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제주시청 열린정보센터에서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 준비위원회’ 발족식이 열렸다. 이로써 제주도는 부산(2010년 10월), 광주(2011년 4월)에 이어 세 번째로 지역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있다.
예상을 넘는 호응에 이종우 공동준비위원장은 “오늘 문자만 보고 참석한 시민들도 많더라”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뜨거운 애정이 드러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운명’처럼 다시 만나다양성완 공동준비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에서 이 글을 준비해왔다”며 ‘2009년 5월 23일, 그날 이후 우리의 시간은 멈춰 있었습니다’로 시작하는 노무현재단 창립선언문을 낭독해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이날 무대에서는 청각이 불편한 참석자를 위해 행사내용을 수화로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제주위원회 준비위는 발족식에서 공동준비위원장으로 홍성수 4‧3유족회 회장을 비롯해 박성화 목사, 임문철 신부, 연담 스님, 이행진 교무 등 종교계 인사와 이종우 위원, 양성완 위원, 김형규 위원 등을 선임하고 실무위원으로 선명애 제주 인터넷뉴스 대표, 오정훈 한국자치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등 43명을 위촉했다.
2002년 대선 때 제주 지역은 대선캠프에서도 가장 열성적인 지역이었지만 대선이 끝난 뒤 대부분은 생업으로 돌아갔다. 실제 이날 선임된 공동위원장과 실무위원들은 전복 양식업이나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등 평범한 시민들이다. 2009년 노 대통령 서거로 다시 만날 수밖에 없었던 옛 ‘동지’들과 그때 이후 활동을 시작한 시민들이 ‘운명’처럼 모여 지역위원회 발족식을 열게 된 것이다.
닉네임 ‘서귀돌이’는 “오프라인 모임에 나온 게 오랜만이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고 만날 수밖에 없는 게 운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역위원회가 과거 공과를 잘 살려 좋은 점은 이어 가고 문제점은 해소해 발전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폭우피해 입은 정연주 이사, 제주행 비행기에 오르다발족식이 끝난 뒤 정연주(전 KBS 사장) 재단 이사의 ‘언론과 권력, 그리고 시민주권’이란 주제의 특강이 이어졌다. 정 이사는 새벽에 쏟아진 중부지방 폭우로 집에 물이 차고 전기가 나가는 등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일찌감치 약속된 일정을 미룰 수 없었다고. 폭우로 초토화된 방배동 지역을 헤치고 나와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 이사는 짬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피해상황을 살피고 부인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정 이사는 강연을 시작하자 특유의 강건한 목소리에 간간히 유머를 섞어가며 청중의 집중을 끌어냈다. 현재 절망적인 언론 상황을 이기기 위해선 ‘희망의 시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강연이 끝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올해 초 KBS 새노조가 기자‧PD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61%가 회사 간부로부터 제작 자율성 침해를 당했고 무려 94%가 공정성이 악화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언론은 절망적인 상황이다.
강연 다니면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어떻게 40% 가까이 나옵니까. 사실입니까.’ 그런데 전 반대로 질문하고 싶다. 역사에 전례가 없던 편파 언론들이 판치는 세상에 왜 40% 밖에 안 나오는가. 우리 시민들에게 희망이 있다.
미국 ‘무브온’의 나라를 사랑하는 50가지 운동을 요약하면 당신이 가진 재능, 돈, 시간을 바치라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노무현재단> 후원회원이 3만명 5천명이 넘어간 것은 기적이다. 우리 재단이 한국의 ‘무브온’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하고, 가능하다고 본다. 많이 참여하고 또 참여하자.”
“노무현재단 만세! 만세! 만세!” 이어진 뒤풀이에서 김두연 전 4.3유족회 회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만세삼창을 선창했다. 갑작스런 제안이었지만 회원들은 가슴 벅찬 듯 우렁차게 제창했다. 4.3유족들의 표정과 결의는 특히 남달랐다.
이들은 국가원수로서 첫 공식사과를 통해 50여 년간 자신들에게 씌어 있던 역사적 굴레를 걷어준 노 대통령에 대해 그분이 떠난 후 은혜를 갚을 길이 없었는데 이제 노무현재단 지역위원회 발족을 통해 조금이라도 덜 수 있어 다행이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홍성수 4.3유족회 회장은 “노 대통령께서는 첫 공식사과도 하셨고 우리의 명예도 회복시켜주셨다. 또 봉하 사저에도 초청해주셨다”며 “전국에서 세 번째 지역위원회 출범이지만 대통령께서 제주에 보여준 사랑을 생각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이제 더 잘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노무현재단 제주지역위원회 창립 대회는 9월초에 열릴 예정이다.
제주지역위원회준비위 구성 명단
<준비위원장> 김형규 위원, 이종우 위원, 양성관 위원, 홍성수 4.3유족회장, 박성화 목사, 임문철 신부, 이행진 교무, 연담 스님
<실무위원> (가나다 순) 강경식, 강민숙, 강성권, 강인숙, 김충민, 고창덕, 공종식, 김경태, 김대원, 김대진, 김성대, 김성석, 김옥란, 김용균, 김우영, 김정리, 김정조, 김형준, 김화현, 문성은, 문승준, 문정원, 박정혜, 박주희, 박진우, 박철수, 부창훈, 부현철, 선명애, 안미영, 양은범, 오경환, 오동주, 오성익, 오임종, 오정훈, 이군옥, 이명숙, 이양심, 장원형, 전재홍, 진순효, 홍광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