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글에 쓰여 있는 한 줄.
“운명이다.”
많은 이들의 가슴에 화인처럼 남아있는 한 구절이리라 생각합니다. 문재인 이사장님의 <운명>이 책으로 나왔을 때 첫 장 “그날아침”이라는 제목을 보고 더 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 첫 장을 넘기기 힘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은 역시 “운명이다”로 끝납니다.
문재인의 운명과 우리의 운명이 만나는 날‘운명 북콘서트’ 부산 행사는 8월 26일(금) 저녁 8시부터 부산MBC 롯데시네마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실력 있는 기획자인 탁현민 교수(성공회대)의 재치 있는 사회로 2시간 30분가량 진행되었는데, 객석을 꽉 채운 900명의 관중들 중에는 부산시민을 비롯해 캘리포니아와 영국, 포항 등 멀리서 오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공연의 시작은 맛난 입담과 상큼한 노래를 선사한 “일단은 준석이들”이 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시간. 무대에 오른 문재인 이사장님,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기자,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김기식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가 함께 만드는 본격적인 토크 콘서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오연호씨의 진행으로 서로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토크쇼의 주제는 “문재인의 운명은 무엇이고 그와 함께하는 우리의 운명은 어디로 가는가?”였습니다. 주로 야권통합운동에 대한 현황, 총선과 대선에 대한 전망, 이후 만들어나갈 민주정부에 대한 바람 등에 대한 질문이었고, 역시나 문재인 이사장께는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출마에 대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문성근 대표는 “말 그대로 ‘국민이 이 정국을 뒤집자’는 민란 운동을 시작하면서 유력한 사회지도자들과 시민단체에 함께 하자고 호소해 왔는데, 문재인 이사장님이 본격적으로 함께 해 주셔서 고맙고, 이제 야권통합운동이 세력화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어 최근의 정당간의 통합움직임과 관련해서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결합은 진보적인 정당들이 대중정당화 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참여정부 때 깊어진 감정의 골이 메워지는 기능도 한다고 본다. 대통합을 하는데 가까워질 수 있다는 긍정성이 있다”는 의견을 말하며 새로운 민주정부가 만들어진다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근현대사 교육을 강화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역사교육을 의도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역사적 문맹을 양산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최근 문재인 이사장님, 문성근 대표와 함께 ‘혁신과 통합’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김기식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는 “운명은 피할수 없는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소명이 있다. ‘혁신과 통합’ 활동에 대해 통합이 능사인가 라고 되묻는 시민단체도 있고, 반응도 각각이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작은 차이를 뛰어넘어서 힘을 합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연합군이다. 새로운 비전에 대해 행복한 꿈을 꾸고 그것을 위해 함께 하자”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부산시민들에 하고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며 “우리 정치에서 지역주의 구도는 운명 같은 한계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끝없는 좌절 속에서 성공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신 분이다. 우리의 운명에 도전해서 지역주의 구도를 부산에서 문재인 이사장과 함께 도전해서 뛰어넘어 주시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덧붙였습니다.
문재인 이사장님은 “총선과 대선의 승리를 위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MB정권의 역주행은 심각하다. 국민의 피로도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안세력이 부족하다. 통합운동을 통해 대안세력의 그릇을 만들어 낸다면 승리를 확신한다. 후보단일화의 수준이 아니라 더 큰 정당을 만들자.”
이어 이사장님은 달라진 부산의 민심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부산의 민심도 한나라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던 분위기에서 완전히 달라졌다. 다만, 그렇다면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에 대해 망설이고 있다. 전국정당을 만들어 낸다면 내년 총선에서의 과반석 확보도 크게 어렵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선거를 돕는 것인지 깊이 고민해 보겠다.
참여정부 집권이후 보수 세력의 반발과 저항 못지않게 진보세력의 비판과 분열이 너무 가슴 아팠다. 이제는 집권 후의 성공을 위해서도 통합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동지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뉘어져 있는 정당들이 통합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당에게 통합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 속에서 광범위한 통합세력을 규합하고 도도한 통합의 흐름을 만들어 낼 것이다.
참여정부의 집권을 경험삼아 이제 다시 집권한다면 집권 후 국가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을 공통분모로 각 정당들이 통합을 실현하고 정책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다. 겸손한 정치, 국민을 존중하고 대접하는 정치가 되었으면 좋겠다.”
안타깝게도 기다리던 박혜경님의 공연은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대신 루나틱밴드 이재영의 공연으로 대체되었는데 관중들과 함께 즐겁게 노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어 준비된 질문코너 “문재인에게 묻다”가 진행되었습니다.

“출마는 안하십니까?”라는 가장 쉬운(?), 그리고 단도적입적인 질문에 “어떤 길이 최선일지, 감당할 수 있는 길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통합운동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깊이 고민해 보겠다”고 신중한 답변을 하셨는데, 탁현민 교수님은 곧바로 말을 받아 “사실상 출마선언이죠?”라고 받아치시더군요. 탁현민 교수의 재치와 문재인 이사장님의 진지함에 관중들은 즐거울 따름입니다.
문재인 이사장님의 트레이드 마크인 “소신”을 지키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보면 소신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세상을 쉽게 사는 법이다. 매번 선택의 길에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큰 원칙을 정해놓고 사는 것이 편하고 쉽게 사는 법이다. 살면서 깨우친 지혜”라고 대답하셨습니다.
또,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참여정부에서 일하면서 대통령과 의견이 다른 적도 있었고, 이라크 파병 외에 양극화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 등 좀 더 잘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었어야 했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많았다”고 참여정부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셨습니다.
최근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대해서는 “오세훈 시장의 선택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본 정치인 중 가장 이해 안되는 정치인이다. 덕분에 복지논쟁이 가속화된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말해 객석은 또 한 번 폭소가 터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무대가 어색하고 특히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오르니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런 콘서트를 기획해 준 탁현민 교수에게 너무 고맙고 책을 함께 읽어준 독자들과 이 자리에 함께해 준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는 혁신과 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콘서트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시민들과 계속 만나겠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모두의 가슴에 또 한 번 ‘운명이다~!’ 라는 말이 새겨질 것 같습니다.
우리 각자에게 놓여진 운명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