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대통령님 나오신다”, 2008년 봄의 봉하일기
- 4월 사람사는 세상 바탕화면 ‘퇴임 대통령의 하루 그리고 방문객과의 만남’
퇴임 후 한 달여. 대통령의 하루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국정 전반을 고민하시던 게 장군차 재배나 민주주의2.0 사이트 개발로 주제가 바뀌었을 뿐 바쁘시긴 여전했다. 대통령은 청와대에 계실 때처럼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 7시, 점심 12시 저녁 6시 반의 생활패턴에 변화가 없었다.
거의 쉬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에다, 이것저것 챙기느라 들락날락. 오랜만에 만난 비서진 하고도 길게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다들 너무 바쁜 것 같네요. 좀 쉬기는 하는지 모르겠네”라고 한 마디 했더니 사방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날아든다. 퇴임 후 대통령도 하루를 못 쉬었는데 어떻게 비서진이 쉴 수 있겠냐고. 청와대 시절엔 돌아가면서 주말이라도 쉬었는데, 지금은 아예 주말이 평일보다 더 바쁘단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찾아오는 방문객이 워낙 많다보니 대통령께서도 되도록 주말엔 별도의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3월 27일 오후 4시 20분. “와 나오신다.” 우산을 받쳐 든 대통령이 나타나자 200여명 정도 되는 방문객들 사이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방문객들이 핸드폰과 사진기를 높이 들어올리자 대통령은 우산을 접어 왼팔에 들고 오른팔을 올려 포즈를 취해준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달 넘게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젠 귀찮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대통령께 직접 물어봤다. 대통령이 잠깐 내 얼굴을 쳐다보셨는데, 평소에 핵심을 잘못짚고 엉뚱한 말을 하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지으시던 표정 같은 느낌이다.
“물론 양면성이 있죠. 귀찮게 생각하면 참 귀찮을 수도 있겠죠. 찾아온 사람들이 고맙다고 생각하고 성의를 다하면 정말 기쁜 일이고 소중한 분들이죠. 다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닌가요. 시간을 빼앗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하는 일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건 내가 해야 할 일이구요. 새로운 생활리듬을 만들어야겠죠. 가치와 의미는 선택하는 겁니다. 선택할 준비가 돼 있으면 다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준비가 잘 돼 있다고 생각해요.”
저녁 무렵. 진영역에서 서울로 향하는 열차에 올랐다. 내가 대략 안다고 생각했던 봉하마을의 분위기와 직접 가서 느낀 현장 분위기는 많이 달랐다. 퇴임 대통령이 주연이지만, 수많은 자원봉사자 조연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이 드라마를 훗날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까? 올라오는 열차 안에서 읽은, ‘인터넷 세상의 문을 연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클릭을 발명한 괴짜들>이란 책의 뒷 표지에 써있는 한 대목이 유난히 눈길을 잡아끌었다.“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생소한 말이었던 ‘클릭’은 어떻게 겨우 몇 년 만에 우리 일상을 이렇게 완전히 바꿔놓았을까? 거기에는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노력과 열정이 숨겨져 있다.”
2008년 4월 3일 안영배 (現 노무현재단 사무처장)
- <봉하일기, 그곳에 가면 노무현이 있다> 중에서
* 2011년 4월에 첫 공개된 ‘사람사는 사는 세상 바탕화면’이 이달로 만 1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대통령님과 봉하, 그리고 사람사는 세상의 이야기가 담긴 바탕화면에 많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 4월부터는 매달 한 편씩 바탕화면이 선보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에게 좀 더 큰 의미와 감동을 안겨드릴 바탕화면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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