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3
11월 27일 토요일 오후. 아침식사 때만 해도 더없이 맑고 화창하던 봉하 하늘에 슬슬 비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봉하캠프 참가자와 문사모(문재인 변호사님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 등 50여 명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대통령님 묘역에서 참배를 끝내고 봉화산에 막 오르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서울․대구․부산․원주까지 ‘봉하로 봉하로’
새벽녘부터 수도권 지역에 갑작스레 많은 눈이 내린 탓에 오후 2시에 도착할 예정이던 서울발 봉하버스가 1시간 반이나 늦어졌습니다. 행여나 거기에 탄 캠프 참가자들이 ‘대통령의 길’에 오르지 못할까봐 걱정하던 참인데, 배낭을 멘 10여 명의 사람들이 생가쉼터에서 우리 쪽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태웠을 것을 생각하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딱 맞춰서 오셨네요” 했더니, 그제서 마음이 놓였는지 회원들이 참았던 숨을 크게 내쉽니다.
지난 10월에 이은 두 번째 봉하캠프는 특정 지역이나 단체가 아닌 서울, 대구, 부산, 김해, 원주, 구미 등 전국 각지의 회원들이 참여한 행사입니다. 당연히 대부분 회원이 ‘대통령의 길’에서 일면식을 치러야했습니다.
먼저 도착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30분이나 기다려야 했던 회원들이 몇 마디 핀잔을 흘리기만 했어도 캠프 진행에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는데 모두가 고생한 후발대를 반갑게 반겨주었습니다.
6살 시우가 걸은 ‘대통령의 길’
‘대통령의 길’이 시작되는 묘역 입구부터 봉화산 중턱에 해당하는 마애불까지는 거리는 짧지만 경사가 다소 급하기 때문에 무심코 서두르다가는 시작부터 지치기 딱 좋은 코스입니다.
이번 ‘대통령의 길’ 걷기에는 봉하캠프 참가자 외에도 문사모 회원들이 함께 해서 평소보다 행렬이 좀 길었습니다. 여지저기서 “아이고 힘들어, 아이고” 소리가 터져 나왔는데, 남원에서 온 호기심 가득한 6살 소녀 시우는 “엄마, 진짜로 다람쥐가 있어?” “아빠 저기 봐. 봉하마을 진짜로 작다!”며 사뿐사뿐 산을 오르는 기특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전북 남원에 사는 시우는 엄마·아빠(김태현․정미소 부부)와 언니 시은, 오빠 찬과 함께 이번에 처음으로 봉하에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요맘 때 봉하를 한 번 다녀갔던 엄마·아빠는 세 아이들에게 묘역이며 정토원의 수광전(壽光殿)이며 곳곳의 이름을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행복한 가족의 한때를 보여주었습니다.
사자바위에 도착할 무렵 들녘 너머 뱀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훤히 트인 봉하 풍경을 마주한 회원들의 입에서 이제는 “아이고” 대신 “와!”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옵니다. 호미 든 관음상 앞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모두가 산사람이 된 것처럼 표정이 밝고 초면의 어색함도 거의 사라진 듯 보였습니다.
이번에 걸은 ‘대통령의 길’은 해가 짧은 계절의 특성상 부득이하게 코스를 줄여야만 했는데, 대신에 따뜻한 유자차를 마시며 화포천을 산책하는 시간을 만들어 산행의 피로를 자연스럽게 풀 수 있었습니다.
울다가 웃다가 ‘손에 손 잡고’ 춤과 노래까지
두 번째 봉하캠프를 한 줄로 요약한다면 ‘세 가지 특별한 만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첫째가 문재인 이사장과 함께 했던 ‘길과의 만남’이라면, 두 번째는 ‘노무현, 그리고 재단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저녁 7시 봉하마을 친환경쌀 방앗간 2층에서 열린 대화마당 시간에는 영농법인 봉하마을 김정호 대표, 봉하재단 김경수 사무국장, 노무현재단 정윤재 사무처장, 그리고 비록 화면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15분 가량 영상을 감상했는데, 농군 노무현과 봉하의 계절을 담은 ‘가을걷이 한마당’, 인간적이면서도 당당했던 대통령 노무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캠프에 처음 참가한 회원들은 물론 이미 영상을 여러 번 보았던 재단 직원들조차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이제는 돌이킬 수 없어 더 가슴 아픈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원들의 적극적이고 진지한 참여로 세 시간 넘게 계속된 대화마당을 통해 우리는 슬픔과 회한을 뛰어넘는 ‘희망의 노무현’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화마당 후반부는 회원들이 꼭꼭 숨겨놓았던 입담 대결의 시간이었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만해도 눈도 잘 마주치지 않던 이들이 대화마당이 끝날 무렵에는 개그맨 뺨치는 유머와 재담을 펼쳐, 박장대소하던 김정호 대표가 봉하쌀막걸리 두 박스를 캠프 참가자들에게 선뜻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이 길고 긴 밤을 대화와 토론에 매진하는 동안 아이들은 방앗간 주위에 피운 모닥불 앞에 오순도순 모여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고구마와 밤, 옥수수를 구워 먹으며 겨울밤의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어른들과 마치 동네 친구처럼 어울려 놀며 자기들 기억 속의 노무현 대통령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는 커다란 희망 하나를 더 건저 올릴 수 있었습니다.
봉하캠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선물
봉하캠프의 ‘세 가지 특별한 만남’ 가운데 마지막 세 번째는 ‘나눔의 만남’으로, 둘째 날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열린 ‘봉하쌀․봉하김치 나누기’입니다.
노무현재단과 봉하재단, 영농법인 봉하마을, 그리고 15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한 이 행사는 우리 손으로 직접 김치를 담고, 이를 봉하쌀과 함께 포장해 진영읍과 한림면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는 나눔과 봉사의 축제마당이었습니다.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고 처음 만났던 모습 그대로 모든 캠프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 처음 보았던 어색함은 간 데 없고, 헤어짐이 아쉬워 눈빛과 악수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직업이나 사는 곳, 환경이 다른 전국 각지의 회원들이 겨우 하루만에 10년 지기의 우정과 추억을 쌓고 돌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12월 11일에 열리는 세 번째 봉하캠프에서 이 궁금증의 해답을 찾는 기쁨을 여러분과 다시 한 번 나누고 싶습니다.
▶ 세 번째 봉하캠프가 전국 회원들을 대상으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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