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09
이른 봄이지만 날은 차가운 바람이 들녘에 가라앉은 먼지를 뭉게뭉게 일으켜 아직도 겨울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노 대통령 귀향 3주년 다음날인 지난 2월 26일 봉하마을 추모의 집 앞에 자리 잡은 노란 천막에서 지나가는 추모객들을 향해 맑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후원회원에 가입해주세요. 월 만원이면 노무현재단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함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수양버들 님과 봉하입학생님이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가 봉하에 가고 싶다고 몇 번이나 보채 못이긴 척 서울에서 왔다는 ‘수양버들’ 님. 밀양에서 수 년째 거의 매주 봉하에 들러 지금은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큰 누님으로 불리는 ‘봉하입학생’ 님. 두 분은 다음노사모 노랑개비 회원이다. 이날의 자원봉사는 <노무현재단> 후원회원 모집 캠페인이었다.
지나가는 몇 분의 어르신들이 발길을 돌려 관심을 보이자 이들은 종가집 당숙이 방문한 듯 친절하게 <노무현재단>에 대해 정성스럽게 설명했다. 옆에는 아이들 몇 명이 미술시간 찰흙놀이를 하듯 즐겁게 노 대통령 얼굴이 새겨진 원판화 위에 잉크를 묻혀 찍은 판화를 방문객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이지만 이들도 엄연한 청소년 자원봉사팀이다.
노란천막 안의 풍경
이 원판화는 유명한 판화가 김준권 선생의 작품이다. 그는 작년 12월 봉하마을 ‘자원봉사자의 날’ 행사에 참석해 봉하 방문객들에게 조그만 추억이라도 되길 바란다며 자신의 작품을 기증했다.
열심히 판화 위에 종이를 올려 밀칠하던 초등학교 5학년 은영이는 한동안 부끄러워 말을 못하다가 “부모님 따라 몇 번 오다 보니 봉하마을이 좋아졌다”며 “대통령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지원이는 “이제는 혼자라도 오고 싶다”며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설명을 듣던 어르신 한 분이 선뜻 후원회원 가입신청서를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부산에서 온 손숙자(72)님이다. 신청서 작성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인터뷰를 신청하자 “다 늙은기 무신 소리 할게 있겠노”라고 손을 절레절레 저었으나, 몇 걸음을 채 못가 “마음에 영 걸려서…”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젊은 양반요. 가는 길에 생각해보이 할말이 좀 있습디다. 내 나이가 올해 일흔 둘인데 아직도 일을 쥐고 있슴니더. 그동안 너무 바빠서 못왔어예. 오늘은 <노무현재단 부산위원회>에 있다 카는 평생지기랑 왔는데 내 안 그래도 꼭 와볼라고 했어예. 내 비록 나이 많고 마이 배우지는 못했어도 그 신문쟁이라 카는 것들이 다 잘못한거 알고 있어예. 이제라도 여기 와보이 마음의 짐이 쪼매 덜어지는 것도 같고…어째든 마이 수고 하이소.”
이 자리에서 후원회원에 가입한 또 다른 어르신은 “인터넷을 할줄 몰라서 그동안 막막했다”고 답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오후 7시 무렵 서서히 붉은 노을이 지자 천막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수양버들’ 님은 이날 모은 후원가입 신청서를 보여주며 “오늘 처음 했는데 21명의 후원신청서가 들어왔다”고 미소를 지었다.
은영이와 지원이의 청소년 자원봉사팀은 “판화찍기가 벌써 끝난 게 서운하다”며 정리작업까지 하겠다고 손을 걷어부쳤다. 이때 ‘봉하입학생’ 님이 “판화는 물로 씻으면 안된다”며 아이들을 만류하고 시너를 찾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아이는 그렇게 가르치고 배워가며 일을 마무리한 후 숙소인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최수연 운영위원의 ‘해원’
봉하마을에서 노란 천막을 치고 오프라인 후원회원 모집 캠페인을 시작한 것은 작년 10월부터다. <노무현재단 부산위원회>에서 전담하다 올해 2월부터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각 단체별로 돌아가며 맡고 있다.
이 캠페인의 최초 제안자이자 실행자는 <부산위원회> 최수연(닉네임 니까) 운영위원이다. 그는 80년대 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서 재야 민주화 운동을 막 시작한 시절 당감성당(신부 송기인)에서 인연을 맺었다.
최 운영위원은 2004년 탄핵 이후 부산지역 시민활동가들과 함께 초청되었을 때 대통령께서 잠시 머뭇거리시다 “꼭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었는데 여기 와서 보니까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씀에 왈칵 눈물을 쏟아 냈다고 한다. 그는 그 장면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최 운영위원은 “해가 갈수록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님을 잊게 되지나 않을까 염려와 온라인 후원회원 가입이 둔화되는 것을 보고 이 캠페인을 제안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후 <부산위원회>는 운영위원을 중심으로 3~4명씩 조를 짜 주말마다 돌아가며 이 캠페인을 맡아 왔다. 그러나 캠페인이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최 운영위원의 헌신이 컸다. 그는 올해 유난했던 매서운 한파에도 거의 매주 봉하에 들렀다.
그동안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묻자 그는 “어떤 특정 장면을 꼽기 힘들다”며 “추모의 집에 들어가시면서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분들이 둘러본 후 나오면서 가입하는 경우가 많고 아무런 말씀 없이 현금을 즉석에서 내놓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최 운영위원은 인터뷰 막바지에 “이 캠페인을 하면서 무엇보다 저 스스로 응어리진 마음을 위로 받을 때가 많다”는 심경을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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