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25
"노 대통령을 잘 모르지만 그를 만나러..."
[봉하열차 탑승후기] 친구·가족 함께 1200여명 참여...20, 23일 모두 '매진'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맞아 노무현재단과 코레일이 함께 준비한 ‘봉하특급 노무현열차’가 지난 20일과 23일에 봉하 대통령 묘역까지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각 600명씩 모두 1200여 명이 이 봉하특급을 타고 봉하마을에 가서 노무현 대통령께 인사 드렸습니다. 20일은 명계남 상임위원이, 23일에는 정연주 이사가 각각 동행해 차량을 돌며 승객들에게 고마운 말씀을 전했습니다.
이번 봉하열차를 준비하고 동행하며 두 가지에 놀랐습니다.
우선 애초 예상과 달리 이틀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된 것입니다. '특급'이라고 했지만 무궁화호인데다가 서울에서 내려가는 시간도 4시간 30분이나 걸리니, 이 열차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좌석을 다 못 채우면 어쩌나하는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열차 운행 공고를 낸 지 정확히 하루 반 나절만에 만석이 되었습니다. 900개의 좌석이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매진된 사례는 없었다고 합니다. 코레일 김형중 팀장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봉하열차 신청자가 쇄도하자 코레일 측이 4량을 더 늘려 300개의 좌석을 더 확보해 주었습니다.
봉하열차 승객 가운데 노무현재단 회원이 아닌 분들이 훨씬 많았던 점도 예상밖이었습니다. 제가 탄 차량의 72명 승객 중 봉하마을에 가본 분은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습니다. 더구나 노 대통령에 대해 잘 모르는 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틀 만에 만차가 된 것일까요? 압도적인 다수는 주로 가족과 친구였습니다. 대전에서 9명의 가족이 함께 탑승한 박승남(51)씨는 “사촌 간에 제사 때도 잘 모이지 않는데 봉하마을에 간다고 하니 모두 서둘러 탔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마포에서 온 이지은씨(27)는 “평소 봉하마을과 대통령님을 그리워하셨던 어머님을 모시고 탑승했다“고 했습니다. 2012년 노무현장학생으로 선발된 오재호(하나고 1년)군도 89세 되신 할머니를 모시고 탔습니다.
경기 수원에서 탑승한 김승주(41)씨와 그의 친구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친구들 5명이 미리 등록했다가 2명이 전날 급한 일이 생겨 취소를 했는데 그 공석을 마침 전날 술자리에 있던 친구들이 대신 탄 겁니다.
그밖에도 텐인텐클럽(10억 만들기)에서 10명이 오셨고, K리그 수원 블루윙스 서포터 8명도 동승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노 대통령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던 때문일까요? 역설적으로 봉하열차 승객들의 애잔함과 그리움은 더 컸습니다. 김제동 내레이션의 ‘봉하, 그 운명 같은 마을 이야기’ 영상을 보고, 참여정부 참모들이 생전 대통령 모습을 증언하는 ‘사진으로 보는 명장면 베스트 10’ 행사에 참여하고 추모전시관을 둘러볼 때 쯤이면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유채꽃 대신 노란개비들이 피어난 묘역 옆에서 의구하게 서 있는 부엉이바위를 올려다보며 큰 한숨과 설움의 눈빛을 서로 주고받았습니다.
이때 승객 한 분이 포스트잇에 글귀를 담아 노랑개비에 붙였습니다. “당신은 종자꾼이고 봉화산입니다. 씨를 뿌렸고, 당신을 태워 봉화를 올렸습니다. 씨앗을 키워 열매를 얻고 봉화를 이어받아 산맥을 밝히는 것은 남은 우리들의 몪입니다. 외로워하지 마십시오. 항상 기억하겠습니다.”
20일 봉하로 내려가는 기차에서 명계남 상임위원이 자문자답했습니다. “여러분은 왜 봉하특급 노무현열차에 타셨습니까. 저는 먼 길을 혼자 가면 힘드니깐 함께 가면서 서로 기대고 위로하면서 가려고 탔습니다. 우리 앞으로도 그렇게 갑시다.”
이번 ‘봉하특급 노무현열차’는 코레일 천안역 직원들과 윤동희 역장의 적극적인 기획으로 탄생했습니다. 윤 역장은 참여정부 시절 남북통일열차 팀장을 역임했고 “늘 노 대통령을 그리는 마음이 크다”며 “그 그리움이 이 열차를 이끄는 힘”이라고 말했습니다.
탑승하신 승객들과 수고하신 코레일 직원들, 카툰포스터로 가는 길을 밝혀준 박운음 화백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코레일 천안역 봉하열차 후기 http://cafe.naver.com/cheonan7788.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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