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 공식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

Home LOGIN JOIN
  • 사람세상소식
    • 새소식
    • 뉴스브리핑
    • 사람세상칼럼
    • 추천글
    • 인터뷰
    • 북리뷰
    • 특별기획
  • 노무현광장

사람세상소식

  • 새소식
  • 뉴스브리핑
  • 사람세상칼럼
  • 추천글
  • 인터뷰
  • 북리뷰
  • 특별기획

home > 사람세상소식 > 새소식

새소식

1년 12달 봉하묘역을 지키는 그 사람

2011.03.18


1년 12달 봉하묘역을 지키는 그 사람
- 묘역지기 자청해 19개월간 봉사한 익명의 회원 만나



주말 진영행 KTX 열차에 몸을 실고 눈을 감았습니다. 재작년 그 뜨거운 5월에 부천 송내역 분향소에서 있었던 한 단편이 떠올랐습니다.

근조 리본이 부족했는데 한 청년이 너무 갖고 싶다고 했습니다. 애절한 눈빛으로 울고 서 있는 그에게 제가 달고 있던 리본을 떼 주었습니다. 그는 소중히 두 손을 내밀어 받고서는 곧 가슴에 달았습니다. 그까짓 리본이 뭐라고 그거라도 간직하겠다고, 울음바다가 된 그 곳에서 우린 그렇게 한동안 서로 마주 보며 서 있었습니다.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 그해 49재가 끝난 직후 홀로 봉하마을을 방문했습니다. 벌거벗은 땅에 너럭바위 형태의 지석묘만 참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덩그러니 놓여진 돌덩이 하나를 보고 돌아서며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누군가 할 일을 하는 것 뿐" 

방문자가 드문드문한 이른 오전. 묘역 입구에 들어서자 묘역지기 세 분이서 바지런히 물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긴 호스로 물을 끌어와 뿌리고 다시 압력기로 비석 하나하나에 묻은 먼지를 닦아냅니다. 거의 매일 하는 작업입니다. 두 분은 봉하재단 직원이고 한 분은 자원봉사자입니다.

49재부터 무려 1년 7개월간 거의 매주 봉하를 찾아 묘역지기 자원봉사를 하고 계신 분입니다.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하던 그는  익명을 요구하며 “직장이 부산인데 우리 사장님이 저하고 생각이 좀 다른 분”이라고 답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다고 하자 조심스럽게 입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봉하마을 자원봉사 중에서도 묘역지기는 하기 좀 힘들어 합니다. 당연하지요. 저도 심정적으로는 힘들 때가 많거든요. 그러나 누군가는 꼭 하긴 해야죠.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보니 고정적으로 하기 힘들어요 들쭉날쭉 하는 경우가 좀 많아서 제가 꼼짝없이 말뚝이 된 거지요(웃음). 지금은 재단에서 함께 하는 직원 분들이 있어서 훨씬 낫습니다.”

주변에서 잘 이해하냐고 묻자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제 아내도 워낙 노 대통령님 좋아해서 잘 이해합니다. 아이들도 그렇고. 좀 힘든 점이 있다면 우리 회사 사장님이나 상사들이죠(웃음).”

인상적인 추모객이나 장면을 묻자 하늘을 올려다보며 답했습니다.

“어떤 사람이나 특정 장면을 꼽을 수 없습니다. 그 장면들이 다 함께 흐르는 듯 지나 왔거든요. 그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추모객들 중에 혼자 하염없이 울면서 박석 사이를 방황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분들께 다가가 묘역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드리면 그렇게 고마워 하십니다.”



‘스스로 추방된 자들을 위한 풍경’

예전에 방문했을 때 벗겨진 맨살 붉은 땅이 지금은 작은 돌에 글을 새겨 놓은 수많은 박석들이 덮고 있습니다. 검은 박석은 집과 마을을 흰 박석은 마을 사이 큰 길을 뜻한다고 합니다. 묘역 설계 시 황지우 시인은 추모비 문구를 써 달라는 부탁에 분향소에 남겨진 시민들이 하나하나 써 놓은 문구보다 더 잘 쓸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시민들의 마음과 마음이 담긴 돌들이 모여 대서사시가 되었습니다.

묘역 설계자 건축가 승효상은 묘역을 ‘스스로 추방된 자들을 위한 풍경’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득권자가 경계 밖으로 자기를 몰아내어 경계 안의 사람들을 질타하는 위치를 향해 스스로를 추방시킨 시대의 지식인의 모습으로 노 대통령을 평가했습니다.

그는 죽은 자를 기념하는 장소에 대한 해석을 “죽음의 행로를 마주하며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장소인 이곳에 서게 되면, 사는 일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느끼게 한다. 여기서는 삶의 행로가 죽음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자의 가슴에 그대로 살아 진행되는 것”이라고 해석을 합니다. 그리고 이 묘역은 절제를 통한 진정성의 산물입니다.

묘역에서 나오는 길에서 만난 한 가족이 오래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경북 영천에서 왔다는 젊은 부부의 상‧하의는 검은색 츄리닝. 갓난 아이도 검은색 천으로 둘러싸 안고 계셨습니다. 아마 형편상 그 분들께는 최선의 예가 아니었나 생각했습니다. 남편은 손을 떨며 삐뚤삐뚤 글씨로 방명록에 글을 남겼습니다. ‘그립습니다. 노짱’
이전 글 다음 글 목록

등록
80 page처음 페이지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마지막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