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나세요? 어린 시절 비가 오면 옷이 젖든 말든 쏟아지는 비를 즐기며 마냥 뛰어놀았던 추억. 빨래는 엄마 몫이고 동심엔 그저 비조차 신나는 놀이소품이었던 그 때, 우린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첨벙첨벙 거칠게 없었지요.
나이를 먹는다는 건 뭘까요. 이런저런 조심스러움과 움츠림? 문득 화가 났습니다. 이번 토요일. 우리는 봉하에서 열릴 대통령님 탄생 65주년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날씨 예보는 ‘전국적 비’ 소식입니다. 매일 매일 비 걱정을 하다가 드는 생각이 그겁니다.
‘그래, 왜 꼭 비 걱정을 해야 하지? 까짓것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즐기면 되지. 어릴 땐 비가 오면 되레 세상이 온통 놀이터였는데….’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역발상. 우리가 왜 궁색하게 날씨 걱정을 해야 할까요. 쨍하면 쨍한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그냥 즐기면 되지 않나요? 옷이 젖으면 한번 빨고 말죠, 뭐. 부산·경남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아무리 비가 와도 2만, 3만 명이 경기장을 지키며 응원하다지요. 그보다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대통령님 오신 좋은 날, 비가 오나 눈이 오나...이번 토요일, <봉하음악회>는 그냥 ‘고’입니다. 무대를 날려버릴 허리케인급 태풍만 아니면 그냥 갈 겁니다. 왜냐구요? 인생 살다보면 우리 가는 앞길에 눈도 오고 바람도 불고 비도 오고 그런 거죠. 그러면서 가는 거죠. 왜 그깟 날씨까지 신경 써가며 걱정하고 요리조리 피해가야 할 이유가 뭐 있습니까.
출연자들도 비 오면 좀 맞고 말겁니다. 객석에 있는 권양숙 여사님과 문재인 이사장님도 비 좀 맞으실 각오입니다. 서럽게 맞는 비가 아닙니다. 대통령님 오신 좋은 날이니까요. 그냥 즐긴다고 생각하면 되죠. 여러분도 그렇게 맞으며 즐기면 어떨까요. 공연장 바로 옆에 누워 계신 그날의 주인공, 대통령님도 오는 비 다 맞으시며 우리와 함께 하실 테니까요.
비에 초탈하려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억울해서 그렇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님을 모시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모릅니다. 참으로 어렵게 무대에 오르기로 수락하신 한 전 총리님은 공연을 앞두고 노래방에서 몇 번이고 연습을 하셨답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노래 들려드리려구요. 공연에서 그저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홀로 노래방에서 노래 연습하는 전직 국무총리 모습 상상하면, 연출진이 그깟 비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게 미안합니다.
도종환 시인, 이창동 감독, 문 이사장 사모님, 그리고 성악가 선생님들, 특히 정훈희 권진원 이희아씨 모두 어렵게 무대에 서기로 결정한 분들입니다. 그 분들 모두 그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2010년 봉하 작은음악회 모습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대통령님 탄생축하의 의미를 뜻깊게 하기 위해 기꺼이 출연하기로 하고 준비하고 계신 겁니다. 그 모든 분들의 노력과 정성이 아까워서라도, 비가 쏟아지든 말든 그냥 ‘고’ 할랍니다.
여러분도 함께 ‘고’ 해주시겠습니까? 옷 따뜻하게 입고, 비 옷 단단히 준비하고, 오는 비 맞으면서 ‘Rain Festival’로 해봅시다. 철퍼덕 철퍼덕 놀아보며 대통령님을 느껴봅시다. 동심으로 돌아가, 한 판. 그럴 분들은 봉하로 오십시오.
비가 안 오면 어쩌냐구요? 아니면 말죠. 제목을 ‘Moonlight Festival’로 바꾸면 되니까요. 뭐 대수입니까. 어찌됐든 우리는 갑니다, 봉하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대통령님 생신을 빼먹어서야 되겠습니까. 거듭 여러분을 봉하로 초대합니다.
▶ 노무현 대통령 탄생 65주년 기념 <봉하 음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