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20대는 고달프다. 주어진 시간을 스펙 쌓는 데만 쏟아도 제대로 취업하기 어렵고 비싼 등록금에 시달리며 고된 알바를 이어간다.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다이어트를 할 수 밖에 없는 여학생, ‘88만원’보다 비싼 사랑 앞에 좌절하는 청춘, 불안한 미래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사회문제를 보는 시각을 중심으로 엮은 <껍데기를 벗고서>를 읽으며 성장한 기성세대는 20대를 이기적, 개인적 세대라고 불렀다. 그런 20대들이 ‘반값 등록금’ 투쟁 등으로 광장에서 촛불을 들자 기성세대는 ‘청년이 돌아왔다’며 환호했다. 하지만 이것은 기성세대의 관점으로 바라본 20대의 한 단면일 뿐이다.
청년, 노무현재단을 찾다
지난 7일 청년컨퍼런스 SARAM 2011 기획단에 선발된 청년들이 노무현재단을 찾았다. SARAM 2011은 “청년,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다”란 슬로건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를 20대 청년들이 말짓, 몸짓으로 표현하는 행사다. 오는 8월 27일 ‘봉하마을 음악회’ 사전행사로 진행된다.
SARAM 2011에 관심 있는 청년들은 발표자와 기획단으로 참여할 수 있다. 발표자는 ‘더불어 사는 세상’이란 주제에 맞춰 자신의 지식과 경험, 의견 등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풀어놓으면 된다. 기획단은 행사 준비부터 현장 진행까지 모든 일을 도맡는다. 재능기부와 자원봉사로 행사를 돕는 역할이다.
SARAM 2011 기획단에는 14명의 청년들이 모여 있다. 일부러 그렇게 선발한 게 아닌데도 부산, 대구, 울산, 청주, 광주, 익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대학생을 비롯해 취업준비생, 예비창업가, 그래픽 디자이너, 간호사, 사업가, 기자 등 직업도 다양하다. 사는 곳과 하는 일은 서로 달라도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익숙하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역시 인터넷과 모바일, SNS에 익숙한 디지털세대다.
SARAM 2011은 20대인 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만들어 간다. 기획단들은 첫날 모임에서 제일 먼저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준비해야 할 것을 협의했다. 기획단장을 맡은 최웅식 ivisual 대표는 기획, 홍보, 콘텐츠, 행사운영 등으로 분야를 나누고, 점검 목록을 만들었다. 최단장은 ‘지식 페스티벌’로 부상한 테드(TED)의 한국 행사 등을 여러 차례 주관한 프레젠테이션 컨설턴트다.
최 단장은 SARAM 2011의 중요한 요소로 ‘세대간 소통’을 꼽았다. 소통을 위한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대화는 ‘사회적 공감’을 만들고 있지 못하다. 이번 발표 주제를 ‘더불어 사는 세상’으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 대통령이 평생을 꿈꿨던 ‘사람사는 세상’과 청년들의 고민이 너무 닮아 있다.
최 단장은 “SARAM 2011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청년들과 기성세대가 함께 고민을 나눌 행사가 없었다는 걸 실감했다”며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기성세대가 앞으로 미래 주역이 될 젊은 세대에게 마음을 열고,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년’이란 말에 가슴 설렜다
기획단 1차 모임에 참석한 사람은 7명. 올해 대학을 입학한 사람이 두 명이나 있다. 기획단에 왜 참여하게 됐냐는 물음에 한 목소리로 “‘청년’이란 말에 무척 가슴이 설렜다”고 답했다. 문재인 이사장, 시인 도종환, 방송인 김제동 등의 명사 멘토가 함께 한다는 것도 끌렸지만 그보다 ‘청년’이란 단어 자체가 주는 감동이 컸다고 한다.
울산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송한나씨. 월차까지 내고 기획단 회의에 참석한 그는 “청년에 해당하는 나이에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장이 될 것 같아 무척 기대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대학교 1학년 박민주씨. 사진촬영과 SNS 홍보를 재능기부하겠다고 지원했다. 특히 세 번째 기부목록이 인상적이다. 바로 열정이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 할지라도 열정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 생각한다”면서 “최선을 다해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더불어’란 말은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 왔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고 봉사학점 따기처럼 쫓아가기에 급급했다”며 “하지만 SARAM 2011은 우리 재능으로 직접 기획하고 만든다는 면에서 ‘더불어’의 의미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단에서 큰언니뻘인 천미희씨.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사람’이란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청년, 더불어 사는 세상 등의 문구를 보고 지금 꼭 필요한 행사가 아닌가 생각했다. 사실 나를 포함해 지금의 청년들은 많이 지쳐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부나 기업이 아닌 바로 ‘사람’일지도 모른다. 외롭고 힘든 경쟁사회에서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 나만 힘들다는 생각이 만연한 것 같다. 어쩌면 옆에서 ‘함께 웃고, 울고, 슬퍼하는 사람’이 그리워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괜찮다, 괜찮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
회의가 끝난 뒤 ‘20대 세대론’를 주제로 즉석 토론이 벌어졌다. 요즘 서점가는 <88만원 세대> 출간 이후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너 외롭구나> 등 20대가 처한 현실을 변호하는 책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편에서는 안철수, 박경철 등이 20대 청년을 위로하는 강연,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성세대의 ‘청춘 변호’에 대해 정작 젊은이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어떤 면에서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지만, 20대 스스로 문제를 치열하게 인식해 더 이상 변호가 필요 없는 세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변호, 위로보다 격려, 소통을 원했다.
4개월차 신입사원 이주희씨는 “청년에 대해 어떤 규정을 하는 건 거부감이 든다”며 “그보다 조금이라도 격려를 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좀 못나고 무기력하고 용기 없어도 괜찮다, 괜찮다, 백번도 괜찮다 말해주는 어른들의 따뜻한 이해, 위로 그거 하나면 조금이나마 삶을 추스르고 살아갈 힘이 생기지 않을까. SARAM 2011도 그저 우리가 말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게 고맙다. 들어주는 어른들만 있어도 정말 많이 고마울 것 같다.”
▶ 문재인·도종환·김제동, 청년 멘토로 나서다
▶ “청년,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다” 컨퍼런스 SARAM 2011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