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04.05
노무현재단에서 회원들을 위해 준비해 주신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를 보고 왔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영화 자체가 아니라 엔딩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가고 난 직후였다. 영화관 출입이 적지 않았지만, 실내조명이 켜질 때까지 한 명의 관객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지켜본 영화는 지슬이 처음이었다.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눈앞의 스크린이 ‘그래, 어땠는데?’라고 묻는 것 같아 잠시 뱃속이 서늘한 느낌까지 들었다.
영화는 제주 4.3항쟁 때 희생된 제주도 도민과, 군인의 신분으로 끌려왔다가 죽음을 당한 이들 모두를 기리는 영화이다. 제사(祭祀),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화면을 자주 메우는 자욱한 연기는 마치 제사 때 피우는 향의 연기를 상기시킨다. 실제로 각 단락의 소제목이 신위(神位)', '신묘(神廟)', '음복(飮福)', '소지(燒紙) 등 제사 용어들이다.
불행히 내가 아는 제주 4.3사건은 중학교 역사책에 나온 한 줄짜리 소개가 전부였다. 무심히 던지듯 지나간 그 서술에 이토록 아픈 역사가 숨어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감자(지슬)를 매개로 그려낸 공동체의 유대감, 엄마의 끝없는 자식사랑, 어머니의 체온이자 주검이 만들어낸 감자 성찬 앞에 슬픔을 억누르는 아들의 모습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지독한 감동이자 예술적 화법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든 것은 무엇보다도 (전혀 거슬리지 않게 화면에 녹아든) 컴퓨터 그래픽과 카메라 이동, 조명 등의 빼어난 미장센이다.
죽은 자들의 외침, 살아남은 자의 슬픔 '지슬'
순덕이의 죽음을 찬란한 별빛 밤하늘 아래 누운 여자 나신과 오름 능선으로 표현한 것에서부터,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을 부끄럽게 만드는 소나무와 흙, 지하동굴로 이어지는 장면 이동, 연극무대와 같은 동굴 속 대화 장면, 마지막 소단락 ‘소지(燒紙)’에서 나비의 날개처럼 작은 불꽃으로 타올라가기 시작하던 제문(祭文), 군더더기 없는 편집, (주책바가지 아저씨들의) 19금 유머, 어떤 전쟁이든 전쟁의 최대 희생자인 여성임을 보여주는 순덕의 벗겨진 상체와 그 위를 훑어가는 섬뜩한 칼날, 사실적인 시나리오….

탈영을 모의하는 20세 어린 군인 두 명을 볼 때는 작년에 입대한 대학친구들이 생각나 더 연민이 갔다. 그들의 여린 눈으로 본 제주도의 현장은 어땠을까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다. 이들의 상관인 두 군인의 비정상적인 모습에서도 전쟁의 또 다른 참상을 읽는다. 모두 불쌍한 사람들이다. 표정을 알 길 없는 물병 지는 병사의 클로즈업 된 두 눈에서 흘리는 눈물은 오멸 감독의 눈물이고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눈물이다. 나는 그 눈물이 진정으로 참회하는 가해자들의 눈물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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