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선 지역도, 정당도, 국가도 없습니다”
-노 대통령 서거 2주기 앞둔 봉하, 정당과 지역 초월한 추모물결 이어져...
지금 봉하마을 일대는 겹매화, 진달래, 들현호색, 산자고, 흰젖제비꽃, 금낭화 그리고 이 천연색의 주연들 틈에 은은한 조연이 되는 냉이꽃까지, 가히 ‘꽃사태’라고 불러도 좋을 풍경이 연일 펼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주 봉하마을의 주인공은 이렇듯 곱고 화사한 계절의 호사 대신에 어느 누구보다 노 대통령에 대한 간절한 만남과 그리움을 가지고 대통령님을 찾아 주신 분들입니다. 지난 11일 멀리 서울에서 어려운 걸음을 해주신 시각장애인 여러분들입니다. 봉하에 있는 재단 식구들과 나란히 팔짱을 끼고 걸으며, 대통령님 묘역과 마을 곳곳의 사소한 이야기기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에 고마웠고, 덕분에 봉하의 봄날이 더 따뜻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등 묘역 참배해
노 대통령 서거 2주기를 앞두고 추모인파가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12일에는 김해을 야권단일후보로 뽑힌 국민참여당의 이봉수 후보, 16일에는 민주당 동작을 지역위원회 300여 분, 그리고 17일에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묘역을 찾아 대통령께 참배했습니다. 김해을 선거에 보탬이 되려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도 연일 봉하마을을 찾고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신문과 방송에서만 보았을 이국의 대통령에게 어떤 매력을 느꼈기에 이리도 멀고, 그들에게는 작은 시골마을에 불과할지 모를 봉하를 찾았을까요? 김해시 문화관광해설사 선생님들의 통역에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귀기울이던 일본인 추모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역으로 역사와 정의 앞에 당당하고 소신있었던 대통령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모습이야말로 타국의 국민들까지 걸음하게 만드는 노 대통령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국에서 오신 노씨 종친회 여러분들은 참배 후 권양숙 여사와 환담을 나누고, 오랜 여행에서 쌓인 여독을 말끔히 씻은 듯 행복한 얼굴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대통령님과 사람사는 세상을 향한 마음은 지역과 정당, 국가마저도 초월하는 듯합니다.

2주기 앞둔 봉하, 곳곳에서 땀의 결실 익어가
봉하는 요즘 대통령님 서거 2주기를 준비하느라 분주합니다. 추모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는 물론이고 더 아름답게 변화된 봉하를 보여드리기 위함입니다.
16일 사저에서는 유홍준 위원장을 비롯한 공간조성위원회 여러분들이 모여 봉하마을과 묘역을 위한 회의를 3시간 넘게 진행했습니다. 밖에서는 김영근 전 김해장군차조합장이 기증한 장군차 성목이 봉하마을 곳곳에 옮겨 심어졌습니다. 올해는 대통령님이 귀향하신 이래 봉하 장군차가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해이기도 합니다. 제주에 사는 후원회원이 보내준 아질리아도 봉하의 아름다운 풍경 가운데 하나로 더해졌습니다. 모두 대통령님의 뜻을 잊지 않고 몇 년째 수고하시는 많은 분들의 정성이고, 땀의 결실입니다.
자연은 시간의 순리에 따라 우리 인간에게 참 많은 것을 가져다줍니다. 각박한 현대의 일상도 자연이 일궈낸 또 하나의 순리 안에서 서로 어우러질 수만 있다면, 우리의 삶도 현재보다는 훨씬 더 윤기 나는 날들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