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님이 꿈꿨던 ‘사람사는 세상’에는 많은 의미와 가치가 포함되어 있지만, 거기에 담긴 가장 보편적인 정서가 ‘사랑’이라는 걸 떠올려보면 이는 곧 ‘나눔이 일상화 된 세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노무현재단>에 나눔의 손길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부족한 생활비와 용돈을 쪼개 적지만 정성스레 모은 돈을 보내오시는 분도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은 흔쾌히 거금을 재단에 맡기시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도 고마운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경기도 광주에 사는 30대 여성회원께서 인근에 있는 <나눔의집> 할머니들을 위해 써달라며 300만원을 선뜻 전해오신 겁니다. 이 회원께서는 ‘나눔의집’이나 다른 이들에게는 자신이 누군지를 알리지 말아달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여러 차례 하셨습니다.

봉하쌀 523kg-봉하김치 135kg, 할머니들 밥상에
“노무현 대통령님의 마음으로 나눔을 결심했다. 할머니들께 대통령님의 숨결이 담긴 친환경 봉하쌀을 꼭 드시게 하고 싶다”는 이 분의 뜻에 따라 재단은 친환경 봉하쌀 523kg과 봉하 친환경 배추로 담근 김치 135kg을 <나눔의집>에 전달했습니다. ‘523’은 대통령님이 서거하신 날이자, 대통령님을 잊지 않겠다는 이 분의 뜻을 담은 숫자입니다.
이에 앞서 할머니들께 이같은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직접 인사를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재단 사무처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11월 16일, 경기도 광주시 ***에 있는 <나눔의집>을 찾았습니다.
재단 사무실이 있는 서울 ***에서 <나눔의집>까지 53km. 자동차로 70분이 조금 넘는 거리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찾아뵌 할머니들은 못 뵈었던 시간보다 더 많이 연로해 보이셨습니다. 김정순 <나눔의집> 사무장은 “몇 년 전부터 찾는 이들이 부쩍 줄어들었다”며, 정부나 일반인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있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경제와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물리적인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그만큼 멀어진 탓입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할머니들과의 만남은 정말 뜻 깊고 따뜻했습니다. 뉴스를 보셨는지 첫인사를 드리는 자리에서부터 “대통령님 묘역은 괜찮은가요?” “속상해서 어떻게 해요” “귀한 일을 해줘서 늘 고마워요” 등의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담소가 끝나고 헤어져야 할 시간에는 못내 아쉬우셨는지 차 있는 곳까지 나와서 두 손을 잡고 놓을 줄을 모르시더군요.

할머니들의 오랜 숙원 하루빨리 풀어야
한국교회여성엽합회가 ‘정신대 연구위원회’를 설치한 것이 1988년 7월2일이고,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며 일본에 사죄를 요구한 것이 이듬해 1월 7일입니다. 1992년부터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도 12월이면 950회를 맞게 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공식 등록된 234명의 할머니들 가운데 이곳 <나눔의집>에 사는 아홉 분을 포함에 모두 여든 두 분의 할머니들만이 생존해 계신다고 합니다. <나눔의집>에 계신 할머니들의 평균 연세가 86세라고 하니, 정부를 비롯해 국민적인 관심을 통해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와 피해보상 등을 하루빨리 받아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나눔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아주 많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꾸준하게 사랑과 관심을 나누다보면 우리가 꿈꾸는 ‘사람사는 세상’은 머지않을 것입니다. <나눔의집>에 큰 사랑을 베풀어주신 경기도 광주의 회원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