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6
어느덧 <노무현의 민주주의 전략론>의 마지막 시간을 맞이했다. 다섯 번째 강의부터는 ‘리더십과 팔로워십’ 주제로 진행됐는데 리더십을 세 번 배웠고, 마지막 시간에 팔로워십을 공부했다.
팔로워십, 흔히 들을 수 있는 단어는 아닌 것 같다. 리더십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듣지만, 팔로워십은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공부를 하면서도 이전 강의와는 다르게 다소 모호하고 이해가 분명하지 않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익숙지 않은 개념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팔로워’와 ‘팔로워십’의 올바른 표준국어 표현은 ‘폴로어’와 ‘폴로어십’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체 강의동안 팔로워, 팔로워십을 사용했고, 또 팔로워와 팔로워십이 더 익숙한 느낌이 있으므로 표준국어 표현은 아니지만 이 글에서는 ‘팔로워’와 ‘팔로워십’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과소평가된 팔로워십
팔로워 혹은 팔로워십, 왠지 모르게 리더십보다는 어감이 긍정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일까? 외국에서는 리더(Leader)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팔로워가 아닌 Associate(동료), Member(구성원)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뉘앙스 차이는 우리말에서도 나타난다. 추종 혹은 추종자라는 단어에서도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팔로워십이라는 개념이 리더십에 비해 과소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리더십에 대한 연구와 리더십 계발과 관련된 산업이 엄청난 규모로 성장해온 현상은 리더에 대한 과대평가와 팔로워에 대한 과소평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래서 팔로워십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리더 중심에서 벗어나기’와 ‘팔로워가 리더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리더에게 편중되어 있던 중요성을 팔로워에게 옮기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노력에 힘입어 실제로도 팔로워가 리더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을까? 이런 현상이 많은 곳에서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모든 영역에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경영영역에서는 더욱 그렇지 않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고 있고, 경영인에게는 임금이나 해고와 관련된 권한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영영역의 구조상 고용인(Employer)과 피고용인(Employee) 사이에는 수직적 관계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팔로워십의 중요성이 커질 수가 없다. 이것은 리더와 팔로워 사이에 수평적 관계가 전제되지 않으면 팔로워십의 중요성을 말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팔로워십과 리더와의 수평적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2008년 6월 7일 경남 양산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제9회 노사모 총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
팔로워의 권력은 강해지고 있다
팔로워십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현상과는 반대로, 팔로워십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도 생겨나고 있다. J.Rost라는 사람은 팔로워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팔로워는 팔로워십을 발휘하지 않는다. 그들은 리더십을 발휘한다. 리더와 팔로워 모두 리더십이라는 하나의 관계를 형성한다. 리더십이라는 학문에는 팔로워십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모든 사람들이 리더가 되고 싶어 하는, 일명 ‘리더십의 로망’에서 비롯되는 주장이다. 분명한 것은 리더에게는 리더십의 영역이 있고 팔로워에게는 팔로워십의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팔로워의 개념은 시대가 흐르면서 많이 변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는 리더와 팔로워간 수직적 관계를 전제로 ‘상사가 부하로 하여금 어떻게 스스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하는가?’가 가장 큰 화두였지만,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사회 정치적 격동을 거치면서 기성세대 문화를 타파하려 했던 반문화적 영향력이 강해지고, 정보혁명 이후 ‘그 누구도 팔로워에 대해 완벽한 통제력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팔로워의 권력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권한과 책임이 리더와 팔로워간에 분배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예전에 비해 팔로워는 권력과 영향력을 얻고 있는 반면 리더는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볼 때 앞으로는 민주주의에 대한 지식이 없는 리더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팔로워가 리더를 따르는 것은 현실
팔로워의 영향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지만, 어쨌든 리더와 팔로워의 관계는 팔로워가 리더를 따르는 관계로밖에 설명될 수 없다. 리더가 팔로워를 따른다면 그것은 각자의 역할이 전도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팔로워가 리더를 따르는 것은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다.
시야를 넓혀서, 리더와 팔로워간의 관계는 동물의 세계에서 힘과 성(sex)에 의해 형성되는 본능적인 질서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프로이트는 “개인은 조직화된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문명의 사다리에서 몇 단계 내려오게 된다. 인간은 홀로 있을 때는 교양 있는 개인이 될지 몰라도, 대중 속에서는 야만인이 된다”면서 “개인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의해 리더를 따르게 된다”고 주장했다.
R. Michels은 “대중의 무능함 때문에 리더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팔로워십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할 때 항상 맞부딪히게 되는 벽과도 같은 존재다. 그들의 주장이 맞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현실에서 자주 목격하기 때문이다. 슬프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복종본능, 대중의 무능, 무지 등은 강의를 들으면서 참 씁쓸했던 부분이었다.
진정한 팔로워의 모습
하지만 이송평 교수는 희망적인 주장도 했다. 지배와 복종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민주적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리더십에는 직접 적용할 수 없는 것이며, 이런 동물적 속성에 대한 견해는 이해하는 정도로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그러한 주장을 알고는 있어야 ‘지배-복종’의 개념으로 팔로워를 설명하려는 시도에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가 발견해야 하는 진정한 팔로워의 모습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에 맞춰 준비하고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며 ‘자발적으로 리더-추종자 관계를 맺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동물적인 본능에 의해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팔로워가 아닌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 정신을 튼튼한 기반으로 삼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팔로워야말로 깨어있는 시민이 갖추어야 할 진정한 팔로워의 모습이라고 이해했다.
팔로워십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2007년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을 보면서 그가 평소 생각했던 지도자론, 민주주의, 원칙과 전략 등을 다시한번 들었다. 사실은 공부하겠다는 마음보다는 8주간 ‘노무현의 민주주의 전략’을 공부했던 나를 그가 축하해주고 고생했다고 격려해준다는 마음으로 보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6월 2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참여정부평가포럼에서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평가와 과제에 대한 특강을 하고 있다.
막연히 ‘대통령’ 정도로 생각했던 사람
8주라는 시간은 짧고도 길었다. 처음에는 노무현에 대해 거의 아는 것 없이 강의에 참여했지만 이제는 조금이나마 그를 알게 되었고 또 그와 더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수업이 끝날 즈음 갑작스럽게 강의를 마치는 소감을 말하게 되었다. 첫 번째로 하게 돼 또박또박 말하지는 못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절대로 우리 사회가 가볍게 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갑니다”라고 밝혔다.
혹시나 건방져 보이지 않았을까 걱정하긴 했지만, 두 달간 그를 공부하면서 계속 생각했던 말이다. 노무현, 그는 용기 있는 사람이었고 누구보다 깊은 철학을 가진 사람이었다. 아무도 가려하지 않았던 길을 걸어간 사람이었고 대한민국을 더 품격 있는 나라로 바꾸려 했다.
정치영역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배울 점이 많은 이런 사람을 가까이 두고 멀리서 소위 ‘멘토’를 찾으려는 내 주변 또래들이나 사람들이 안타까울 정도다. 그를 공부하기 전에는 막연히 ‘대한민국 대통령’ 정도로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인간적으로 안쓰럽고, 또 좋아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8주간 강의를 통해 그를 경애(敬愛)하게 된 것 같다......
<노무현의 민주주의 전략론> 마지막 수업을 마친 수강생들이 이송평 강사와 함께 노 대통령 사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모습.
![]() |
![]() |
![]() |
---|---|---|
공지 |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하여 (656) | 2009.06.12 |
공지 | [전문] 대통령님이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 (1717) | 2009.05.27 |
1316 | 4·3 전국화를 위한 제주 순례에 초대합니다 | 2013.06.26 |
1315 | [좋은부모리더십교실②] “아이들에게 야단 대신, 칭찬 듬뿍 줘라” | 2013.06.26 |
1314 | [좋은부모리더십교실①] “착한 입시제도는 없다, 제도를 바꿔라” | 2013.06.26 |
1313 | [성명]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의 추악한 작태를 규탄한다 | 2013.06.26 |
1312 | ‘아리수, 우정제비, 둘레길, 119, 메트로’를 만든 남자 | 2013.06.26 |
1311 | [민주주의 전략⑧] 막연한 '대통령'에서 '멘토' 노무현으로 | 2013.06.26 |
1310 | [성명] 국정원과 새누리당은 허위사실 유포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공개 책임져야 |
2013.06.25 |
1309 | “평화협력이 우선…NLL 위에 새로운 질서 세우자는 것” | 2013.06.25 |
1308 | 그 거대한 악기가 깨어나는 소리에 귀 기울이다 | 2013.06.24 |
1307 | ‘임을 위한 행진곡’…“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 2013.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