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10
회원 인터뷰를 위해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했던 날, 방긋님은 다음날 있을 ‘거리인 배식 봉사’를 위해 장을 보는 중이었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워낙에 많은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계셔서 인터뷰를 해달라고 하기가 미안했다. 고심 끝에 전화를 걸었다. 지인이 추천해줬다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마고 답을 주었다.
다음날 다시서기센터 무료급식소를 찾았다. 앞치마를 두른 방긋님과 ‘사랑나누미’ 회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 연꽃마실 : 굉장히 바쁘시네요. 영보자애원은 어떤 곳인가요?
방긋 : “‘사랑나누미’에서 2009년부터 매달 넷째 주 일요일에 방문하고 있습니다. 소외된 이웃에게 나눔을 통해 노무현 정신을 전하고 싶었어요. 영보자애원은 대통령 취임하시고 나서 권양숙 여사께서 맨 처음 방문하신 곳이기도 하죠. 부랑여성들을 위한 자활을 돕는 보호시설이에요. 무연고 부랑여성 약 660여 명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어요. 생활자 대부분이 정신지체, 정신장애 등 중복장애를 겪고 있어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곤란해요. 사랑나누미에서 지역별로 무료급식소를 정해 조직적으로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은 인력이나 후원이 부족하네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사랑나누미’에서 좋은 일을 참 많이 하는군요.
“영보자애원 외에도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약소하나마 생활비와 장학금을 지원해 드리고 있어요. 계절별 활동도 있지요. 봄에는 춘3월 프로젝트, 여름과 가을엔 ‘봉하 생태 논학교’를 열어요. 봉하에 일손이 필요하면 종종 내려가고요. 작년 추도식에는 추모방문객들에게 떡을 나누어 드렸어요.”
- 특별한 계기로 시작되었다고 하던데, 혹시 대통령님과 관련이 있나요?
“대통령님이 귀향하시고 친환경농사 첫 수확을 했을 때 추첨을 통해 자원봉사자들에게 오리쌀을 우선 배정했어요. 운이 좋아 당첨이 되었죠. 그때 3Kg 중에 1Kg는 소외된 이웃에게 나누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어요. 게시판에 기획안을 올려 대통령님께 허락을 받고 ‘사랑나누미’가 만들어졌어요. 사사세에서 가장 먼저 생긴 동호회예요. 재단보다 앞서 생겼으니까요.”
- 봉하가 편히 오가기에는 거리도 멀고, 아주 고된 일인데...
“대통령님 계실 때부터 꾸준하게 내려가고 있어요. 거기서 흘리는 땀이야말로 정말 기분 좋은 에너지에요. 전 정치인 노무현보다 그분의 인간적인 모습을 좋아해요. 2008년 늦여름, 대통령님 생신을 맞아 봉하마을 정자에서 단호박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드렸어요. 그때 처음으로 가까이서 뵈었죠. 칼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나무젓가락으로 대충 자르시더니 손으로 툭 떼어 손에 묻은 고물까지 맛있게 드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무현동상’님이 “내년엔 더 잘해드릴게요” 했는데 이듬해 봄에 돌아가셔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네요. 칩거에 들어가셨을 때 촛불 들고 ‘사랑으로’와 ‘작은 연인들’을 불러드렸는데…. 서거하시고 난 뒤에는 거의 매주 봉하에 내려갔었어요. 울면서 장군차 작업하고, 철새 모이도 주고, 화포천 청소도 하고, 여사님 뵙고 위로해 드리면서….”
- 그림이 저절로 그려지네요. 그런데 자원봉사나 여러 활동을 두고 가족들이 말리거나 서운하게 생각할 것 같아요.
“회원들이 아직 이혼 안 당했냐고 농담을 걸곤 해요.(웃음) 실은 남편도 ‘노빠’에요. 재단 활동을 같이 하지는 않지만, 말리거나 간섭하지 않는 것도 도와주는 거라 생각해요. 주위에 보면 가족들 반대 때문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거든요. 결혼을 늦게 해서 아들이 하나 있는데 올해 13살이에요. 독립심을 길러놔서 공부도 그렇고 혼자 알아서 잘해요. 봉하 자봉에도 데리고 다녔고, 마라톤 대에도 함께 참가했지요. (인터뷰 도중 아드님에게 전화가 왔다. 투정이나 응석을 하면 통화가 길어지게 마련인데, 역시나 간단한 통화였다)”
- 어떻게 이 많은 일들을 하시는지, 힘들지 않으세요?
“전 집에 있으면 병이 나는 스타일이에요. 제 아이디가 왜 ‘방긋’이겠어요? 방긋방긋 잘 웃는다고. 전 웃으면서 일해요. 대통령 돌아가시고 난 직후에는 매주 봉하에 내려갔었어요. 친한 회원들이 우스갯소리로 ‘머리에 노란꽃 달고 노뽕 맞으러 간다’고 놀렸지요. 우리는 봉하에 내려가지 않으면 오히려 기운이 떨어져요.”
* ‘노뽕’은 봉하 자원봉사자들이 우스갯소리로 자주 하는 말 가운데 하나다. 주변 사람들이 “뭐 하러 그렇게 매번 그 먼 봉하까지 가서 쎄빠지게 일하느냐”고 묻곤 할 때 “대통령님 뵙고 땀 흘려 일하고 나면 저절로 기운이 솟고 일주일, 한달이 마음 편하다”면서 장난 섞은 말로 “노무현 뽕(노뽕) 맞아서 그렇다”고 해서 붙여진 말이다. 지금도 매주 매월마다 ‘노뽕’ 맞으러, 봉하에 땀흘려 일하러 가는 자원봉사자들이 많다. (편집자 주)
- 그 마음 저도 알 것 같아요. 봉사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해 주셔서 고마워요. 건강 꼭 잘 챙기시고요.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연꽃마실님도 건강하시고 좋은 활동 기대할게요. ^^”
인터뷰를 마치고 얼마 뒤, 몇 가지 궁금한 게 있어서 방긋님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봉하로 내려가는 차안이라고 했다. 수화기 너머 밝고 힘찬 목소리를 듣자니 봄으로 가는 봉하 들녘의 풋풋한 봄내음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내 마음도 함께 봉하로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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