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08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정치에 조금 관심이 있다 보니, 평소에 뉴스나 인터넷신문에서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노무현재단에 대해 알아본다던지 홈페이지를 방문해 본 적은 없었다. 어느 날 웹서핑 중 노무현재단 주최로 5월에 유시민 선생님, 박원순 서울시장님 등을 모시고 강연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처음 찾은 노무현재단...걱정 반 기대 반
아쉽게도 내가 원했던 강의는 스케줄이 맞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노무현재단 에서 주최하는 강의가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일정과 맞아서 신청하게 된 게 <노무현의 민주주의 전략론>이었다.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노무현재단을 찾아가 강의실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기 전, 관계자 분들의 간단한 소개가 있었고 학생들의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다. 모두가 노무현 대통령을 참 좋아하는 분들처럼 보였다. 다른 분들에 비해 나는 사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이 강의를 계기로 그 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었다.
학생들의 소개가 끝나고 이백만 교장의 말씀을 잠깐 들은 후, 본격적으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사인 이송평 민주주의 혁신전략소장은 노 대통령과 함께 민주주의에 대해서 깊이 연구하고 토론도 많이 한 분이다.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모신 분이다 보니, 강의 중에 가끔씩 대통령과의 에피소드 같은 것을 말해주곤 했는데, 평소에는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참 흥미로웠고, 대통령과 나 사이에 느껴졌던 아주 먼 거리감이 한결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하 대통령이라는 말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시민이란 무엇인가
강의는 전반적인 흐름과 앞으로 있을 수업 주제를 소개하면서 시작되었는데, 그 공통된 키워드는 '민주주의'였다. 노무현이 생각했던 민주주의 사회. 그 사회에는 크게 세 가지의 영역이 있다. 하나는 국가의 영역, 또 하나는 정치사회의 영역, 마지막은 시민사회의 영역이다. 이 세 가지 영역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민사회의 영역이다.
국가의 영역은 대통령의 영역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정치인의 영역인 정치사회의 영역은 국가와 시민사회의 중간에서 서로를 연결해주는 기능을 할 뿐이다.
1987년 이전 독재시대에는 시민사회가 억압을 받았고, 87년 6월 항쟁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주의 사회로 진입했지만 독재시대의 후유증 때문인지 시민사회는 아직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무현은 그런 시민사회를 바꾸기 위하여 깨어있는 시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깨어있지 않은 채, 국가를 소수 권력자와 정치인의 손에 맡기는 사회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수강생들에게 선물로 제공된 <10명의 사람이 노무현을 말하다>라는 책에서 유시민 선생이 쓴 부분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대한민국에 태어나면 여권 국적란에 ‘대한민국, Republic of Korea'라고 그냥 주어지는 겁니다. 자기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국민이에요. 시민은 뭔가요? 자기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고 그 권리를 행사하려고 하는 각성된 국민이 시민이죠. 지금 벌어지는 이 모든 사회적 갈등을 보면 그 기저에는 우리가 보통 말하는 국민과 권리의 주체인 시민 사이의 갈등이 있습니다. (중략) 그러니까 깨어있는 의식을 가진 시민이 많아지도록 하는 일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방법 중 첫 번째 단계 또는 늘 해야 하는 기본적인 일입니다.”
87년 6월 27일 11시 30분 범일성당에서 장례미사를 마친 후 노무현 변호사가 이태춘 열사 영정을 들고 장례행렬 앞에서 행진하고 있다. 그 옆이 문재인 변호사.
87년 체제를 뛰어넘길 바랐던 노무현
그 다음은 87년 체제에 대한 강의였다. 87년은 6월항쟁이 있던 해로, 국민들이 독재정권에 맞서 권력을 쟁취한 해다. 87년 체제는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을 형성하는데 87년 민주화가 중요한 계기였으며 민주화 이후 지난 20여 년간 우리 사회의 변동에 어떤 패턴과 구조가 존재한다는 직관적 인식에 바탕을 둔 시각이다.
87년 체제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87년 체제는 독재정권이 군림하고 있던 국가 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으로 생긴 체제이다. 때문에 그것의 두 가지 특징은 독재의 반대 개념인 민주화와 자유화이다. 여기서 자유화는 특히 시장의 자유화를 의미하는데, 즉 국가주의적 경제 질서가 시장중심의 경제 질서로 재편되는 것을 뜻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노무현은 이 87년 체제를 뛰어넘길 바란 것 같다. 다음과 같은 글을 그의 회고록에서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 시대의 첫 차가 되고 싶었는데 구시대의 막차가 된 것 같다.” 여기서 구시대는 87년 체제를 의미한다. 87년 민주화는 우리 역사에 꼭 필요했던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언제까지나 민주화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87년 체제의 두 특징 중 하나인 (시장) 자유화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주의적 경제 질서를 시장 중심의 경제 질서로 재편하는 것도 우리 역사에 꼭 필요했던 과정이었다. 하지만 시장 자유화의 결과, “권력은 시장에 넘어간 지 오래” 라고 그가 말했던 것처럼 시장은 국가 권력을 뛰어넘었다.
세계적으로 국가 모델은 보통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국가가 생겨날 때 는 안보국가로 시작하여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발전국가의 단계를 거치고 그 후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민주국가의 단계를 거친다. 그리고 지금 소위 선진국의 대열에 있는 국가들은 민주국가를 넘어서 복지국가의 단계에 있다고 한다.
‘노무현의 생각’...가슴이 뛴다
노무현은 87년 체제, 즉 민주국가의 단계를 뛰어 넘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확고히 뿌리내린 상태에서 복지국가로 향하기 위해서는 큰 정부가 필요하다. 시장에만 의존해서는 복지국가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87년 체제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뿌리내려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서 그는 민주주의 전략론을 연구한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을 3단계의 과정으로 보았다.
첫 번째는 반독재 투쟁이다. 이것은 우리 국민이 87년 6월 항쟁으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림으로써 이루어냈다. 두 번째는 투명, 공정사회 구축과 지역구도 통합이고, 세 번째는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 정착이다. 이 둘은 아직 성공적으로 이루어내지 못한 것 같다. 노무현은 이 두 가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는 이루지 못했고 그 과제를 우리가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강의는 아무래도 첫 번째 강의이다 보니 어떤 사안을 구체적으로 공부하기보다는 전체적인 틀과 개론을 공부한 것 같다. 첫 강의를 듣고 나니 가슴이 뛴다. 그는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앞으로 남은 강의를 통해서 나는 그가 이루고자 했던 민주주의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연구했던 전략론을 본격적으로 공부할 것이다. 노무현재단에서 주최하는 노무현의 민주주의 전략론 강의. 내 삶에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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