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6
국민의 정부에서야 복직한 교사
5월부터 <좋은부모 리더십교실>의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됐습니다. 첫 수업(4월 27일)의 경우 개강과 함께 이번 강좌에 참여하는 강사들과 수강생들의 대화로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수업(5월 25일)은 <이기정의 “국어공부, 패러다임을 바꿔라”>. 손동빈 선생님(신도림중 사회교사)의 유쾌한 사회로 문이 열리고 이기정 선생님(서울도시과학기술고 국어교사)의 열정적 강연이 시작됐습니다.
첫 날에는 50여분이 넘게 오셔서 노무현시민학교 강의실이 북적북적했는데 이번에는 30분 정도 오셔서 못내 아쉬웠습니다. 뜨거운 날씨에 잠시 숨을 고르고 계신 거겠죠? 다음 달에는 다들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기정 선생님, 참 잘 생기셨습니다. 이 선생님은 민주화 경력으로 교사발령을 받지 못하다가 국민의 정부 때 비로소 ‘학원에서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서울시 교육감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교육청 앞에서 학교로 돌아오기 위해 단식을 할 수 밖에 없는 ‘페친’ 조연희 선생님 등, 교단이 천직이 분들이 학교로 돌아오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년 지방선거 및 교육감 선거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봅니다.
이기정 선생님은 지금까지 명저<학교 개조론>,<내신을 바꿔야 학교가 산다>,<국어공부 패러다임을 바꿔라> 등을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합니다(저술과정에서 니체의 고뇌를 이해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얘기했습니다만ㅋㅋ).
인생은 영어가 결정하고 입시는 수학이 결정?
“인생은 영어가 결정하고 대학입시는 수학이 결정한다.” 학원가의 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왠지 단박에 이해가 쏙 되었습니다.
국어공부에 있어서는 논술>수능>학교시험 순서의 중요도가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학교시험은 주입식 교육인 학력고사와 가장 유사한 형태이다 보니, 생각보다 학교 공부는 논술시험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하네요.
현재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수업자체 질서를 유지하는데 상당한 에너지를 쓰고 있고 이런 이유로 학교교육 ‘붕괴 경향성’이 생긴다고 합니다. 수학의 예를 들면 반 이상은 수업을 못 알아듣고, 일부는 선행으로 수업에 관심이 없습니다.
핀란드의 수준별 수업은 학생 수준에 따라 쉬운 수학을 배우는 학생은 교재도 쉬운 교재, 시험도 쉬운 시험을 보지만 한국의 경우 상·중·하로 학생 수준만 나눠 분반해 놓고 같은 교재를 가지고 같은 문제(상위권에게는 쉽지만 반면에 하위권에는 어려운 문제)로 시험을 보고, 평가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준별 수업은 요원해지고 공교육은 좌절과 절망을 가져옵니다.
대한민국 고등학교 흔한 교실 풍경
공교육의 절망, 왜???
수학>과학>사회>영어>국어. 수능 혹은 논술에 도움을 주는 학교수업 순서입니다. 수능과 논술에는 창의력과 논리력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학교 수업은 창의력이 아닌 무기력을 기르는 시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국어 시간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국어적 능력을 향상시켜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쓰기, 읽기, 능력의 향상 즉 “국어 지식이 아닌 국어 능력의 습득이 목적”이 되어야 함에도 수능 언어는 사실상 읽기 능력만을 측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문계 논술 시험의 경우 ‘읽기 능력+쓰기 능력+폭넓은 교양’을 평가해야 하는데도 여전히 학력고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이 선생님은 한탄했습니다.
객관식 문제풀이에 시간을 소비하지 말라
현재 학교 국어시간은 선생님들이 교과서의 글을 분석하고 해설하는데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국어능력 향상과 관계도 없습니다. 이기정 선생님은 이렇게 제안합니다.
“문제풀이 교육은 고등학교 때 시작해도 된다.” 저도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1학년인 큰아이에게 거의 매일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인터넷평가 시험을 풀도록 했는데, 오늘부터 이를 중단하려 합니다.
국어수업의 경우, 오로지 책읽기만 하는 수업이나 오로지 책읽기만 하는 시험공부가 교사에게도 쉬운 수업이라고 합니다. 마치 축구공 하나, 농구공 하나 던져주고 아이들에게 뛰어 놀도록 하는 체육수업이 교사에게는 쉬운 수업(그러나 이 경우는 아이들에게는 좋은 수업)인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국어는 체육과 유사합니다. 체력이 단기간에 좋아지지 않는 것처럼 독해·쓰기·교양 또한 오랜 세월동안 서서히 몸에 체득되는 것입니다. 이기성 선생님은 이를 두고 국어공부의 애매모호함(광범위함)으로 설명하셨습니다.
착한 입시제도는 없다
논술, 수능이 과거 학력고사에 비해 바람직한 평가방식임은 틀림없지만 여기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빈부에 따른 학력격차가 심해지는 역설과 딜레마가 그것입니다. 논술이나 수능이 국어공부에서 바람직한 방향성을 지니지만 부자에게 유리한 방식이란 것이지요. 여기서 입시의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바로 ▲지식위주 입시→능력위주 입시 ▲저차원 입시→고차원 입시 ▲획일적 입시→다면적 입시로의 변화는 바람직하나 이는 ▲단기간·저비용→장기간·고비용 입시로의 전환을 가져온 것입니다.
예를 들면 ‘영어문법’을 평가하는 지식위주의 입시는 단기간·저비용으로 준비가 가능하나 ‘영어말하기·영어쓰기’ 위주의 입시는 장기간·고비용이 필요한 형태이기 때문에 교육문제 해결이 참 어려운 것입니다. 선생님은 단언합니다. “착한 입시제도는 없다.”
다시 말해 사회, 제도를 바꾸지 않고서는 핀란드와 스웨덴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우리 아이들의 고통은 꽤 오래갈 것”이란 얘기에 두 아이 아빠로서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공포의 외인구단’ 증후군 넘어서라
‘공부는 힘들게 많이 해야’가 공포의 외인구단 증후군입니다. 김연아 선수의 하루 스케이팅 훈련시간은 3시간 30분, 준비운동 및 정리시간 1시간 30분을 포함해 하루 5시간 정도 운동한다고 합니다.
졸린 눈으로 세수해 가며, 줄넘기해 가며 밤새워 공부하는 것보다 충분하게 수면을 취하고 운동하며 공부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 실력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특히, 영어와 국어는 교과서가 따로 없습니다. 영어로 된 성인소설을 아이가 많이 읽는다고 해도 그것은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만화책을 포함한 독서는 아이들의 창의력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수업시간 내내 이기정 선생님의 고뇌가 전달되어 왔고,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아이를 둔 저로서는 이러한 답답한 교육현실이 빨리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재도전 기회주는 미국 교육
얼마 전 미국으로 1년간 안식년을 다녀온 사촌형은 미국이 다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교육적인 측면에서 배울 바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체육의 경우 심박동 체크까지 해가며 철저하게 체육수업을 하고, 지식을 배우는 과목의 교육목표는 아이들이 수업과정을 얼마나 이해했는가, 수업이 충분하게 전달되었는가가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보고 점수가 나왔어도 학생이 그 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며 다시 시험을 원하면 언제든지 재시험을 볼 수 있고, 그 결과 실제 이해도 향상이 있었다면, 학점도 다시 부여하는 제도가 참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결국 대학에 가면 미국 아이들이 체력적으로 훨씬 앞서가고 공부의 질과 양에서도 우리 아이들이 따라가기 버거운 상태가 된다는 불편한 진실을 접하면서 아무리 개인적으로 컨디션이 나빠도 한날한시에 시험을 보고 평가종료 후에는 재도전의 기회도 주지 않는 우리 현실이 답답하다는 사촌형 말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요. 아마도 우리는 내신 때문에 재시험의 기회를 주려고 해도 불가능하겠지만...
적더라도 함께 나누는 길을 택한 아이들
교육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길은 그 교육의 당사자인 우리 스스로가 ‘내 아이만을 생각해 경쟁에서 이기려는 교육이 아니라 공동체와 손잡고 함께하는 교육’으로 생각을 전환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지금의 고통이 지나면 그 끝에는 아프지만 함께 사는 교육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본 아프리카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후기를 마칠까 합니다. 어느 선교사가 멀리 있는 나무를 먼저 돌아오는 아이들에게만 간식을 주겠다고 일종의 선착순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손을 잡고 함께 들어왔습니다.
선교사가 의아해서 힘껏 달려 먼저 도착했다면 더 많은 간식을 먹을 수 있었는데 왜 함께 들어왔느냐고 물어보니, 아이들이 답하기를 “우리 중 누군가가 저 간식을 함께 먹지 못하게 되는 것은 기쁘지 않다”고 했다는 겁니다. 아이들은 적더라도 나누어 먹는 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의자 개수를 줄여가며 그 의자에 앉지 못한 아이들을 탈락시키는 의자놀이 아시죠? 공지영 작가의 ‘의자놀이’에 이런 후기가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사태를 겪은 뒤 의자의 개수가 줄어든 만큼 자리를 좁혀 앉고 함께 앉는 선택을 하겠다.”
아직은 자신이 없지만 나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마음 자세를 <좋은부모 리더십교실>을 통해 배워나갈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함께해 주시겠습니까?
강의를 경청하는 <좋은부모 리더십교실> 수강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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