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시민학교> 제7기 시민주권 강좌 ‘나는 시민이다’가 마무리를 향한 힘찬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3강의 주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역이다.” 충남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는 강연 주제부터가 마음에 작은 울림을 주었다. 더군다나 내 손으로 직접 뽑은 우리 지역 도지사께서 강연을 오신다니 더더욱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우리 노래 ‘흙에 살리라’로 이야기의 문을 열었다. 귀에는 익숙한 노래지만 노랫말을 귀 담아 들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특히 ‘나는야 흙에 살리라 부모님 모시고 효도하면서 흙에 살리라’ 하는 구절이 마음에 닿았다.
강연장에 울려 퍼진 노래처럼, 30년 만에 돌아간 고향에서 도지사를 맡아 지역을 가꿔나가는 안 지사처럼, 나 역시 하고 싶은 공부를 마친 뒤 고향에 돌아가 지역을 위해 일하며 살아가는 꿈을 꾸고 있다. 모든 것을 품어 안고, 생명이 좀 더 값진 생명일 수 있게 키워내는 흙처럼 우리가 서로를 보듬어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3농 문제는 혁신으로 풀어야 한다”강연의 핵심은 ‘농업, 농어촌, 농어민’으로 통하는 이른바 ‘3농 문제’에 대한 해결과 지방자치, 분권에 대한 이야기였다. 3농 문제는 경제개발에 주력하던 시절부터 사회적인 과제로 규정되어온 것이지만 어디에서도 주목받지 못하고 오랜 시간 방치되어 왔다.
안 지사는 3농 문제 해결의 실패요인이 “규모의 경제와 제도적 접근법으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으로 풀었다. 또한 정치인들이 시장의 산업적 구조 안에서 패배자에 대한 사회적 안정망을 보장하고 ‘농업’이야말로 지역발전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키워드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3농 문제는 혁신으로 풀어야 합니다. 농민이 먼저 생산혁신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고, 공동출하 등의 방식으로 지역산물에 대한 협조체계를 갖춰 단결해야 합니다. 정부는 갑과 을의 관계를 떠나 동지적 관계로 식량안보와 주권의 차원에서 혁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서울에서 우리나라 농어촌 농어민들에 대한 이야기,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무척이나 좋았고 감사했다. 특히 이제는 농민이 단결해 혁신과 전략을 세워야하며 도시의 소비자들은 착한 소비자가 되어야한다는 말씀은 정말 인상 깊었다.
또한, 지방자치의 확대와 지역균형발전의 성공이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말도 크게 공감되었다. 안 지사의 말처럼 우리사회의 권력은 덩치와 힘이 점점 커져 우리들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정치든 기업이든, 사회 곳곳에서 권력이 올바르게 쓰이는 것을 보기 힘들다. 권력에 의해 움직이는 허울뿐인 민주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우리가 풀뿌리 민주주의, 시민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성장시켜야할 분명한 이유다.
“대통령님이 보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세요?”<노무현 시민학교>에 참여하면서 매 강연마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대통령님 이야기는 시민학교 학생들은 물론 연단에 선 강연자까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동요를 일으킨다. 퇴임 뒤 봉하마을로 돌아가 농사꾼이 되셨던 대통령님.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내 옆의 사람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보듬었으며, 그들과 함께 좋은 세상, 살맛나는 세상,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셨던 ‘우리’ 대통령님.
질의응답시간에 누군가 안 지사에게 대통령님이 보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청산유수로 답하던 안 지사가 이 질문에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뒤 눈을 글썽이며 “며칠 전에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밤늦도록 보았다”고 말했다. 그 마음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을 줄줄 흘리고 말았다. 노무현 대통령님 같은 사람이 우리와 함께 해주었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을 주고 용기가 되는지 모른다.
SNS의 확산으로 온갖 사회적 정보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보와 텍스트의 양이 아니다. 거기서 무엇을 얻어내느냐는 각자의 몫, 선택의 과제다. 더더욱 공부하고 대화하면서 진정한 소통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나는 노무현 시민학교 학생이다”시민학교의 매력은 우리나라의 현실과 정치경제적 과제, 다양한 삶의 이야기, 그리고 대통령님의 철학 등을 평소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분들에게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서 노력해온 인생의 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기쁨은 정말 크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 자체만으로도, 나에게 이런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행복하다. 요즘은 항상 ‘나는 시민이다’ 강좌가 열리는 목요일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20대 청년으로서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할 길은 어디인가 늘 생각한다. 무어라 콕 집어 정의할 수는 없지만, 안 지사의 말처럼 “긴 행렬의 가장 후미진 곳에서 함께 배낭을 메고 걸어가는 사람, 나의 신념과 소신, 그로부터 선택하고 주장한 일로부터 도망가지 않는 사람, 나와 같은 것을 믿는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아 흐름을 만들어내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내 삶의 여정이 올곧이 그 길 위에서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전진하는 시간들이면 좋겠다. 그렇게 좀 더 나은 사람, 좀 더 나은 삶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