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4
불법사찰 은폐·축소…13일은 '검찰 사망의 날'
■ 모든 신문들 사설에서 검찰 일제히 비난..‘사즉생 각오로 수사하겠다더니’
■ <경향> “청와대가 언론에 ‘참여정부 사례도 다뤄달라’전화 걸었다”
■ <한겨레>‘절대 그냥 넘길 수 없는 일’..특검·국정조사·청문회 거론
6월 13일은 길이길이 ‘검찰 사망의 날’로 기록될 것 같다. 검찰이 3개월간의 재수사 끝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몸통’이라고 밝히며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결과를 발표한 날이다.
14일자 8개 조간신문들은 진보·중도·보수를 막론하고 일제히 사설을 통해 검찰의 수사를 비판했다.
“엉터리 수사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뒤 뒤늦게 재수사를 했음에도 사실상 박영준·이영호씨가 몸통이라는 취지의 결론을 내놓았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한겨레신문)
“사즉생의 각오로 수사하겠다던 검찰은 파이시티 사건으로 이미 수감 중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추가 기소하는 등 5명을 재판에 넘기는 선에서 수사를 종결했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수사요, 총체적인 부실 수사이다” (경향신문)
“어제 발표된 검찰의 수사 결과를 보면 무엇이 ‘사즉생’인지, 진정 목숨을 걸겠다는 결의로 조사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일보)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검찰의 수사 의지가 의심스럽다. 제대로 된 수사라고 할 수 없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윗선 자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만하다” (동아일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3개월간 수사했다는 결과가 고작 이 정도라니 어이가 없다. 검찰은 도대체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기에 삼척동자가 보기에도 수준 미달인 이런 수사결과를 내놓는가” (한국일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 운운했지만, 결국 주요 의혹을 속시원히 털어내지 못한 검찰은 국민적 비난과 비판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서울신문)
“모든 사찰이나 정보는 ‘사용자’에게 보고된다. 통상 국가정보원의 정보 수집·분석의 최종 사용자는 대통령이다. 조계종 승려의 계좌까지 추적하는 등 대한민국을 뒤흔든 불법 사찰정보 역시 사용자가 있게 마련이다. 일개 차관급이 위험천만한 불법 사찰정보의 사용자일 수는 없다. 소가 웃는다” (세계일보)
“이번 사건은 총리실 부속 기관이 사법부 대표인 대법원장까지 뒷조사를 했던 국기(國紀) 문란 사건이다. 그런데도 검찰의 1차 수사는 국민에게 낙제점을 받았다. 90일간의 2차 수사도 국민 불신만 키웠다. 이런 검찰이 지키는 나라가 안전할 수 있을까” (조선일보)
검찰의 꼼수와 줄서기 ‘눈살’
검찰은 이런 와중에서도 수사결과 발표에서 참여정부시절의 ‘적법한’ 감찰 사례를 이명박 정부의 불법 민간인사찰 수사결과에 끼워 넣는 등 ‘물타기’를 시도해 비난을 자초했다.
경향신문은 이 날자 <검찰, 참여정부 감찰 사례 끼워 넣어 ‘물타기’ 시도 의혹>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신문은 “검찰이 참여정부 불법사찰 사례를 조사한 것은 외견상 고발 사건 수사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이 발표한 참여정부 시절 직권남용 사례 중 상당수는 공직자를 감찰하는 통상적인 활동 범위 안에 들어가는 부분이다.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과는 행위 자체가 다르다. 이날 발표의 순수성을 의심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 역시 <사찰 피해, MB정부는 익명 참여정부는 실명공개>란 제하의 기사에서 “이명박 정부 때 벌어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의 사찰 사례는 피해자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구체적인 내용은 쏙 뺀 반면, 참여정부 등 과거 정부가 운영한 조사심의관실(심의관실)의 사찰 내용은 일시와 내용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놨다”면서 “수사 발표에서 현 정부의 비위 사실은 되도록 줄이고 과거 정부 때 일은 적극 알려 ‘물타기’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적시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청와대, 일부 언론에 전화 “사찰 수사 발표에 노 정부 사례 나올 것… 비중 있게 다뤄달라>는 제하의 단독 기사를 통해 검찰 수사 발표 내용을 사전에 입수한 청와대가 물타기를 주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신문에 따르면 “청와대가 13일 검찰의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 발표 직전 일부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현 정부뿐 아니라) 참여정부도 민간인을 사찰한 게 나올 테니 (현 정권의 불법사찰 내용과) 균형 있게 다뤄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신문은 한 언론사 기자의 말을 인용해 “회사에서 ‘청와대 부탁이 있으니 참여정부의 불법사찰 사례도 잘 챙겨봐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청와대가 아직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언론보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라면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물타기 행태에 대한 비판 이외에도 한겨레신문은 검찰의 ‘줄서기’ 행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한겨레신문은 이 날자 <불법사찰 은폐·축소 수사한 검찰을 수사해야>란 제하의 사설에서 “(검찰이) 입법제안이라며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총선 전 제안해놓은 민간인사찰 방지법을 다시 들고 나온 대목에 이르면 역겨운 ‘줄서기’의 냄새마저 진동한다”고 고강도로 비판했다.
특히 한겨레신문은 이 날자 김종구 논설위원의 칼럼 <범죄의 대통령, 대통령의 범죄>에서 “검찰이 지금 시점에서 고민하는 문제는 어떤 권력한테 꼬리를 흔들 것이냐다. 현재는 당대 권력과 미래 권력 간의 힘의 균형이 전이되는 미묘한 시기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양쪽의 이해관계는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현 정권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지 않는 것이 미래 권력한테도 유리하다는 데 양쪽은 의견을 함께한다. 초록은 동색이며,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고,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는 서로 의지하는 법이다. 그러니 해묵은 현안들을 몽땅 창고떨이로 정리해주는 일쯤이야 검찰로서는 누워서 식은 죽 먹기다”라고 신랄한 지적을 아끼지 않았다.
특검·국정조사·청문회 등 후폭풍 자초한 검찰 재수사
검찰의 물타기, 줄서기 부실 재수사는 단순하게 비난과 비판만 받고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조간신문들은 검찰수사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특검이나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신문들의 이같은 분위기는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친정권신문인 동아일보도 이 날자 사설 <특검·國調 자초하는 검찰의 눈치 보기 수사>에서 “여권은 특검을 검토하고 있고 야권은 국정조사(國政調査)와 청문회를 하겠다고 벼른다. 이 역시 검찰이 자초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역시 친정부신문으로 분류되는 중앙일보 역시 <불법사찰, 특검 수사로 진상 밝혀라>는 제하의 이 날자 사설에서 “특검 수사는 실체적 진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밝힐 수 있는 길”이라면서 “이를 위해 수사 능력이 검증되고 중립적인 인사를 특검에 임명해야 한다. 특검에서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을 때 국정조사 등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순리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도 사설 <민간인 불법 사찰의 ‘몸통’ 못 밝힌 검찰>에서 “검찰이 얼마 전 발표한 내곡동 사저 특혜 관련 수사 결과는 면죄부용 비난을 자초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재수사 결과마저 그렇다면 검찰의 신뢰는 바닥이다.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특검이나 국정조사 앞에 붉은 주단만 깔아준 셈이다”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경향신문은 한걸음 더 나아가 “검찰 발표에 따르면 불법사찰 보고체계의 윗선은 박영준 전 차관, 증거인멸의 윗선은 ‘내가 몸통’이라고 주장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된다. 권재진 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은 이러한 수사결과를 믿으라는 것인가. 국회는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열어 뻔뻔하고 무능한 두 사람을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 (사설 <권재진 법무·한상대 총장, 국회 증언대 세워야>)며 권재진-한상대 라인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겨레신문은 이 날자 사설 <불법사찰 은폐·축소 수사한 검찰을 수사해야>에서 “검찰의 은폐·축소 문제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고 따졌다.
“1차 수사 때 불법사찰 관련 문건을 확보해놓고도 수사하지 않은 데 대해 신경식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증거가 부족해 보이거나 근거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2차 수사를 통해 ‘ㅌ개발 관련 울산시 공무원 감찰 사건’ 등 3건의 불법행위가 확인됐다. 실세인 박영준 전 차관을 의도적으로 비켜간 것이라면 형사처벌감이다. 검찰 고위층은 물론이거니와, 최종석 전 행정관의 로그기록도 보지 못한 채 소환수사 대신 호텔에서 조사하게 한 검찰 간부, 이 과정에서 김진모 민정2비서관과 통화했다는 검사도 은폐·축소의 공범이다.
이번 재수사 과정에서 진 전 과장을 장 전 주무관의 폭로 보름 만에 뒤늦게 소환하고, 류 전 관리관도 늑장 소환해 결과적으로 입을 맞출 시간을 준 검사들도 마찬가지다.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검찰의 은폐·축소 책임도 철저히 따져 물어야 한다”
단순히 특검이나 청문회 국정조사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은폐 축소수사를 주도한 검사들에 대해서도 그 죄를 따져서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브리핑팀/서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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