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한을 예측 못할 장마와 폭우, 여기에 무더위까지 오락가락 계속되고 있는 요즘. 지난 주말에는 태풍 무이파가 한반도를 스쳐가면서 전국에 긴장감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봉하마을에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대통령님 추모의집 마당, 대형 걸개그림이 걸려있는 전시대 기둥이 거센 바람을 버티지 못하고 넘어져 훼손된 것입니다. 2주기를 맞아 선보인 추모사진 전시대의 지붕도 바람에 날아갔습니다. 다행히 봉하에서 일하는 재단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신속히 복구에 나서 야외전시부스는 원래 모습을 찾았고, 대통령님이 손들어 인사하고 계신 대형걸개도 무사합니다.
다만 걸개그림이 오랜 시간 햇빛에 노출되어 상태가 좋지 않은 관계로 더 훼손되기 전에 잘 보존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 더 이상 추모의집 마당에서는 전시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걸개그림은 잘 말린 뒤 노무현재단 사료관에 보관될 예정입니다.
친환경농법 4년차의 봉하를 배우러 오는 전국의 농군들하지만 이런 변덕스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봉하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여전히 분주합니다. 아이들 여름방학과 직장인들 휴가의 절정인 요즘은 가족단위와 단체별로 대통령님을 뵈러 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평소 주말에만 운영하던 묘역 분향을 평일에도 계속해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묘역 입구에 새로운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노랑개비도 날개와 기둥을 손봐 전보다 더 쌩쌩한 자태로 방문객들을 맞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은, 전국 각지에서 봉하의 친환경쌀농사를 배우려는 움직임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나주시 공산 삼한지권역과 고창읍 친환경쌀 작목반원들이 대통령께 참배하고 친환경 오리-우렁이쌀, 그리고 대통령님의 환한 미소가 자라는 봉하들판을 다녀갔습니다.
2주기 추모행사의 하나로 준비했던 추모의집 담쟁이잎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릅니다. 원래는 2주기가 끝나는 5월 말까지만 전시하려 했지만, 방문객들의 반응이 좋아 이제는 담쟁이 스티커가 추모의집 안쪽까지 들어올 정도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담쟁이 벽이 낮아 대통령님이 계신 곳까지는 닿지 못하겠지만 수천의 담쟁이에 담긴 그 마음은 이미 대통령님께 닿았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봉하, 그해 여름의 추억’을 미리 챙겨가세요”전남대 학생들로 구성된 패기 넘치는 자전거 국토대장정팀이 노란색 유니폼들을 맞춰 입고 봉하를 찾아 묘역 참배 등 의미 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국토대장정팀은 봉하에서 ‘광주 5.18민중항쟁이 민주화 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음을 알리는 홍보활동도 벌였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의 세계유산 등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산지역 ROTC 예비역 용사들은 생태연못의 백련제거 자원봉사로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사시사철 봉하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열심인 자원봉사자들도 여전히 건강한 웃음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8일은 24설기 가운데 입추였습니다. 어른들 말로 “참 징하다” 싶은 올여름도 곧 꼬리를 내릴 것입니다. 하지만 봉하의 여름에는 그냥 보내기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귀한 삶의 ‘내음’이 담겨 있습니다. 봉화산 사자바위에 올라 점점 짙어가는 봉하들판과 ‘내마음속 대통령’ 자색벼를 바라보는 기쁨, 뱀산과 개구리산, 그리고 계절을 실어 나르는 화포천의 싱그러움까지. 봉하의 여름 한 가닥쯤 여러분 가슴에 담아놓고, 흰눈 내리는 계절에 ‘봉하, 그해 여름의 뜨거웠던 추억’을 행복한 기분으로 꺼내보시길 바랍니다.
- 사진 : 보미니성우, 파란노을, 세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