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8
툭!툭!툭!…
지난 16일(토) 매달 둘째주 주말에 열리는 재단 산행날. 창가를 때리는 얕은 빗줄기가 단잠을 깨웠습니다.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여니 서쪽 하늘에 몰린 먹구름이 심상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우르르 울리는 천둥소리가 빗줄기의 굵기를 가늠하게 했습니다.
막바지에 접어든 유난히 길고 길었던 올 장마, 얕은 비가 지나갈 거라는 주간 기상예보와 달리 오전부터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목적지인 북한산 효자비에 도착하니 또 다시 예상과 다른 일이 일어났습니다. 신청자 중 절반 정도만 올 것이라는 짐작과 달리 대부분이 참석했던 것입니다. 이런 폭우에도 사람들을 산행에 이끈 것은 무엇일까요.
70여 명이 한 줄로 서서 걸으니 우중산책로가 사람들 발길에 절로 만들어졌습니다. 산을 오르는 동안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습니다. 이미 땀과 비에 옷이 다 젖어버린 이들은 우의를 벗었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도 우의를 벗고 등산 자켓만 걸친 채 선두에서 묵묵히 걸었습니다.
산중턱에 이르자 멀리서 천둥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나가는 비쯤은 그러려니 하며 걱정하지 않았지만 천지를 쪼갤 듯 내리꽂히는 번개는 어른들의 어깨도 움츠리게 할 만큼 사나웠습니다. 더 이상의 산행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선두 의견에 따라 중턱에서 하산하기로 했습니다.
반환점에 이르자 회원 ‘나무숲산’님이 준비해 온 ‘아이스께끼’를 하나씩 나눠주었습니다. 비와 아이스께끼, 그리고 산행이라는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것들이 한데 어우러지자 묘한 향수와 함께 산행이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듯했습니다.
산 아래에 이르자 쏟아지던 비가 거짓말처럼 뚝 그치고 하늘이 개었습니다.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도로 옆에서 무언가 열심히 따고 있었습니다. 긴 장마 끝에 단물이 빠져 맛은 좀 밋밋했지만 일행은 오랜만에 보는 산딸기가 그저 반가운지 저마다 입에 하나씩 물고 즐거워했습니다.
뒷풀이에서 한 총리와 강기석 홈페이지 편집위원장이 ‘진실의 힘으로’를 선창하자 회원들은 ‘믿음의 힘으로’를 외쳤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2주기 고양시 추모문화제에서 <노무현재단>을 처음 알았다는 한 회원이 판소리 ‘진주난봉가’를 읊자, 자연스레 답가와 장기자랑이 파도치듯 이어졌습니다.
각 테이블을 직접 돌며 회원들과 인사한 한명숙 전 총리는 마무리로 ‘분노’에 대해 말했습니다.
“최근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를 읽었습니다. 구순이 넘는 작가가 쓴 그 짧은 책을 읽으며 지난 민주화운동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투표하지 않는 것은 이 정권에 대한 악에 대한 암묵적인 동조입니다. 우리도 분노해서 모였고 저항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치하에서 5년을 또 살겠습니까. 정권교체 합시다.”
몇몇 회원은 “이렇게 비 오는데 산에 오른 것은 평생 처음”이라며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당장 주변에 ‘안 해봤으면 말을 마세요’라고 자랑해야겠다”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날 뒤풀이는 지금까지 산행 뒤풀이 중에서도 유난히 뜨거웠습니다. 지난 1년 6개월간 검찰의 기소로 고생하고 있음에도 그 어느 때보다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한명숙 전 총리가 우리와 함께 해주었고, 아주 오랜만에 모두가 비를 흠뻑 나눠 맞고 걷는 동안 ‘자연과 사람’이라는 새로운 동지애를 건져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 [봉하사진관] 한명숙 전 총리와 함께 한 우중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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