, 그리고 기본 양식을 회복할 것을
요구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