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7
대선후보 3차 TV토론이 끝난 직후인 어제 밤 11시 경찰이 국정원 직원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비방 댓글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전격 발표했다. 브리핑도 아니고 보도자료를 통해서였다. 결과는 컴퓨터 분석결과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 오늘자 각 신문들이 ‘차별적으로’ 다뤘다. 눈에 띄는 기사는 경향신문에 있다. 신문 제작시간 상 지면에 싣진 못하고 인터넷에 ‘단독’기사로 떠있다. 내용은 잠시 미루자.
경찰의 전격 ‘보도자료’ 발표 배경 엇갈린 해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경찰 수사발표의 석연찮음에 무게를 실었다. 경향신문 1면 <“국정원 댓글 흔적 없어” 토론회 직후 기습 발표 / 서울경찰청 지시로…배경 논란>에 따르면 경찰은 밤늦게 보도자료를 낸 경위에 대해 “위(서울지방경찰청)에서 자료를 빨리 내라고 해서 밤늦게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최대한 앞당겨 발표한 것일 뿐”이라며 “누구를 편들고자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경향신문은 “앞서 경찰은 ‘김씨 컴퓨터를 분석하는 데 1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김씨가 컴퓨터를 임의제출한 지 3일 만에 수사가 끝난 셈”이라며 “그러나 김씨의 ID나 닉네임 추적은 물론 김씨 컴퓨터의 IP 분석도 완벽하게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수사결과를 발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경찰 발표를 3면 TV토론 관련기사로 처리했다. <토론 끝나자마자…경찰 ‘국정원 댓글수사’ 긴급발표>에서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휴일 밤늦은 시각에 긴급히 서면으로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애초 경찰은 ‘컴퓨터 분석에 일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대선 이후에나 수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고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동아·조선·중앙일보는 경찰 보도자료 내용에 중점을 뒀다. 동아일보는 1면 <“국정원 여직원 댓글 단 흔적 없다” / 경찰 하드디스크 2개 분석 / “민주 주장 사실아니다" 발표>에 이어 2면에 <국정원 “여직원 감금 법적책임 물을 것”> 기사를 실었다. 1면에 <컴퓨터 조사한 경찰 “국정원 여직원의 文비방글 발견 못해”>로 보도한 조선일보는 5면 <40시간 국정원 여직원 사실상 감금하며 제기한 의혹… 허위로>를 통해 경찰 발표에 무게를 실었다. 적극적인 경찰 변호에 나선 신문은 동아일보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당초 경찰은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교차 분석이 필요하다며 분석완료 시점이 대선 이후가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며 상황을 정반대로 전했다. 2면 관련기사에서도 경찰의 전격 발표에 대해 “경찰의 예정대로라면 수사 결과가 대선 후에나 나와 경찰이 정치권 눈치를 보며 진실 규명을 방기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설했다.
중앙일보 3면 <박 측 “인권변호사가 인권 유린” 문 측 “경찰 개입한 관권선거”> 기사에는 발표 경위에 대해 이런 설명이 붙여져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인데도 대선후보 TV토론이 끝난 지 1시간 만에 발표한 이유는 엠바고(보도제한)가 일부 언론사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신문에는 없는 내용이다. 없는 얘기를 쓴 게 아니라면 어느 언론사가 반대했는지도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이런 와중에 앞서 언급한 경향신문의 새 기사가 떴다. 오늘 새벽 3시에 입력하고 4시14분에 마무리 수정한 <국정원女 로그기록도 안본 경찰이 “댓글 없다” 발표…왜?> 기사다.
경찰은 그러나 김씨의 아이디와 닉네임 등의 자료를 확보하고도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포털업체로부터 아무런 자료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경향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김씨의 아이피(IP) 등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윗선(서울지방경찰청)이 ‘오후 11시에 보도자료를 내라’는 지침을 받아 보도자료를 냈다”고 말했다. 경찰이 인터넷 카페 등에 김씨가 악성 댓글을 달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확인했어야 할 포털사이트 로그 기록을 전혀 분석하지 않은 채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로그 분석이란 해당 웹사이트에 접근할 때 남는 기록을 분석하는 것으로, 누가·언제·어떻게 시스템 또는 웹사이트에 접근해 운용했는지를 가려낼 수 있다.
경찰은 오늘 수사결과에 대해 추가 브리핑할 계획이라고 한다. 댓글 의혹이 명확히 밝혀질지 경찰의 선거개입이라는 의혹과 비판을 자초할지 지켜봐야겠다.
이정희 후보사퇴에 동아·조선 노골적인 짜증·불만
이번 대선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대선후보 양자토론.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의 사퇴로 가능했다. 동아·조선·중앙일보의 불만과 비판이 도드라진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아예 <역시 이정희… 27억 먹튀>로 뽑았다. 동아일보 6면 <선거보조 나랏돈 27억 챙긴 李, 공보물도 제대로 제작 안해>, 조선일보 6면 <TV·라디오연설 딱 1번… 이정희, 27억 어디썼나>도 비슷한 접근이다. 중앙일보는 사설 <문재인, 통합진보당도 공동정권에 넣을 건가>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사퇴는 선거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한 국고지원정책의 근간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모든 세력과 국민연대 또는 대통합 공동정권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범주에 통합진보당도 들어가는지 문재인 후보는 밝혀야 할 것”이라고 따졌다. 동아일보는 더 격앙했다. 사설 <세금 27억 ‘먹튀’ 이정희, 종북 본색인가>에서 안철수 전 후보까지 겨냥하고 나섰다.
안 전 후보는 “나는 합리적 보수와 온건 진보를 아우른다”고 말했다. 이정희 종북세력과는 선을 긋는 발언이다. 안 전 후보도 “나는 문 후보와 이념적 차이가 있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이 후보 사퇴 후의 이념적 구도에 대해 분명히 의견을 말해야 한다.
이렇게 다그치는 이유는 사설에 그대로 담겨있다. 동아일보 사설은 “이 후보에 대한 1% 안팎의 지지자들은 문 후보를 지지하든가 기권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빙구도라고 하니 문 후보를 지지하는 안 전 후보가 확실히 선을 그어서 1%의 얼마라도 넘어가지 않길 바라는 맘 같아 보인다.
이런 입장과 가장 대비되는 사설은 한겨레신문이다. 한겨레신문은 사설 <이정희 후보의 사퇴와 정권교체>에서 “이 후보의 사퇴로 이번 대선은 명실상부한 양자구도로 개편됐다”며 “이 후보 지지자들은 실망에 앞서 '역사의 퇴행을 막고 진보의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절박한 과제'라는 이 후보의 호소를 깊이 헤아릴 때”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이 후보의 사퇴에 대해 ‘또다시 종북세력과 손을 잡았다’ ‘집권하면 이정희에게 권력을 나눠줄 것’이라는 따위의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범야권 표의 결집을 막기 위한 새누리당의 전략은 언제나 철지난 색깔론,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 않는 나눠먹기론 등으로 판에 박은 듯이 똑같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은 이밖에 1면 <불법선거운동 고발당한 윤정훈 목사 “박근혜 수석보좌관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 나꼼수, 방송서 녹취록 공개 / 여의도 또다른 사무실도 새누리 ‘불법 댓글’ 의혹> 6면 <불법선거운동 의혹 일자…사라진 ‘새마음청년연합 사무실’> <“날 돕는 분이 국정원서 박근혜 도우라고 했다 말해” / 윤정훈 목사 녹취록 내용 보니> 등의 기사에 비중을 실었다.
김무성 “중간층 투표 포기” 발언 대부분 물타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16일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양쪽을 지지하는 지지율은 다 정해졌고,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도 지금이면 어느 한쪽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남은 중간층이 있기 마련”이라며 “우리 전략은 중간층이 이쪽도 저쪽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면서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15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대담내용은 인용해 ‘이번에 하는 청춘투표가 인생투표야. 인생이 통째로 걸렸어. 너 자신에게 투표하라. 꼰대들 늙은 투표에 인생 맡기지 말고 나에게 표를 던지는 거야’라는 글을 리트윗했다가 삭제했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의 발언과 정동영 상임고문의 리트윗글은 신문에 각각 어떤 대접을 받았을까. 여기도 편차가 두드러진다.
대충 묶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앙일보는 3면 <정동영 ‘꼰대들 늙은 투표’ 신문 인용 트윗 논란> <김무성 “중간층 투표 포기가 우리 전략” 구설> 기사로 각각 실었다. 한국일보는 8면 <정동영 인용 글·김무성 발언 ‘논란’ / “노인 또 폄하” “중간층 투표 포기 속내 드러내”> 세계일보는 5면 <“우리 전략은 중간층 투표 포기…” “꼰대들 투표에 인생 맡기지 말고…” / 朴·文 캠프 인사들 舌禍 잇따라>로 묶어 처리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4면 <김무성 “중간층 투표 포기하게 하는 게 우리 전략” / 대한노인회, 정동영 SNS ‘꼰대들’ 표현에 항의> 기사에서 김 본부장 발언에 무게를 실었다. 한겨레신문은 아예 7면 <김무성 “중간층 투표 포기하도록 하는 게 우리 전략”>으로 따로 뽑았다. 기사 안에 정 고문 리트윗 내용을 걸쳐놨다. 동아일보는 반대다. 5면 <정동영 “꼰대 투표” 김무성 “중간층 투표 포기하게” / 막판 편가르기-갈등 부추기기 기승>에서 정 고문 건을 앞세웠다. 조선일보는 5면과 6면에 각각 별도기사로 다뤘는데 의도가 조잡하다. 정동영 고문 건은 6면 <정동영 ‘꼰대들 늙은 투표에 인생 맡기지 말고…’>로 처리했다. 근데 김무성 본부장 건은 5면 <김무성 “흑색선전 난무땐 부동층 투표 기권 가능성”>으로 제목을 뽑았다. 큰 제목만 놓고 보면 다른 소리다. 거기다 작은 제목 <“우리가 유리할 것” 발언 논란 / 민주 “투표 방해전술 드러나”>로 이어 붙였다. 꼼수 편집다.
끝으로 하나. 새누리당이 외신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언급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 기사는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에만 실렸다. 경향신문 4면 <박근혜 측 “박정희, 독재자로 표현 말라” / 외신에 요청 논란>, 한겨레신문 7면 <새누리 “‘박정희=독재자’ 표현 쓰지말라” 외신에 요구> 기사가 그것.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은 한국 대선을 다룬 12일자 기사에서 “박 후보 측근들이 올해 뉴스 미디어에 ‘기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메모를 보냈다”고 밝혔다. 국내 언론은 알아서 독재자라는 표현을 안 써주니 굳이 요청을 안했나보다. 투표, 이틀 남았다.
뉴스브리핑팀 / 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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