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의 ‘토크 & 수다’
“학자 군주 노무현…변론하려 공소장의 책 백여권을 다 읽어”
“청와대에 있던 사람들은 노 대통령님을 빼면 이정우 교수님을 모두 제일 존경했다.”
“문재인 변호사를 인수위 때 처음 만났는데, 늘 웃고 찡그리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주 부드럽다.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인품을 가지셨다.”
대구경북지역위 출범식 2부 ‘문재인과 함께하는 토크 & 수다’에서 청와대에 함께 근무했던 인연을 갖고 있는 문재인 이사장과 이정우 교수가 털어놓은 서로에 대한 생각이다. 단순한 겸양을 넘어 서로 과찬이라며 자신은 맨발로 뛰어도 따라가지 못하는 ‘족탈불급’ 수준이라고 말까지 나와 관객들의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그야말로 ‘토크 & 수다’였다.

이정우 교수가 한겨레신문에 썼던 ‘학자 군주 노무현을 그리며’라는 글이 화두가 됐다. 노 대통령은 얼마나 책 읽는 것을 좋아했을까? 전직 정책실장과 비서실장이 지켜본 노 대통령의 학습에 대한 열정은 누구도 따라오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제가 ‘학자 군주 노무현’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평소에 보수쪽에서 ‘노무현은 상고 밖에 안 나왔다’며 학벌을 갖고 시비를 걸었는데, 사실 중요한 것은 인품과 실력입니다. 그 분은 정말 책을 많이 읽어서 명륜동 자택의 거실 전체가 책으로 가득 찼는데, 대선 때 (자택을 찾은) 기자들이 ‘여기 있는 책을 얼마나 읽었냐’고 물었더니 당시 노무현 후보가 ‘거의 다 읽었다’고 대답해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 분은 거짓말 하는 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정말 학식이 많고 공부를 많이 한 분입니다. 조선시대 왕 중에 세종과 정조 두 사람이 학자 군주로 꼽히는 성군인데,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 중에서도 가장 학자 대통령이 노무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노 대통령께서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인권변호사가 되고 민주운동가로 변신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 부산지역의 대표적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 사건이었는데, 그 사건 공소장에 책이 백여 권 나옵니다. 그 책들을 학생들과 청년들이 읽고 공부하면서 북한에 대해 고무 찬양하는 발언들을 했다는 게 공소장 내용인데, 노 대통령님은 변론을 하면서 실제로 그 책들이 그런 내용인가 확인하기 위해 백여 권을 깡그리 다 독파했습니다. 그 후 한동안 사회과학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 시기에 나왔던 사회과학서적들을 99.9% 다 읽었을 것입니다.”
사회자가 끼어들었다. “노무현 대통령께선 컴퓨터를 사면 매뉴얼부터 열심히 보신 후 컴퓨터를 켜는데 그러다 컴퓨터를 뜯어본다고 하다가 망가뜨리기도 하셨다던데”(웃음). 이 대목에서 문재인 이사장이 장난기가 도는 얼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한 마디 거들었다.
“권양숙 여사님께서 한 번씩 웃기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면, 댁에서 벽에 못을 칠 일이 있으면 책부터 찾아보고(웃음), 그렇게 방법을 공부한 뒤 드디어 못을 치는데, 손가락을 탁 친다고(폭소). 우스갯소리였지만, 그렇게 뭐든지 책을 통해 먼저 기초와 토대를 쌓고 그것에 근거해서 실천을 해나가는 게 습성에 배어있는 분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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