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5
많은 이들이 ‘간다’ ‘간다’ 하면서 쉽게 가지 못하는 길 ‘삼청동’ 갤러리 거리. 지난 10일 오전 11시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노무현재단> 회원 30여명이 모였다. <학고재갤러리> 큐레이터 김지연 기획실장의 재능기부로 지난달부터 시작된 ‘갤러리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북악산이 올려다 보이는 삼청동은 많이 늘어난 카페와 방문객들로 예전처럼 운치가 넘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평화롭고 전통이 있고 정감이 가는 약간 허름하면서도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 있다.
가을의 절정인 지금 북창동 은행나무를 따라 걷다 아기자기한 삼청동 한옥마을 골목으로 접어들어 하늘을 보면 뭐라 말하기 힘든 삶의 감동이 샘솟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할퀴어진 상처로 생긴 무력과 스스로 헤어나기 힘든 침잠이 깊을수록 더 그렇다.
“몇 년 만에 하늘을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미술사를 전공한 10년차 베테랑 김지연 실장을 따라 <국제갤러리>에서 독일의 신성 안제임 레일을 만나고, 이어 <학고재갤러리>에서는 작품 소개차 내한한 중국의 대표적 퍼포먼스 아티스트 장환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트렁크갤러리>에서는 오상택의 ‘Citi Romance,' <원앤제이갤러리>에서는 조명 사진작가 김윤호의 작품을 만났다. 김 큐레이터는 ’갤러리투어‘를 “퍼포먼스”라고 압축해 표현했다. 삼청동 거리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회화이자 이 길을 따라 걷는 것 자체가 퍼포먼스란 것이다.
회원들은 <학고재갤러리> 장환의 작품 앞에 한참 머물렀다. 회화, 조각, 설치 미술을 넘나드는 그의 작품들이 발길을 붙잡았다. 개인적이면서도 정치적인 그의 작품은 불교적 가르침을 근간으로 메시지를 던진다. 억압과 통제의 기제를 그는 불교 정서와 작품으로 저항한다. 불상 안면을 쇠가죽으로 형상화한 작품 앞에 멈춘 일행에게 장환은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설명한다.
“보잘 것 없는 짐승(소)의 털을 선택해 권위의 매듭을 풀고 도살장에 바치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신성모독적이다. 부처는 돈, 귀금속, 또는 나무에 새길 수도 있고, 탱화나 벽화로 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쇠가죽을 선택한 것은 관람객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불경함을 만들어 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통제에 맞서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가혹하리만큼 강한 에너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여 그는 동물 가죽과 다 타버린 재를 선택했다. 그의 작품집에 쓰인 작가 소개가 인상적이다. “그의 출현은 스캔들이자 저항의 일격이었고 침입행위였다.”
관람 중 김 실장이 회원들에게 야외 마당으로 나가보라고 권유했다. 호기심에 따라 나가니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라고 손짓했다. “하늘이 너무 예쁘죠.” 그녀가 연출한 퍼포먼스다. 이 때 한 회원이 혼자말로 “정말 몇 년 만에 하늘을 처음 보는 것 같아요.”라고 되뇌었다.
은행나무 낙엽이 서걱서걱 밟히는 길을 따라 오상택의 ‘시티 로망스’ 전을 찾았다. 이 사진전의 키워드는 단연 ‘40대’다. 그는 가장 희망차야 할 우리 시대의 주체인 40대들이 겪는 어려움을 자신의 정체성과 함께 작품에 반영했다. 아들 노릇, 남편 노릇, 아빠 노릇까지 스스로 짊어지고 헉헉거리며 벼랑 끝에 내몰린 40대들의 애환을 도시감성으로 담았다.
‘히말라야k2’님의 눈물
카페와 옷가게가 몰린 북촌5가 거리를 지나 진한 청국장으로 유명한 식당에 들어갔다.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 모두들 담담히 소개를 하는데 재단 행사에 처음 참여한 ‘히말라야k2’님이 울음을 터뜨렸다. “참고 참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워서 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공지를 보고...”란 대목에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나중에 ‘참고 참았던’ 응어리를 털어놨다.
“대통령님이 서거했다는 사실을 여태 인정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한 번도 울지 않았어요. 이를 악물고 울지 않았어요. 그래서 봉하마을도 여태 가지 않았어요.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삼청동 거리를 걷고 갤러리를 감상하니깐 마음이 스르르 녹아 내렸는지 울음이 터지네요. 이번 주말에 어머니를 모시고 언니랑 봉하마을에 가려고 합니다.”
회원 ‘3人’님은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데려왔다. 지난번 갤러리투어가 너무 좋아서 둘째 아들을 설득해 학교를 하루 쉬게 하고 데려왔다는 것. 그는 갤러리투어를 마친 뒤 “아무래도 아들이 한창 움직일 나이에 정적인 미술관람이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날 회원들은 재단 행사라면 충남 아산에서도 먼 길을 마다 않고 오는 ‘집앞공원’님을 문화탐방 반장으로 추대했다. ‘집앞공원’님은 “반장으로 첫 지휘를 하겠다”며 “(뒤풀이비) 1만원 내세요”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한 회원이 웃음기 담은 목소리로 화답했다. “베테랑 큐레이터와 함께 네 군데 갤러리투어를 하고 목살에 청국장까지 배부르게 먹고도 돈 1만원이면 ‘땡’이니, 이게 ‘만원의 행복’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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