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아픈 마누라를 뒤로 한 채 골프를 치러나간 남편에 대한 섭섭함이 덜 가라앉은 상태로 조기숙 교수님의 <자녀를 성공으로 이끄는 부모리더십> 강의에 왔는데 하필 교수님의 첫말씀이 ‘자녀교육은 골프와 같은 것’이란다. 즉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하지만 들인 만큼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골프에 대한 반감은 있지만 어찌할 수 없이 공감한 오프닝이었다.
사실 ‘성공’이라는 말에 대해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진보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지라 과연 노무현 시민학교에서 가르치는 자녀의 성공은 어떤 것일까 참으로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발상의 가정교육을 통해 도덕적인 메인스트림으로 자녀를 키우자는 것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정의롭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므로 정의로운 인간으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미래에 대한 공부 뿐 아니라 항상 열린 자세로 자녀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셨다.
한편 자녀가 공부 외에 뭔가 다른 곳에 열정을 보이더라도 훗날 분명 써먹을 데가 있으므로 믿고 기다려 주라고 하시는 부분에서는 살짝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고딩 아들넘이 수시로 피아노를 쳐대는 지라 ‘저 녀석이 피아노 칠 시간을 줄여 수학문제를 풀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아들의 피아노 소리를 지겨워했기 때문이다. ㅋ
공짜로 버려지는 것은 없으며 목표달성이 빠르다는 것이 반드시 성공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셨다. 또 부모와 자녀의 성공기준이 다를 때 갈등이 발생하지만 진보적인 부모라면 대화와 설득을 통해 자녀와 합의점을 찾으라 당부하셨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리더들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성공의 방정식을 제시하셨는데 여러 가지 중 성공은 무엇보다 습관인데 이 습관 또한 절제력으로 키워진다는 것, ‘꿈 너머의 꿈’ 즉 비전이 아닌 미션을 갖고 어떤 쓰임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와닿았다.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부분도 이미 사춘기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공감과 동시에 안타까움도 들었다. ‘다시 낳아서 기른다면 정말 잘할 수 있는데’라는 후회가 들 정도였다.
부모가 자녀의 가능성과 한계를 설정할 수 있다는 말씀에서는 벼룩을 유리병에 넣어두면 그 유리병 높이밖에 튀어 오르지 못한다는 예를 드셨는데 부모가 제공한 유리병 크기에 따라 아이의 가능성이 결정된다는 것에 참으로 만감이 교차했다. 늘 딸아이의 꿈이 작다고 속상해 했었는데 아마도 그건 내가 아이를 작은 유리병에 가둬놓아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큰 그림으로 자식을 키우기보다 그저 내 품안에서 안정적으로 자라기를 바랐던 것이 분명하다.
조 교수님은 조기 영어교육이나 영재교육이 아닌 ‘조기 가정교육을 위한 십계명’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모든 부모의 리더십은 제도가 받쳐줘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 부분에 이르러서는 역시 깨어있는 시민들의 교육운동이나 사회의식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생각되었다.
생물학적으로 나의 아이만이 아니라 세상에 내보냈을 때 제대로 사람노릇을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부터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이래서 역시 평생동안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이런 강좌를 진작에 아이가 어렸을 때 들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강의를 들으면서 딸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엄마가 너무 마구 너희를 키운거 같아! 교수님 강의들으니 자괴감 작렬이다...제발 아니라고 말해줘!” 딸아이의 답문자 “ㅋ 아셨음 지금부터 잘하슈!”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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