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5
이번 강의에서는 민주주의에 관하여 깊게 공부를 했다. 민주주의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말을 꾸준히 들어왔다. 하지만 과연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보고 공부해 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민주주의에 대해서 생각해 볼 이유도 없었고 별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그들도 대부분 그런 것 같다. 참 이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정작 민주주의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왜 우리는 민주주의에 관심이 없을까?
그렇다면 왜 우리는 민주주의에 관심이 없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민주주의라는 것이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이거나, 혹은 이미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라는 생각이 사람들의 정신 속에 단단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예로,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로 진입하기 전과 그 직후 존재했던 정당들의 이름을 한번 살펴보자.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등 많은 정당의 이름에 민주라는 명칭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가 들어가 있는 정당은 민주당 하나뿐이다. 또 다른 예로, 이제는 토론프로그램이나 언론 매체에서 민주주의를 주제로 토론을 하거나 기사를 내는 것을 더 이상 볼 수가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달성했기 때문일까? 일단은 그렇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제 우리나라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달성했다고 봐도 괜찮은 것일까? 혹시 우리는 민주주의를 이룩했다는 생각에 빠져 실제로는 민주주의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강의는 이런 생각을 곰곰이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에 의한’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이것은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1863년에 했던 게티즈버그 연설문에 나오는 개념인데, 민주주의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라고 한다. 국민의 정부, 국민에 의한 정부, 국민을 위한 정부. 이 세 가지가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강의 중에 이송평 교수님께서 내게 직접 던지신 질문이었다. 갑자기 질문을 받아서 몹시 당황했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영어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어서 그런지, 나는 그 개념을 영어 의미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핵심은 of, by 그리고 for의 의미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 중에서 by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by는 영어에서 '~에 의한'이라는 의미로서, 어떤 행위의 주체를 의미할 때 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government by the people은 국민이 주체가 되어 정부를 이끌어 간다는 의미인 것이다.
교수님께서도 국민에 의한 정부가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말씀하셨다. 국민의 정부, 국민을 위한 정부는 어느 정부든 표어로 내세울 수 있는 개념이다. 북한,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을 살펴보자. 인민공화국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People's Republic Korea이다. 여기서 Republic을 빼보자. People's Korea는 Korea of People과 그 의미가 거의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즉, 북한도 국민의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을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는가?
왕조시대에도 독재시대에도 모든 정부는 자신들이 국민을 위한 정부라고 주장했다. 어느 정부가 국민을 위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가? 하지만 국민에 의한 정부는 실제로 국민이 자발적인 주체가 되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는 정부이다. 이런 의미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한 국가, 즉 국민이 직접 국가를 이끌어가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이 주체가 되어 이끌어가는 국가인가? 우리나라는 Korea by the people 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것은 우리 모두가 한 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비판자, 무정부주의자들
그렇다면 진정한 민주주의는 노무현이 생각했던 민주주의와 어떻게 연결이 될까? 그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고 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는 by the people, 즉 주체가 되는 국민,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이끌어가는 국민을 깨어있는 시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므로 by the people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 주체가 되는 국민이 많아지는 것을 깨어있는 시민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깨어있는 시민의 수가 많아질수록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주의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하는 이 시점에서 (비록 진정한 민주주의는 아직 이루지 못한 것 같지만),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세력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무정부주의(Anarchism)이다. 무정부주의자들의 논리는, 모든 국가는 폭력적이고 강압적이며 폭력과 강압은 본질적으로 나쁘기 때문에 국가는 악한 존재이며 그런 국가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룩하면 국민들이 주체가 되어 국가의 폭력성을 통제할 수 있다는 반론을 통하여 반박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의 의견에도 수용할 부분이 있다. 특히, 국가의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는지 그리고 민주적인 국가의 건설은 정말로 가능한 것인지는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하고 공부해야 할 부분이다.
똑똑한 지도자가 해결해주겠지...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또 다른 세력으로는 수호자주의(Guardianship)가 있다. 수호자주의란, 무엇이 공동체에 최선인가에 대해서 수호자가 보통사람들보다 우월한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보통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스스로 알고 방어할 수 없기 때문에, 수호자에 의한 통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이것은 맹자의 왕도정치와 플라톤이 주장했던, 철학자가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는 의견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기는 의문점이 하나 있었다.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나 혹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한 다른 나라들에서도 어느 정도 수호자주의를 바라는 국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하는 점이었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할 대표자를 선출한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그 대표자가 도덕적 자질을 가지고 있길 바라며 또한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추고 있길 바라는 것 같다. 간단히 말하자면, 똑똑하고 청렴한 지도자가 모든 것을 잘 해결해주고 자신들을 이끌어주길 바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 의문점은 곧 해결되었다. 우선 ‘수호자가 모든 면에서 나보다 나으니 그가 모든 것을 잘 해결해주고 알아서 잘 할 것이다’라는 생각, 즉 수호자주의는 상당히 위험한 생각일수도 있겠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수호자주의에는 보통사람들은 지배할 능력이 없다는, 일종의 패배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식이 깊게 뿌리를 내리게 되면 국민들은 더 이상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의 본질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수호자주의는 일종의 권위주의와도 연결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수업을 통해서 왜 노무현이 권위주의를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권위주의는 권위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그에게 순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들은 정치에 참여할 필요가 없으며 똑똑한 권위자가 알아서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생각.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점이라는 것을 노무현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어쨌든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라면 꼭 존재해야 하는 리더와 수호자 혹은 권위자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어쨌든 우리나라에는 대통령이 존재해야 한다. 노무현은 리더와 수호자의 차이를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 이것은 나중에 있을 노무현의 리더십이라는 강의에서 자세히 공부할 것 같다.
권리를 행하는 자들에게는 책임이 뒤따른다
이번 강의를 들은 후 SBS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그 드라마는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하여, 글을 모르던 백성들이 글을 알게 하고 나아가 그들이 지식과 지혜를 갖게 됨으로서 정치권력에 참여하길 바랐던 세종의 노력을 픽션으로 만든 드라마이다.
나는 문득 세종과 그를 막으려 했던 숙적의 마지막 대화가 생각났다. 그 적은 죽기 전에 이렇게 말한다. “무릇 백성은 어리석어 보이나 지혜로써 속일 수 없다 했다. 허나 그 말은 어쩌면, 오히려 어리석기 때문에 속일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혜가 없는 산이나 바위를 속일 수 없는 것처럼. 헌데 너의 글자로 지혜를 갖게 된 백성은 속게 될 것이다. 더 많이 속게 될 것이고 이용당하게 될 것이야.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개처럼.”(그러므로 백성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그들에게 더 이롭고 국가는 지배층과 위정자가 잘 다스리는 것이 최선이다)
그의 말에 세종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허나 그들은 결국 그들의 지혜로 길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매번 싸우고 또 싸우게 될 것이다. 어떨 땐 이기고 어떨 땐 속기도 하고 또 어떨 땐 지기도 하겠지. 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역사니까. 또 지더라도 괜찮다. 또 싸우면 되니까.”
모든 것을 지배자에게 맡겨야 하는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이제 참여해야 한다. 우리가 직접 이끌어서 진정한 의미의 by the people을 이뤄 내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뤄야 한다. 물론 우리가 직접 이끎으로써 실수할 수도 있다. 그 실수에 대한 책임 또한 우리가 져야 한다. 그것이 권리를 가진 자들에게 뒤따르는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권리를 행하는 자들에게는 책임이 뒤따른다. 책임을 지지 않는 자들에게는 권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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