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27
“농촌에서 자란 정서와 소탈한 성품 그대로 그려달라고 했다. 농촌의 사랑방에서 이웃들과 농사에 대해 얘기하고 농담도 하면서 살아가는 자연인의 모습이면 어떨까 했다. 인간 노무현의 초상화를 그려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청와대에 소장 전시된 노무현 대통령 공식 초상화를 그린 이종구 화가. 2007년 4월 초상화 작업을 위해 대통령을 직접 만났던 때 기억이다. 당시 대통령은 이종구 화가가 우리나라 농촌 현실을 주로 그려왔다는 것에 호감을 갖고 초상화를 부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파격의 소탈한 이미지를 원했지만, 청와대 본관에 걸린 역대 대통령 초상화들과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야 하는 조율도 필요했다. 이종구 화가는 “내가 존경하는 대통령의 소탈하지만 근엄하고, 권위적이지 않지만 준수한 초상화를 그리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인간 노무현의 얼굴
대통령이 보내온 네 장의 사진 중에 태극기를 배경으로 한 ‘준수한 모습’이 있었다. 그는 그 사진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우연히도 그 사진은 대통령이 서거한 뒤 국민장을 치를 때 표준 영정으로 사용한 것이었다.
이종구 화가는 사진 원본 이미지에 충실하게 작업하면서도 두 곳을 새로운 이미지로 변형하거나 시각적 효과로 강조했다. 원래 사진 속의 은색 넥타이를 빨간색으로 바꾼 것, 머리 부분과 배경 사이에 약간의 후광효과를 살린 것이다.
빨간색 넥타이는 젊은 의식으로 개혁에 앞장섰던 대통령의 모습과 민주주의를 상징했다. 과거 제왕적이고 권위적인 대통령 상을 스스로 버리고 친민(親民)의 정치를 위해 힘쓴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존경의 뜻을 후광의 효과로 표현했다.
노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 봉하마을로 돌아가 농부가 되었다. 동네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농사짓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며 모처럼 편안한 일상을 보냈다. 대통령이 초상화에서 원했던 “농촌에서 산 사람의 표정”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짧은 인연, 동시대의 기억
이종구 화가는 대통령 서거 뒤 <봉화산>이란 추모작품으로 ‘노무현’의 마음을 그렸다. 높지도 크지도 않지만, 기암절벽과 선사시대 유적, 불교 유물이 산재해 있는 범상치 않은 봉화산. 산에서 느껴지는 강한 기운 때문에 이곳에서 대통령이 태어나고 또 좌절을 맞은 것이 우연이 아닌 듯 여겨졌다. 봉화산 바위틈에, 와불 아닌 와불의 형상으로 쓰러져 있는 마애불이 다시 바로 세워졌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함께 작품에 담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종구 화가. 초상화로, 또는 작품으로 짧은 인연을 맺은 그들이지만 동시대를 함께 살았다. 스스로 권위를 버리고 국민을 받들려 했던 특별한 대통령. 우리 민족과 농민들의 애환에 대한 깊은 애정을 평생 그림으로 표현해온 ‘민중화가’ ‘농민화가‘ 이종구의 삶은 결코 다르지 않다.
“그림은 결코 허황되거나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현실 속에서 그림이 가진 힘이 아주 미미할지라도 나는 그림을 통해 우리 인간들의 삶을 억압하는 시대의 폭력에 대항하고 싶다.”
이종구 화가의 철학이다. 오늘날 예술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과학을 토대로 탄생하는 것이지 연습실에서 손의 기술이나 반복되는 숙련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가르치는 그의 ‘그림 속 사람이야기’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이종구 화가 관련 글 보기
• [미공개 영상] 노무현 대통령의 초상화는?
• 농촌의 현실을 그리는 화가 이종구
• 그림과의 속깊은 대화, 한편의 그림은 삶의 위한 희망의 화두
• 민중화가 이종구 화백의 개인적 관람에 앞서
■ 강사 소개 : 이종구 화가(중앙대 교수)
1954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회화과,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80년대부터 피폐해가는 농촌의 삶을 그려온 그는, 1995년 국립현대미술관 선정 <올해의 작가전> 등 개인전을 수차례 열었다.
<한국미술 100년> 등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과 미국 퀸즈미술관,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등에 출품했다. 중앙미술대전 장려상(1993), 우현예술상(2010) 등을 수상했다. 그가 그린 노무현 대통령의 초상화가 청와대에 소장돼 있다. 중앙대학교 서양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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