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04
노무현재단이 주최하는 두 번째 소셜다이닝의 주인공으로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초대되었다. 첫 번째 만남의 주인공이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 곁에서 동고동락한 또 한 명의 ‘노빠’와 직접 만나 대화하는 자리다.
강연을 들으러 가기 전에 인터넷검색을 해보았다. 내용 중에 ‘조가이버’란 블로그에 이런 글이 있었다. “좀 젊고, 나름 패기와 진보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 같기는 한데…(중략) 얼마 전에 <동네 안에 국가 있다>란 책을 냈군요. 제목은 뭐 괜찮은 것 같습니다. 지금의 여당사람들과 하는 짓이 좀 많이 다른 듯합니다.”
모두가 울컥했던 1분
이전부터 나는 김영배 구청장을 만나면 이 질문 하나는 꼭 해야겠다고 생각해온 것이 있다. 비록 국정이 아닌 구정일지라도 우리 생활 아주 가까이에서 생활정치를 실천해온 그 아닌가. 나는 그가 ‘노빠’로서 어떤 각오로 구정에 임하고 있는지, 그리고 막상 경험한 노빠의 구정은 어떤 느낌이었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소셜다이닝이 시작되고 얼마 뒤 나는 이 질문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돌렸다. 김 구청장이 노짱에 대한 회고와 감회로 울컥했던 1분 때문이었다. 임기 5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이 겪었던 수많은 고초와 시련을 그 역시 똑같은 무게와 상처로 견뎌왔을 것이다. 이어 김 구청장은 “살아 계실 때 조금만 더 그분을 도와 드렸다면…”하는 아쉬움의 말도 했다.
‘동네 안에 국가 있다’의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었다. 10여 년간의 지방행정과 중앙정치를 두루 경험하고, 생활현장에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그답게 다양한 구정사례들이 쏟아져나왔다. 강연은 민생과 생활정치, 참여거버넌스의 흐름으로 이어졌는데, 짧게 정리하자면 “머리로 하는 정치는 버려라, 대신에 현장으로 몸을 던져라, 구정을 정치하듯 하지 말라, 구정은 생활정치의 실천이다. 몸으로 때우려 하면 그땐 정치가 아닌 봉사의 자세로 일하게 될 것”이란 내용이다.
요즘 박원순 시장 밑에서 일하는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일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은 결국 그만두었다. 성북구청도 예외는 아닐 것 같다. 임자를 만난 것이다. 전시행정과 편의주의에 길들여진 사람들이라면, 민생과 생활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욱 힘에 겨울 것이다.
삶, 시민, 인권, 풀뿌리, 생활정치…‘사람사는 세상’
강연이 끝나고 재단에서 <동네 안에 국가 있다>를 참가자들에게 한 권씩 나눠주었다. 사인회도 이어져 큼지막한 사인도 직접 받았다. 강연을 듣고 보니 앞서 언급했던 블로거의 기우처럼 이 책은 ‘제목만 괜찮은’ 것이 아닐 거란 확신이 든다. 김 구청장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현이 가장 낮은 기초단체와 만나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의 구정 소개를 듣다 알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우리가 노짱님께 듣던 많은 단어들이 수없이 담겨 있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부터 적어보자면 삶, 시민, 인권, 풀뿌리, 과학적 근거와 분석, 현장, 생활정치….
그런데 노짱이 말하는 정치의 레토릭(rhetoric, 수사법 또는 웅변술)과 김 구청장의 레토릭은 다소간에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그 이유는 간단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삶의 현장에서는 ‘배고픈 민주주의’는 통하지 않음을 김 구청장은 깨달은 듯싶다. 그래서 그 풀뿌리들에 자양분을 공급해야 살 수 있다는 대자연의 논리를 구정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하늘이 할 수 있는 일과 땅이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듯이 말이다.
시민에게 다가가서 시민과 함께하고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구정, 이것이 진정으로 대통령 노무현이 하고자 했던 가장 낮은 단계의 민주주의 기본개념이 아닌가 싶다. 바라건대 이런 구정의 추진은 친노-비노 그리고 보수-진보의 이분법적 사고를 떠나야 한다.
나는 김 구청장이 리더의 생각이 바로 서면 지역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또 그것을 경험하는 지역주민들은 어떤 민주주의를 기대하며 지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한다. ‘노빠들이 하면 다르다’란 말이 절로 나오도록 말이다.
질의응답 시간에 내가 자란 동네의 재개발 관련 질문으로 마음의 부담을 드린 것 같아 죄스런 마음을 김 구청장께 사과했다. 어찌 구정의 일부분이니 고민이 없겠는가? 정말 바라건대 지겹도록 보아온 힘의 논리만으로 날아다니는 민주주의는 이제 더 이상 보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최소한의 공공 감시기능을 놓치지 않는 구정을 펼치기를 기대해본다.
글: 사람사는 세상 회원 ‘빠사iluvf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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