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25
서울광장 본 행사를 앞두고 열린 사색토크. 4명의 인사들(안희정·김두관·최문순·이정희) 안면을 ‘사색’으로 만들겠다는 김어준의 호언장담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가 던지는 당혹스런 질문에 출연자들은 연신 땀을 뺏고 이 광경을 지켜보는 관중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대권에 나갈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김두관 지사가 ‘요즘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냐’고 재치 있게 답하자 와하고 박수가 쏟아졌다. 그 순간 무대 뒤편에서 낯익은 얼굴을 만났다. 드마라 <네 멋대로 해라><아일랜드’> 인정옥 작가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서로 대화가 자연스러웠다. 같은 생각, 같은 마음으로 이 자리를 찾았기 때문일까. 무대 안팎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일부를 담는다.
인정옥 작가의 노무현 사랑법
2002년 3.12일 광주 경선에서 폭발한 민심은 전국을 뒤엎었고 이어 월드컵의 승전보와 열기는 젊은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또 하나,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흔든 드라마도 등장했다. 당시 <네 멋대로 해라>는 매니아층을 형성하며 ‘본방사수’란 용어를 탄생시켰다.
사색토크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인정옥 작가가 ‘저기 김어준보다 내가 더 노빠’라고 툭 내던졌다. 사연을 들어보니 매우 흥미롭다.
“드라마가 종영에 가까워졌을 때 노무현 후보가 많이 힘든 상황에 몰렸다. 어떻게 도울까 고민하다가 드라마에 선거 관련 대사를 넣었다. 주인공이 수술을 받고 나와서 밥 먹으며 뜬금없이 던진 대사 ‘밥 먹고 투표하러 가자’는 순전히 노무현을 돕기 위한 나만의 방식이었다.”명계남 “왜 슬픔을 넘어야 하는데”
문성근과 ‘대화’ 코너에 출연하기 위해 대기하던 명계남은 한참 머리를 감싸다 말을 꺼냈다.
“야 난 화가 나. 무지무지 화가 나. 어떨 때는 이런 거(추모제) 왜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없는데. 그 분이 없는데. 이런거 해서 뭐하는 데란 생각을 많이 해. 그런데 말야. 작년에 많이 울었는데 지금도 울고. 그렇게 우는 것도 또 무슨 의미가 있어. 그분이 없는데. 많이 운다고 곁에 돌아오냐고.
요즘 지방 추모제 진행자로 많이 나서고 있는데 사실 많이 헷갈려.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어. 슬퍼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걸 넘어 희망을 말해야 하는 것인지. (걸어오던 문성근을 가르키며) 쟤처럼 해야 하는데. 쟤는 딛고 일어서자는 거잖아. 불처럼 들고 일어나 싸우자는 거잖아.”김어준 “김두관 지사, 2할대 중반 쳐”
사색토크를 마치고 내려온 김어준은 더 '사색'을 만들 수 있었는데 아쉽다며 내년을 꼭 기약하자고 너스레를 떨었다.
“노무현은 의리 있고 씩씩한, 내가 만난 최고의 남자였다. 그래서 그리워. 무척 그리워. 오늘 사색토크에는 김두관 지사가 의외로 잘하더라. 워낙 기대치가 낮아서(웃음) 0.2할대 칠 줄 기대했는데 2할대 중반을 넘겼다. 내년에도 또 하자(웃음).” 여균동 “1주기 때 대구와 창원, 그 감동이 나를 움직여”
<사람사는세상> 밴드에서 색소폰을 맡고 있는 여균동 영화감독은 지난 1주기 때도 밴드 멤버로 전국을 유랑했다.
“지난해 창원에서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 대구도 그렇고. 창원 행사 때 비가 엄청 쏟아지는데 사람들이 아무도 안 움직여. 수천 명의 사람들이 마치 흔들리는 나무처럼 버티고 있더라. 그 때 받은 감동이 백만민란의 심리적 근거지기도 해. 다시 프로젝트 밴드에 참여한 것도 그래. 이번에 다녀보니 우리도 진영이 갖춰진 것 같아. 뭔가 우리도 이제 희망을 말해도 되는구나 느꼈어.”십센치 “우리도 노무현에 투표했죠”
대기실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출연자를 꼽으라면 이들이다. 십센치는 지난해 Mnet 아시안뮤직어워드 올해의 발견상과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팝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공연을 끝내고 무대를 내려오자 10대와 20대들이 카메라를 들고 대기실 뒤편에 몰렸다. 벌어진 천막 사이로 팬들이 손을 내밀자 이들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이런 좋은 무대에 서게 되어 굉장히 기쁘다. 광장을 밝히는 촛불이 아름답다. 2002년에 노무현 후보에게 투표했다. 그 때 생각이 많이 났다. 앞으로 좋은 음악으로 이런 좋은 무대에서 계속 만나고 싶다.” 노무현시민학교 합창단, 얼싸 안다
‘함께가자 이 길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노래한 40여 명의 노무현시민학교 합창단원들은 무대에서 내려오자 서로 얼싸 안았다. 단원 ‘나빌레라’는 “지난 몇 달간의 고생이 머리 속에 떠오르기도 하고 노무현 대통령도 생각나서”라며 말끝을 흘렸다.
“지난 2월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연습했다. 우린 잘 부른다고 서로 평가하는데 시민들 평가가 어떤지 모르겠다. 인원이 부족해 시민광장, 국민참여당, 백만민란 등에서 인원을 더 모집했다. 급조한 팀치고 정말 잘하지 않았는가(웃음). 우리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무대에서 본 관객들의 아름다운 풍경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영국인 제임스가 본 풍경
한국에서 3년째 머무르고 있는 제임스(27세‧학원강사)는 동행인 장은주씨와 함께 이른 오후 도착해 추모문화제 준비 과정을 지켜봤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메모까지 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학원 학생들이 정당과 정치에 대해 많이 말해줘 오늘 꼭 보고 싶어 나왔다. 2009년 영결식 때도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알고 있었고, 당시 추모 물결에 대단히 놀랐다. 추모행사에 지금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는 것을 보니깐 내가 아는 것 보다 훨씬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인 것 같다.” 수원시민들 “비가 와서 더…”
비가 내리는데도 일찍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다리는 시민들을 만났다. 수원에서 온 이들은 지난해 오지 못해 아쉬웠는데 올해는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2009년에 영결식 준비 때문에 지난해는 수원역에서 추모제를 준비하느라 오지 못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비가 와서 좋다. 왜냐하면 노란 우비를 입을 수 있고 노란 색이 시청역에 가득하니 좋다. 올해는 서울광장만 참여하지만 내년에는 반드시 봉하마을에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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