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3
강금원 노무현재단 이사 겸 봉하재단 이사가 2일 밤 별세했다. 향년 60세.
노무현 대통령의 ‘영원한 후원자’로 잘 알려진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은 2007년 뇌종양 판정을 받고 수술 등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았다. 2011년 5월, 2주기 추도식 이후엔 노 대통령 관련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요양원에서 투병해왔다.
‘바보’들의 인연
강 전 회장은 전북 부안 출신으로 전주공고와 한양대 섬유학과를 졸업했다. 1975년 서울에서 설립한 창신섬유를 1980년 부산으로 옮겼으며 30년 가까이 섬유업에 전념해 자수성가한 전문 경영인이다.
노 대통령과는 1998년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 후원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당시 강 전 회장은 “생각이 바른 정치인이 성공하길 바란다. 나는 정치하는 사람한테 눈꼽만큼도 신세질 일이 없는 사람이다”며 노 대통령을 후원했다.
이후 노 대통령과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노 대통령의 영원한 후원자‘로 불렸다. 2000년 총선에서 노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을 때는 직접 찾아가 응원하기도 했다.
강 전 회장은 평소 “부산 사람이 호남 민주당에 남아서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다 떨어지고, 또 떨어지던 노무현에게 마음의 빚을 갚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음의 빚’은 강 전 회장이 호남 출신이라 데서 출발한다. 젊은 시절 부산에 건너와 사업하면서 호남지역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 시달렸던 경험 때문이다.
“부산 사람 노무현이 보여줬던 호남에 대한 의리가 있었다면, 나도 호남 사람으로서 의리를 보여주고 싶다.” 강 전 회장이 노 대통령을 평생 후원했던 이유였다. 강 전 회장은 노 대통령 퇴임 후에도 변치 않고, 봉하마을을 찾아 그의 곁을 지켰다. 기업인 중에서 유일했을 것이다. 이미 뇌종양 판정을 받은 상태였지만, 늘 노 대통령을 먼저 걱정했다.
노 대통령 ‘면목 없는 사람’
강 전 회장은 노 대통령에게 "퇴임 후 먹고 사는 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고 소신대로 정치하라"며 힘을 실어주었다. 노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펼치고자 했던 친환경생태마을 만들기 등을 지원하기 위해 (주)봉화를 설립하기도 했다.
2009년 4월 구속됐다가 노 대통령 서거 후에야 보석으로 석방된 강 전 회장은 풀려나자마자 봉하로 달려와 오열했다. 그는 검찰의 표적수사로 노 대통령이 서거했다고 통탄했다. 구속 중에도 노 대통령 안위를 걱정하며, 대통령 내외에게 점퍼를 보냈던 그였다.
노 대통령은 강 전 회장 구속 직후인 2009년 4월 17일 홈페이지에 <강금원이라는 사람>이라는 제목을 글을 올리고 자신을 도왔다는 이유로 가까운 사람이 핍박받는 것에 대한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제발 제 때에 늦지 않게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게 마지막 문장이었다 . 대통령은 자신을 “면목 없는 사람 노무현”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끝내 조우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강 전 회장이 ‘따뜻한 봄날’ 나들이에 입으라고 보내온 점퍼를 입지 못했다. 강 전 회장은 노 대통령의 간절한 바람이었던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런 두 사람의 오랜 ‘동행’을 지켜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우리는 아무런 이득도 없이 지역주의 극복을 걸어간 노무현 대통령을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렀는데, 나는 같은 논리로 강금원 회장님을 ‘바보 강금원’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보 노무현’을 언제나 지키고자 했던 ‘바보 강금원’. 그들이 이루지 못한 세상에서의 만남, 이제는 하늘에서 이뤄질 것이다. 두 분의 영면을 다시한번 빈다.
강금원 전 회장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4일 오전 7시로 예정돼 있다. 장례는 유족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장지는 강 전 회장이 운영했던 충북 충주시 *** 중전리 시그너스 컨트리클럽에 마련된다.
다음은 노 대통령이 쓴 <강금원이라는 사람> 글의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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