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5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3일 전남대 경영전문대학원이 마련한 초청특강에서 강연자로 나섰습니다. 이날 특강에서 이병완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맞아 ‘노무현 정신’을 살펴보고, ‘참여정부에 대한 광주의 오해와 진실’을 하나하나 이야기했습니다. 이병완 이사장의 특강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노무현 변호사가 ‘그냥 변호사’에서 ‘인권변호사’로 변신한 계기는 1981년 9월의 ‘부림사건’ 관련 구속자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80년 5월 광주항쟁의 영향을 받은 부산 대학생들을 공안세력들이 빨갱이로 엮은 것이 ‘부림사건’인데, 잘 나가던(?) ‘조세전문 변호사’ 노무현은 부림사건 대학생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면회하고 난 뒤 국가권력의 횡포와 불법에 대해 새로운 각성을 하게 됩니다.
‘노동전문’ 국회의원 노무현이 지역주의 극복과 통합의 정치인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은 1990년 1월 ‘3당 합당’입니다. 그는 3당합당이 호남을 지역으로 고립시킨 것에 충격과 분노에 휩싸입니다. 그것이 유명한 “이의 있습니다”입니다. 이후 그의 정치는 지역주의 극복과 민주세력 통합의 기준으로 전개되고 그 바탕에는 호남에 대한 정치적 책무와 역사성을 갖게 됩니다.
김대중과 김영삼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보면 그의 ‘정치적 정신’이 왜 호남인가를 가늠케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노무현의 못다 쓴 회고록/ 성공과 좌절>의 구절을 인용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세계에 자랑할 지도자이다. 반독재 민주화의 일관된 노선과 역경의 생은 독재가 무너지면 무투표 당선이나 건국의 아버지 같은 대접을 받아야 정상이다.(중략) 김영삼 대통령은 3당합당으로 한국정치의 흐름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결국 20년 동안 김영삼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지역주의 분열과 정치적 기회주의’ 구도와 싸웠다.”
▲ 광주의 오해와 진실
#하나. “참여정부가 인사에서 광주를 홀대했다” = 역대 정권마다 통합을 주창하고 인사의 탕평을 공언합니다. 특히 호남에 대한 단골 공약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모두 허언이었습니다. 김대중-노무현정부만 예외일 뿐입니다. 김대중정부는 수십 년 지속된 호남인사 차별을 개선키 위해 과감했고 대신 야당과 보수 수구언론의 집중타를 맞았습니다.
‘철새들도 먹이 찾아 전라도로 간다’가 유력 보수신문, 주간지의 제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역대 처음으로 광주 출신 육군참모총장(김동신)을 임명했습니다. 참여정부에서는 대통령을 제외하고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재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모두 호남 출신에 국정원장, 경호실장, 비서실장이 호남 출신이었다가 바뀐 지 몇 달이 채 안 된 시점에서 ‘호남인사 홀대론’이 나왔습니다. 답답한 노릇이었습니다.
제가 비서실장에서 물러난 뒤 노 대통령과 차 한 잔 하던 자리에서 인사문제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대통령은 그즈음 새삼 호남 인사 홀대 이야기가 일각에서 나오는 데 대해 서운한 표정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속마음을 말했습니다.
“육참총장(김장수)과 예산처장관(장병완)을 광주 출신으로 한 것은 마음먹고 한 것입니다. 임기 말에는 영남쪽 인사들을 좀 더 시켜야겠어요. 호남과 달리 그쪽에 민주개혁세력이 워낙 취약합니다. 좀 키워 놓아야 다음에 조금이라도 기반이 되지 않겠어요?”
내가 우스갯소리를 했습니다. “제가 3대(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에 걸쳐 청와대를 출입했습니다. 그때마다 ‘청와대 표준말’이 달랐습니다. YS때는 온통 부산 말이었고, DJ때는 온통 전라도 말이었고, 참여정부 때는 딱 반반이었습니다.” “허허, 그래요.” 내가 우스개로 한마디 더했습니다. “심지어 조선일보 편집국장도 해방 후 처음으로 광주 출신이 나왔습니다.”
#둘. “호남 사람들이 내가 예뻐서 찍었나요”= 공교롭게도 노무현 대통령의 막말파동(?)은 광주로부터 비롯됐습니다. 노무현에게 광주는 정치적 고향이라 광주사람을 만나면 편안하여 늘 격의 없는 대화의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화근이었습니다. 5·18기념식에 모두 참석한 첫 대통령은 노무현입니다. 임기 첫 해인 2003년 5·18기념식에 참석할 때 한총련 대학생들의 기습시위로 정문 입장이 막히고, 후문으로 입장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후 광주 5·18인사들이 청와대를 방문했는데, 비공개자리였습니다. 광주사람들이라 친구들을 만난 듯 솔직히 국정의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날의 대화는 이러했습니다.
5·18관계자: “예의에 어긋나는 일로 누를 끼쳐 죄송합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너그럽게 생각하시기를…”
노 대통령: “요 근래 이라크 파병 반대, 화물연대 파업등 제가 부닥치는 문제들이 너무 어렵습니다. 모두가 힘으로만 밀어 붙이려고만 하니….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위기감이 듭니다.”
다음날 언론 보도는 누군가에 의해 전해졌는지, “전부 힘으로만 하니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로 대서특필됐습니다. 노 대통령은 순간, ‘무책임한 지도자’로 낙인찍혔습니다. 2003년 9월 광주방문 때에는 지역 언론과 비공개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그날에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습니다.
노 대통령: “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호남에 대해 반드시 의리를 지키겠다. 호남 사람들이 나를 선택한 것은 전략적으로 볼 수 있으며 사실 내가 유일한 대안은 아니었다. 호남사람들의 당시 정서는 이회창 후보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었고 지역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경상도 사람인 나를 선택한 것 아니냐?”
그 다음날 언론은 이 언급을 두고 ‘호남사람들이 나를 위해 찍었나요? 내가 예뻐서라기보다 이회창이 싫어서 찍은 것 아니냐’로 보도하면서 ‘호남 비하’로 탈바꿈해버렸습니다. 전혀 언급치 않은 ‘예뻐서’나 ‘싫어서’라는 말이 보태져 휘발유가 되었습니다. 호남에 반드시 의리를 지키겠다던 대통령은 졸지에 ‘배신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셋. 호남에 해준 게 뭐있나 = 이명박 정권 출범 뒤 어느 지역방송의 신년 대담에서 한 광역단체장이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역대 정권 중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제외하곤 호남을 지원한 대통령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쓴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가 지역행사 때 노 대통령의 호남 지원이 역대 최고라며 칭송하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노 대통령은 재임 중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목표를 두고, 정치적인 나눠주기식 정책을 배격했습니다. 호남, 특히 광주·전남에는 ‘맞춤형 균형정책’을 밀어붙였습니다. 그동안 소외되었으니 당연한 정책으로 보았지요. 아시아문화예술전당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호남고속철의 조기 착공도 마찬가지였고요. 총리와 관계부처의 경제성 미흡이라는 보고에도 “지금 경제성이 없으니까 미래의 경제성을 창출하기 위해서 지금 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현재의 경제성만 따지지 말고 미래의 경제성과 균형발전의 백년대계를 보라는 단안이었습니다.
국내 최대의 공기업이자 세계적 기업인 한국전력의 나주혁신도시 유치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고향인 부산 경남의 경쟁을 뿌리치고 균형발전의 철학으로 결정했고 서남권개발계획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참여정부 지우기와 단체장들의 전시행정과 자기과시욕이 멍들게 했을 뿐입니다.
여수엑스포 유치를 위해 외교부에 총동원령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이때 노 대통령은 “여수유치가 성공하면 외교부 숙원사업을 들어 주겠다”며 상품을 내걸었습니다. 유치가 성공하자 외교부에 공관 증설을 허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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