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19
이 땅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일생을 바친 김대중 대통령. 남북평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2000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열었다. 남북한 정상이 직접 만난 것은 1945년 한반도 분단 이후 55년만의 처음이었다. 그가 열었던 ‘금단의 길’은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걸어서 넘었다.
6.15 남북정상선언 13주년 되는 날
6월 15일은 2000년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한 6.15남북정상선언 13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맞아 노무현시민학교에서 주최한 ‘하의도 역사탐방’. 김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보좌한 최경환 전 비서관(현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이 하의도 역사탐방에 동행했다.
전남 진도에서 살고 있는 나는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 개관식이 열리는 목포에서 탐방단과 합류했다. 유난히 더운 날, 햇볕이 쨍쨍하다 못해 ‘불볕’ 같았다. 그렇게 시작된 역사탐방은 1박2일의 짧은 동행이었지만 처음 열리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의미만큼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백만 교장의 진솔한 리더십과 시민학교팀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번 탐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오감만족’ 체험이랄까. 식사를 할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밥상(나는 남도에 살아서 그런지 늘 보던 음식인데,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온 분들은 맛있다고 난리였다ㅎㅎ), 남도 바다와 섬들이 어우러진 비경, 유달산과 목포대교에서 만났던 바람결.
눈과 귀, 마음까지 즐거운 오감만족
목포와 하의도에서 체험했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유재란 때 첨병역할을 했던 목포 달동 고하도 민초들의 역사와 노적봉. 그리고 이순신 장군과 얽힌 이야기, 근현대사 격동의 세월과 일제 수탈의 역사를 담고 있는 국도 1호선 기점, 1987년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개항한 목포항과 함께 시작된 침탈의 역사는 도시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일본 제국주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욱일승천기를 건물 외벽에 치장한 목포 유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옛 일본영사관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주신 목포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 김정섭 소장님. 근현대를 직접 겪은 김 소장님의 구구절절한 목포야사는 국권침탈의 유적지에서 조상들의 상흔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시민학교 역사탐방길에 깜짝방문한 박지원 의원이 들려준 6.15 정상회담 에피소드는 남북화해 시대를 열고자 했던 김 대통령의 의지와 더불어 인간 김대중의 면모를 다시금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박 의원은 평양 만찬에서 불렀다는 노래를 선보였는데 그 실력도 뛰어나 탐방단 전원의 앵콜을 받았다. 이희호 여사님이 노무현시민학교 역사탐방단 방문 소식을 듣고 반가움과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옥빛바다, 하의도
이튿날 새벽, 목포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의도행 쾌속선을 탔다. 하의도 탐방을 함께할 최경환 전 비서관이 일행들과 먼저 와서 우리를 반겨주었다. 쾌속선은 섬과 섬 사이를 1시간여 달렸다. 다도해는 말 그대로 ‘섬의 바다’였다. 섬들이 끊이지 않고, 나타났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의도에 도착했다. 휴일인데도 김지곤 면장님을 비롯한 직원들의 뜻밖의 환대를 맞았다. 어딜 가나 친절한 남도 분들의 정겨움은 이번 탐방에서 잊을 수 없는 또다른 선물이었다.
김 대통령이 어릴 적 다녔던 서당 ‘덕봉강당’에서 그분의 소년시절을 추억했다. 이어 김 대통령 생가에서 단체참배와 함께 생가복원 과정을 들었다. 뜻있는 경상도 시민들이 모아준 성금이 복원과정의 출발이 됐다는 게 인상 깊었다.
350년간에 걸친 하의3도 농민들의 토지탈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하의3도 농민운동기념관’과 소금박물관을 경유해 이번 탐방의 하이라이트인 하의도 해안을 일주했다. 최근에야 발견돼 하의도 명소가 되었다는 큰바위얼굴. 김 대통령의 넉넉함을 닮았다.
하의도 해안은 자연이 내려준 감동, 천혜의 아름다운 그 자체였다. 눈앞에 펼쳐진 ‘옥빛바다’에 탐방객들은 넋을 잃었다. 유럽, 남미, 남아시아의 유명한 해안보다 낫다고들 했다. 전라도 지역이 다른 곳보다 개발이 뒤처지는 바람에 사람 손을 타지 않고 자연을 보존할 수 있었다는 해석은 아이러니하기도 했다.
탐방단 차량을 안내한 하의도 주민은 이렇게 맑고 평온해 바다색이 고운 날이 1년에 며칠 되지 않는데, 이날은 유난히 날씨가 좋다고 여러번 말했다. 최경환 전 비서관은 “하늘에 계신 노 대통령이 ‘시민학교 탐방단이 가니 날씨를 좋게 해달라’고 김 대통령에게 전화하신 모양”이라며 웃었다.
하의초교에서 흘린 눈물
오후엔 김 대통령 모교인 하의초등학교 강당에서 최경환 전 비서관의 특강을 들었다. 하의도 탐방 가이드와 강연을 모두 맡기는 처음이라는 최경환 전 비서관은 구수한 입담과 재치로 김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는 물론이고 가치와 철학, 정책을 술술 풀어냈다. 조만간 스타강사 반열에 오를 것 같다.
최경환 전 비서관이 들려주는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이야기는 한국 현대사, 정치사의 거목이기도 하지만 자유와 평화를 추구했던 두 사람의 인간적인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서거했던 당일 김 대통령이 ‘내 몸의 절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라고 통탄했던 과정을 술회할 때는 최경환 전 비서관도 말을 잇지 못했고, 탐방단들도 눈물을 흘렸다. 이명박 정권의 반대로 영결식 조사를 하지 못했던 김 대통령의 안타까움도 전했다.
“김대중 시대가 따로 있고, 노무현 시대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김대중-노무현 시대로 가야 성공합니다. ‘김-노시대’라고 부르십시오. 그래야 성공합니다”라고 했던 김 대통령의 말로 이날 특강은 끝났다.
이번 역사탐방에는 고령 어르신들이 많이 참석했다. 84세가 최고령이었고, 60대 이상이 꽤 되었다. 시민학교 역사탐방이 격동의 근현대사를 체험한 세대와 미래 젊은 세대와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그리고 ‘서로에게 형제이자 스승이었던 두 사람. 둘이면서 하나였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가슴에 느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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