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31
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즉석 사인회에 이어, 못 다한 이야기는 삼겹살과 함께 한 2부 뒤풀이에서 계속되었습니다. 앞서 열린 두 번의 대화마당과 달리 가족 단위로 온 회원들이 많아서인지, 정철이 탑돌이를 하듯 테이블 하나하나, 회원 한 분 한 분을 빼놓지 않고 정성껏 챙긴 덕분인지 밤늦도록 그 열기가 가실 줄 몰랐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이에서 끊임없이 관찰하고 대화하며, 평범함 속에 숨어있는 특별한 의미를 끄집어내 잠자는 우리들의 가슴과 머리를 흔들어 깨우는 카피라이터 정철. 지난해 11월부터 ‘사람사는 세상’ 홈페이지에 <노무현가게>를 입점하고 개장특별품목 ‘노무현라면’으로 ‘노무현이 고픈’ 사람들의 허기진 마음을 달래주고, 우산과 구두, 담배, 트리, 김밥, 소주, 그리고 최근에는 조금은 특별하고 예민한 연필로 노무현이 쓰다 만 문장을 이어가고 있는 그가 며칠 전 <노무현재단>을 찾았습니다.
“어떻게 그리 기발한 생각을 하세요?”
지난 1월 26일 저녁 7시 재단 회의실에서 정철과 함께하는 대화마당이 열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묘역 설계자인 건축가 승효상, 재단 이사를 맡고 있는 정연주 전 KBS 사장에 이은 세 번째 주인공입니다. 이날은 재단이 만들어진 이래 가장 많은 회원들이 사무실을 찾은 날이었는데, 이는 기발하고 가슴 뜨거워지는 카피들의 <내 머리 사용법> <불법사전> 등 정철 특유의 역발상을, 그것도 그의 쾌변(快辯)을 통해 직접 전수 받을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정철은 ‘노무현 카피라이터’로 더 친숙하지만 광고계나 서점가에서는 ‘정철’하면 ‘역발상’, ‘역발상’ 하면 ‘정철’이란 대답이 바로 튀어나올 정도로 그는 독특한 상상력의 대가로 유명합니다.
‘발상전환 - 내 머리를 가지고 노는 법’이란 주제로 열린 세번째 대화마당은 그동안 독자들이 그의 책과 작품들을 보면서 궁금했던 기발함이 어떤 노력, 습관, 과정을 통해 글과 이미지로 표현되는지 아주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명과 예를 곁들여 체험하는 ‘정철의 머릿속 여행’이었습니다.
“20년 이상 광고카피만 써왔는데, 이게 남의 이야기를 대신 해주는 것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내 얘기를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다행히 그게 많은 사람들에게 잘 읽히고 반응도 좋아 힘을 얻고 있습니다. 독자나 기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어떻게 그리 기발한 생각을 하세요?’ ‘발상 전환을 위해 어떤 훈련을 하는가?’에요. 근데 정작 나도 그게 뭔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하나씩 내 작업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정리를 해봤습니다.”
“고정관념일랑은 ‘발라당’ 뒤집어라!”
정철은 발상전환의 시작을 ‘발라당’이라고 정의합니다. 우리 머릿속에 가득차 있는 고정관념을 갓난아이가 생의 첫 뒤집기를 하듯 ‘발라당’ 뒤집어 백지상태에서 출발하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들 모두의 ‘발라당’을 위해서 ‘찾자, 떨자, 참자, 놀자, 하자, 영자’ 이 여섯 가지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다 이해가 갈 것 같은데 ‘영자’가 좀 수상하죠? 맨 마지막에 가면 만나게 됩니다.(웃음)”
언뜻 보면 간단하고, 또 언뜻 생각하면 굉장히 심오한 말 같기도 한 이 여섯 개의 단어를 이해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는 발상을 전환하고 내 머리를 가지고 놀기 위해서는 정답 밖에 있는 새로운 답을 “찾자”, 기억은 망각과 ‘절친’이니 잊어먹기 전에 무엇이든 메모하는 약간의 부지런을 “떨자”, 답이 나오지 않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오면 조금만 더 “참자”, 생각을 숙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이미 피곤하다. 말장난, 글장난이어도 좋다. 그저 부담 없이 “놀자”,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하자. 내공이 쌓일 때까지 기다리다간 평생 아무것도 못한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뭐든 “하자”고 말합니다.
역발상이 주는 사소한 일상의 행복
“마지막은 ‘영자’입니다. 요즘은 뜸하지만 저희 세대는 아주 흔한 이름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여기서는 ‘사람’을 뜻합니다. 물질이나 개발의 반대말,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의 반대말로 생각해도 좋습니다. 앞서 말한 다섯 가지와, 사람을 구성하는 사랑, 긍정, 용기, 희망, 위로, 감사, 믿음, 겸손, 배려와 알맞게 섞일 때 나와 여러분이 지향하는 진정한 의미의 역발상이 완성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사는 세상을 위한….”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정철이 세상과 사람들에게 풀어놓은 우문현답은 이밖에도 아주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광고쟁이’로 사느라 집안일에 소홀했던 그가 지금까지도 여전히 잉꼬부부로 살 수 있었던 비결, ‘10년 전, 아내의 33살 생일에 준 33가지 선물 이야기’, 노무현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 서거 날 피눈물로 썼던 ‘나는 개새끼입니다’부터 그와의 새로운 만남을 이야기한 ‘하느님의 편지’는 정철과 노무현, 정철과 사람사는 세상의 우리들을 잇는 소중한 역발상의 선물이었습니다.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거둔 밥값 가운데 남은 3만9천원은 참석자들이 만장일치로 결의한대로 ‘정철 카피와 새벽 1시까지 논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재단에 후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멀리 밀양에서 “대화마당 뒤풀이가 더욱 찰진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봉하막걸리 한 상자를 보내준 ‘봉하입학생’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관련글] “나는 개새끼입니다” 정카피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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