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은 소탈했던 그의 모습, 소박했던 그의 품성을 그대로 닮았습니다. 비석조차 없이 ‘대통령 노무현’이란 여섯 글자가 새겨진 너럭바위가 참배객들을 맞이합니다. 세상을 떠나시면서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세워달라던 대통령님 유지에 따른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대통령님 묘역을 보곤, ‘역시 노무현답다’고 합니다. 또다른 분들은 아무리 그래도 전직 대통령의 묘역인데, ‘너무 황량한 것 아니냐’고 애석해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묘역은 어떻게 설계되었을까.
묘역공간을 디자인한 건축가 승효상이 그 시작부터 완공까지 조성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 책을 펴냈습니다. <노무현의 무덤, 스스로 추방된 자들을 위한 풍경>입니다.
건축가 승효상은 이 책을 통해 진정성 있는 묘역을 만들기 위한 고심과 실현과정을 스케치, 설계도면, 참고 도판, 그리고 건축전문 사진작가의 절제된 사진을 통해 제대로 펼쳐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발적 추방인, 노무현을 생각하다
승효상은 ‘노무현의 무덤’이 그를 추모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를 넘어 우리 자신의 성찰을 구하는 장소, 스스로를 추방한 모두를 위한 풍경이 되기를 바라며 묘역을 설계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내가 아는 한, 노무현은 우리 사회에 생소한 사람이었다.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가 기성 사회에 진입한 것도 보편적 방법이 아니었으며, 그가 획득한 포지션으로 사회의 여느 기득권자처럼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지만 곧 마다하였고, 그는 늘 경계 밖으로 자신을 내몰았다. 그리고 경계 안의 사람들을 향해 질타했다.
…스스로를 제도권 밖으로 추방하는 자, 노무현 대통령은 길지 않은 삶을 사는 동안 거의 항상 자발적 추방인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세계 밖으로 스스로를 영원히 추방하고 말았다. 노무현이었다.”
승효상은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하나만 남겨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진정성을 획득하는 방법의 답을 종묘의 월대에서 찾았다고 했습니다. 600여 년 동안 조선왕조의 신위를 모시고 있는 종묘. 그리고 종묘정전 앞 마치 산 자와 죽은 자가 서로 만나는 듯한 비움의 공간, 종묘의 월대.
노무현 대통령 묘역의 기본 개념은 바로 이러한 종묘 월대와 같은 ‘광장’으로 잡았다고 합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와 우리 일상에 가까이 있는 장소이면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지만 경건함을 유지하는 기념소가 된다는 것입니다.
곡장,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다
대통령님 묘역에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곡장’이 있습니다. 묘역 뒤편에 60m 길이의 내후성 강판 벽을 둘렀습니다. 자연과 묘역의 공간을 구분하는 역할이자 전통 묘역 능침 주변의 곡장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내후성 강판’은 비석 받침에도 사용한 재료입니다. 처음에는 적갈색이지만, 표면이 부식되면서 붉은색으로 변하다가 차차 암갈색으로 변한 뒤에는 계속 그 형태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오래될수록 겉에 두꺼운 산화층을 형성해 내부 철을 영구적으로 보호한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녹슬며 묘역의 변하는 모습을 담아낼 것이라고 승효상은 설명합니다.
묘역 전체 부지에는 국민참여 박석이 놓였습니다. 시민들이 기부한 1만 6천여개의 박석 하나하나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존경과 애도, 민주주의에 대한 의미 등 소중한 글귀들이 새겨졌습니다. 박석들이 어우러져 거대한 비문이 된 것입니다. 승효상은 “시간이 흐르면 새겨놓은 글귀도 세월과 함께 닳아 없어져 사람들의 기억에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에는 대통령님 묘역 이야기뿐 아니라 봉하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거기에 솟아있는 부엉이바위, 어둠 속 묘역 입구의 수반, 박석에 쓰인 글들을 읽기 위해 머리를 숙이고 묘역을 소요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을 건축전문 사진가 김종오의 깊이 있는 흑백사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글을 일고, 한동안 그려보았어요. 우리 노짱님의 묘역을...종묘 월대 라 그런 의미가 있는줄 몰랐어요. 주말에 아이들과 종묘에 다녀와야겠어요.물론 이책도 사서 아이들과 함께 읽고요. 노짱님이 돌아가신후, 죽음이라는 미래를 많이 생각했어요. 난, 과연 나의 미래를 어찌 받아들여야하나... 친구 한두명 이라도 찾아와,"양란, 너 정말 열심히 아름답게 잘살았다." 이말을 듣고 싶어요. 나만을 위한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더불어 사람사는 이야기가 내 삶에도 있었으면 좋겟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