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문화탐방 후기] 이야기가 있는 ‘구수한 시간여행’
남산골한옥(韓屋)마을에 다녀와서…
사람사는 세상 회원 ‘morakono’

지난 화요일에 휘몰아친 태풍이 오늘(5일)도 혹시 영향을 주면 어쩌나 하는 염려는 나만의 기우였다. 탐방산책 하기에 더 없이 좋은 날, 산들한 바람(美風)까지 귓가를 스치며 도착 한곳은 남산아래 ‘한옥마을’. 그러나 웬걸, 참여회원이 모두 여성들이고 남자라곤 딱 나 혼자다. 졸지에 속창알머리 없는 머쓱한 불청객이 되어 버렸다.
우선 서울도심에 대표적인 한옥마을 하면 북촌동 한옥마을과 남산골 한옥마을이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자리한 북촌 한옥고을은 실제 생활거주 한옥으로 이어오고 있으며, 남산 한옥마을은 남산 살리기 일환으로 복원된 전시성 체험마을이라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접근성이 용이해서인지 국내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는 해설사의 귀띔이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의 전통문화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을 때 도심 속 우리 전통가옥 명맥을 잇는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전통 한옥의 미와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명소를 찾아 조상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전통놀이와 체험도 할 수 있어 교육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문화탐방 날도 단체로 온 아이들이 제법 많았다.

원래 조선왕조 500년 사직을 떠받쳐 온 이곳은 선비들이 갓끈을 빨 정도로 맑은 물이 흘렀다. 졸졸 물소리를 들으며 실개천과 나란히 산책을 하는 기쁨! 아쉬운 점이라면 이른 봄이라 만개한 벚꽃과 철쭉을 볼 수 없어 푸릇푸릇한 소나무로 대신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박영효’ 고택 명이 일제 강점기 대표적 친일파 논란 속에 ‘민영휘’ 고택 명으로 바뀐 사연과 바로 위 군사독재시절 악명 높던 ‘중앙정보부’ 건물이 시야 속에 들어온 것이었다.
날이 저물고 저녁이 되면 한옥마을은 또 다른 세상으로 변한다. 재밌는 것은 은은한 저녁 정취를 위해 기와 처마 밑에 인테리어 조명등을 달아놓았는데, 밤이면 이 주변에 연인들이 많이 모이면서 마루나 한옥 담 사이의 좁고 으슥한 공간에서는 차마 보기 민망한 광경이 종종 연출되곤 한다는 것이다. 한옥마을이 ‘애정촌’으로 바뀐다는 해설사의 맛깔 나는 해몽이 왠지 정겹게 들렸다.
찌든 도심 생활에 지쳐 잠시 휴식이 필요할 때, 쉽사리 가지 못할 먼 곳을 생각하며 아쉬워말고 새소리 물소리 함께할 수 있는 남산한옥마을,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 따라 산책해보라고 감히 자신 있게 강추하고 싶은 추억의 문화탐방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