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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토요강좌④] 안도현 “노무현은 굉장히 詩的인 분이었다”

2013.06.26

노란 바람개비들이 신나게 바람을 안고 돌던 토요일, 6월 넷째 주에 찾아간 봉하에는 그새 못 보던 손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해바라기처럼 황금빛 꽃잎을 가진 금개국이 길목마다 인사를 건네고, 여기서는 계란꽃이라고 부른다는 개망초가 초록 풀숲 사이사이에서 삐죽삐죽 작은 고개를 내민다.

꽃들과 약속이라도 한 듯 나비들도 함께 날아들었다. 하얀나비, 노랑나비, 호랑나비, 제비나비, 표범나비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많은 나비들이 저들끼리 눈앞에서 춤추다 사라진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는 토요강좌에 안도현 시인이 오는 날이다. 나 몰래 시인과 꽃나비들이 미리 같이 가자 약속한 건 아닐까 엉뚱한 생각에 웃음이 난다.

시인이 국정원장급으로 격하되다니...  

“저는 선거법 위반 사범입니다.(웃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불구속기소 되던 날(6월 13일) 안도현 시인 역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혐의로 기소됐다. 대선 당시 트위터에서 각종 학술논문과 도록에 안중근 의사의 유묵 소장자가 박근혜 (당시) 후보라는 기록이 있으니, 당사자가 소장 혹은 도난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여러 가지 비유가 가능합니다. 우리가 앉아있는 이 잔디밭에 있는 잔디 있잖아요. 원세훈의 죄질은 이 잔디밭을 다 덮고도 남습니다. 제 죄질은 잔디 한 잎 정도밖에 안됩니다. 어떤 사람이 ‘시인이 드디어 국정원장급으로 격상했다’고 하길래, 저는 ‘시인이 드디어 국정원장급으로 격하되고 말았다’고 대꾸한 적이 있습니다.... 왜 소장하게 되었냐고 묻는 것이 죄가 되는 게 지금 이 시점의 대한민국 현실인 것 같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일 문성근 노무현재단 이사,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함께 청와대 앞에 성명서와 꽃다발을 두고 온 뒤로 안도현 시인은 보수언론에 의해 친노인사로 분류되는 ‘영광’을 얻었다.

저는 친노인사가 아닙니다

“저는 친노인사가 아닙니다. 저는 노 대통령을 살아계실 때 딱 한번 뵈었습니다. 선거 때나 재임기간에는 시인으로서 정치인이니까 멀리했습니다. 퇴임하시고 봉하에 내려와 계셨을 때 3월말 경에 돌아가시기 두 달 전에 처음 뵈었습니다. 시인이라고 하니까 시를 잘 모른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갑자기 노 대통령과 안도현 시인이 솔직함으로 우열을 가렸을 때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연탄 한 장’, ‘너에게 묻는다’ 등 초중고 교과서에 10편의 시가 수록된 시인.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를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자신의 시도 같이 내리라고 했던 시인 안도현이 말을 잇는다.

“저는 저에게 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지금도 대답할 자신이 없습니다. 30년 넘게 시를 써오고 읽고 가르치고 있는데, 시가 뭔지는 아직도 정말로 모르겠고. 한 가지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저는 스스로 시를 내가 읽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시적인 것을 읽는다고 오랫동안 생각해왔습니다. 내가 시를 쓰는 사람이 아니고 시적인 것을 찾아서 쓰는 사람이다. 내가 시를 가르치는 게 아니고 시적인 것을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이다....”

‘물고기 한 마리를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고 이야기한 탈무드 격언처럼 시심을 찾는 이들에게 시적인 것에 대한 시인의 생각이 짧은 두 줄의 시를 빌어 얼굴을 내민다.

시적인 것은 아주 작은 것을 돌아보는데 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시적인 건 엉뚱한 데서 나오는 것 같아요. 학교교육에서는 엉뚱한 것을 용납하지 않죠... 이 두 줄의 시에서 가장 시적인 것을 찾아보십시오..(청중석에서 단박에 걸레요란 소리가 들린다)...

아니 이렇게 정답을 맞춰버리면 어떡합니까?(웃음) 별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람들은 냄새나는 걸레가 방에 있으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별이 밤하늘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우리가 더럽힌 이 방바닥을 걸레가 닦아주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더러운 곳에서 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걸레도 별만큼이나 아름다운 존재일 수 있다는 게 여기서 제가 말하는 거죠.”

꽃만 예쁜 게 아니고, 걸레도 예쁘다. 풀잎만 예쁜 게 아니고 똥도 예쁜 거다. 생수만 좋은 게 아니고 시궁창도 좋은 거다라고 말하는 시인. 그가 생각하는 시적인 것을 발견해야 하는 이유는 먼 데 있지 않다.

“그래야만 우리가 내가 아닌 것, 내가 아닌 다른 것들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 소나무가 소나무이기 위해선 뒤에 있는 배경도 있어야 되잖아요. 나라는 것도 그런 것 같아요. 내가 나이기 위해선 내가 잘나고, 똑똑하고, 지혜로워서 여기 있는 내가 아니고, 내 옆에 누군가가 있어줘야 ‘나’가 되는 거잖아요.”

다음으로 시적인 것은 아주 작은 것,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하찮은 작은 것들을 돌아보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연탄재 시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그 시’가 안도현 시인의 목소리를 타고 잔디밭에 나려 앉는다.

시적인 가을을 찾다가 연탄을 쓰게 되다

“제가 이 시를 처음 쓸 때 독자 여러분을 질책하고 반성하게 만들려고 쓴 시가 아니라는 겁니다. 여기서 ‘너에게 묻는다’라는 것은 저 자신한테 너라고 한 것입니다. 앞으로 이 시를 보면서 ‘나는 남을 위해 뭘 하고 살았을까’ 이런 반성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웃음)...

80년대 중반에 대학 졸업 후 국어교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가을 백일장 주제가 늘 ‘가을에 대한 시를 쓰시오’였는데, 백이면 백 ‘빠알간’ 단풍잎, ‘한들한들’ 흔들리는 코스모스, 높고 ‘파아란’ 하늘, 황금들녘, ‘귀뚤귀뚤’ 우는 귀뚜라미 같은 표현을 씁니다.

연탄을 가지고 가을에 대해 써보자. 아이들도 선생님이 연탄 같은 것을 가지고 시를 쓰라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고, 해마다 얘기해도 아무도 쓰는 사람이 없길래 제가 그냥 연탄에 대해 쓴 거지... 제가 무슨 연탄이 남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하고 이걸 쓰려고 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제 나름대로 시적인 가을이 뭔가 찾다가 보니까 연탄을 찾게 된 거죠.”

나의 20대를 꽤 오랜 기간 지배했던 이 시의 탄생설화를 듣고 나니 시인의 통찰력, 아니 그의 시적인 것을 찾는 혜안에 감탄하면서도 다소간 허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한참 시심을 이야기하던 그가 잠시 시선을 돌린다.

“사회를 보면 요즘 돌아가는 이 시점의 대한민국이 시적입니까? (청중석 : 아니오!!) 왜 그렇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시적인 사회, 시적인 정치는 변화할 자신이 있어야 되는 것 같아요. ‘개혁’이네 ‘혁명’이네 말은 쉽게 하지만 뭔가 바꾼다는 거잖아요. 기존의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지 않고 바꾸는 거, 그런 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시는 잘 모른다고 하셨지만 굉장히 시적인 분이었던 것 같다. 우리 사회를 역동적으로 바꾸려고 누구보다 애를 많이 쓴 분이기 때문에 굉장히 시적인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인으로 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시

강의 끝 무렵에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시라며, 시인으로 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 가슴을 진하게 만들어주는 시라며 부산 출신의 젊은 시인. 손택수 시인의 시를 낭송한다.

“여기 오신 선생님들이 오늘을 계기로 시를 좀 많이 읽어주십사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시를 읽어야만 그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 더 시적인 분위기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시라는 게 너무 어렵다는 교육을 받아서 애매하다, 나와는 상관없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시가 세상에 정말 많이 있고, 이런 시를 읽음으로 해서 시적인 세상을 같이 만들어 나가는 여러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수수깡 바람개비를 든 꼬마 아이들은 강의 내내 잔디밭 뒤 언덕으로, 객석 사이사이로 저 스스로 바람, 나비가 되어 지칠 줄 모르고 뛰논다. 꺄륵꺄륵 웃다가 꺄악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잠잠해졌다 싶으면 울음을 터트리는 아기도 있다.

싫은 눈 길 한 번, 미간 한 번 찌푸리는 사람 없이 300명의 청중은 시를 낭송하는 시인의 목소리에 귀를 놓지 않았다.

아이들 목소리를 배경으로 시를 듣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다른 곳에도 있을까? 토요강좌이기에, 안도현 시인을 만나러 온 이들이기에 가능한 풍경이 아닐는지.

TV를 켜면, 인터넷에 들어가면 온갖 어지러운 소식들만 들리는데, 마침 방명록에 쓰인 ‘요즘 더 많이 보고 싶어요’라는 말에 팍팍해진 가슴이 다시 울먹인다.

이럴 때일수록 봉하 대화마당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야 할 텐데, 여러 아쉬움을 뒤로 하고 29일에는 이해찬 의원과 함께 6월의 마지막 봉하토요강좌가 있을 예정이다.

강연이 끝난 뒤 안도현 시인과 함께 단체 참배하는 시민들 

영상으로 다시보는 안도현 시인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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