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7
호미든관음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노랗게 핀 꽃 한송이에 대해 문 이사장이 엎드려 관심을 보이자 모두들 둘러쌌다. 그리고는 꽃이름을 놓고 작은 논쟁을 벌였다. 생태해설사가 쑥부쟁이과 식물이라 했지만 한 분이 '대통령님 꽃'이라고 덕담을 건네자 모두 한바탕 웃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땀으로 조성된 생태연못을 지나 정자에 앉아 진영단감과 봉하 막걸리로 휴식을 취했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봉하의 바뀐 풍경을 둘러봤다. 평범한 작은 시골마을이 이젠 활기차고 아름다운 생태마을로 변했다. 무엇이 가져온 변화일까. 이런 모습이 '노공이산'의 꿈이었던가.
대화마당 “민주주의는 분열로 통합하는 기술”
저녁을 먹고 '추모의 집'에 모였다. 고등학생 설화님, 윤하님, 유영님도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다시 보니 이런 캠프가 있을까 싶다. 칠순부터 네 살배기 아이까지 참가해 1박을 보내는 캠프는 봉하캠프 밖에는 없을 것 같다. 각자 소개를 하고 재단의 주요사업 계획을 진지하게 경청했다. 이어 민주주의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열망이 그대로 담겨 있는 영상을 보았다.
“민주주의는 통합의 기술입니다. 민주주의는 분열과 투쟁으로 통합을 이루는 제도입니다. 이 모순된 애기에 묘미가 있는 것입니다. 절대주의 또는 전제왕권 시대는 반대를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죽고 죽이는 반란이 일어나고 혁명이 일어나고 전쟁을 하고 해서 공존을 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결국 궁극적으로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반면에 민주주의는 분열하지만 분열해서 규칙에 따라 싸우고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 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분열로서 통합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 중)
캠프에 참여한 분들 가운데도 서거 이후 대통령님 철학과 가치 또는 매력을 알게 된 분들이 많았다. 그만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런 만큼 이날 영상에 대한 호응이 컸다.
조기홍님은 “우리 노 대통령은요. 아무리 어려운 것도 어떻게 쉽게 말씀해야 할지 매일 연구했던 거 같아요. 어째 저리 팍팍 꽂히도록 말씀을 하시는지...” 추모전시관으로 이동했다. 많은 회원들이 유독 대통령님 자전거 앞에 한참이나 서 있었다.
정자마당에 다시 모였다. 봉하막걸리와 돼지고기로 뒤풀이 마당을 열었다. 주제는 ‘사람사는세상’이었다. 방길전님이 특유의 부산사투리 억양으로 “이래사나 저래사나 다 흙일뿐이기라. 사람사는 세상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제의하자 모두 환호했다. 김정호 영농법인 봉하마을 대표가 “내년에는 백미, 흑미, 홍미 다 섞어 만든 ‘사람사는 세상미’를 내놓아야겠다”고 말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그렇게 봉하의 밤은 깊어갔다.
“하루 자니깐 너무 좋네예”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기대를 모았던 가을걷이 행사가 비로 무산되어 마을 청소와 비누만들기, 천연염색 등의 체험활동으로 대체되었다. 특히 콤바인으로 벼베기하는 모습을 보러 왔다는 이경희님 아들의 실망이 대단했다. 입이 삐죽 나왔다. “다음 주 가을걷이 행사에 참여하면 되겠네”라고 말하자 금세 밝아졌다.
마을청소 중 누군가 입을 열었다. “우리 대통령님은 비랑 참 인연이 깊은가봐예. 서거 때도 폭우가 쏟아졌고 1주기 때도 그렇고...”
거리 한쪽에서 사람들이 웅성웅성했다. 들판 넘어 개천에 오리 3마리가 마치 원앙처럼 다정히 모여 있었다. 봉하재단 관계자가 “농사 짓던 오리들은 지금 다 백숙이 되었는데 쟤들은 그 전에 탈출한 거에요. 지금은 백숙 장사가 끝나서 좀더 오래 살겠네.”라고 하자 폭소가 터졌다.
돌아오는 길에 봉하마을의 낙후성에 대해 들었다. “여기가 해발이 수미터 밖에 안됩니다. 물이 하도 들어차서 겨울이면 철새 천국이 되지요. 어쨌든 90년대 중반까지 봉하마을은 3년에 한번 밖에 농사를 못 지었습니다.” 이를 들은 정춘희님은 “우리 대통령님 진짜로 마이 가난했겠네요”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일정을 모두 마쳤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탈 시간이 되었다. 다들 아쉬운 표정이다. 그래도 “그 전에는 봉하에 오면 돌아가기 바빴지만 1박으로 보내는 기회를 얻게 돼 너무 좋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참석자는 “같이 모여 하루 밤을 보내니 덜 힘들고 정신적으로 좀 치유가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참가자들은 "화포천에 철새가 오는 겨울에 꼭 다시 오겠다"며 손을 흔들었다. 설레임과 반가움, 그리움과 아쉬움이 함께 한 역사적인 첫 봉하캠프는 후일을 약속하며 끝났다.
※ 제2회 봉하캠프는 11월 말 열릴 예정입니다. 두 번째 봉하캠프 일시 및 신청대상 등 상세 내용은 별도로 공지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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