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28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인 2008년 4월 20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노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2002년부터 재임 5년을 거쳐 7년 동안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5·18민주묘지를 참배해왔습니다. 그날 노 대통령은 참배에 앞서 방명록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강물처럼. 2008. 4. 20 16대 대통령 노무현’
“저도, 여러분도 함께 가고 있습니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몇몇 언론은 ‘강물처럼’이란 글귀에 무슨 정치적 메시지가 깔려있는지 따져보기도 했었죠. 언론의 ‘바람’처럼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걸까요? 가리키는 대로 달을 보는 사람이 있고, 달을 가리키는 손을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손은커녕 달을 가리키는 이의 얼굴만 보며 문제 삼는 사람도 있죠. 그때 몇몇 언론은, 그리고 우리는 어디를 보고 있었을까요.
올해 서거 4주기 추모행사는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를 주제로 치렀습니다. 그 취지는 2003년 10월 10일 노 대통령이 광주노사모 회원들에게 보낸 친필 메시지에 잘 나타나있습니다. 당시 노 대통령은 “강물은 굽이쳐 흐르지만 결국 바다로 갑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기고, 지고, 환호하고, 낙담하는 가운데, 나라와 국민은 언제나 이기는 길로 가야 합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노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행사를 치르는 동안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지난 1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추모문화제는 연인원 4만여 명, 추모공연에만 2만여 명의 시민이 함께했습니다. 23일 봉하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평일임에도 5천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하루 봉하마을을 방문한 시민은 1만5천여 명에 달했습니다. 말 그대로 강물처럼 모여서, 네 번째 ‘오월의 노무현’을 맞이했습니다. 무엇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한 것일까, 새삼 궁금했습니다.
우리가 하지 못한, 혹은 하지 않은…
지난 4월부터 공모한 <5월 23일, 그날 하루>에 보내주신 글에는 2009년 그날을 겪은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각기 다르지만 결국 다르지 않은 그 이야기들은 이렇게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날은 우리가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한, 혹은 하지 않은 무언가를 깨달은 날이었다고 말입니다.
4년이 흐르면서, 4년의 풍파 속에 그 깨달음은 더 견고해지고 그만큼 더 간절해졌습니다. 간절한 만큼 부여잡은 손은 더 굳건해졌습니다. 그래서 23일 추도식 영상에서처럼 “당신 때문에 이젠, 쉽게 절망하지 않습니다”(박선정·신혜진님)라고 말할 수 있던 것 아닐까요.
시민과 함께, 강물처럼 가겠습니다
추도식에서 상영한 영상은 “당신이 서있던 그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시작합니다”라는 문구로 끝납니다. 우리 모두가 노 대통령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이자, 우리 자신을 향한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노 대통령은 멈춰선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어달리기 하듯 바통을 넘겨준 것이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꿈과 과제를 우리들에게 맡긴 것이었죠. “깨어있는 시민”들을 믿고 맡겼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함께 남긴 것 아니었을까요.
때로 역류하고 굽이쳐도, 강물은 결국 바다로 갑니다.
때로 돌아가고 더디 가더라도, 우리는 결국 바다로 갑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행사를 마치며 추모 특집페이지를 내립니다.
마음을 모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강물처럼, 계속 가겠습니다. 시민 여러분과 함께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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