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주기 헌정추모글 2013.05.22
차창을 타고 흐르는 물이 비친다. ‘비가 오나, 하늘이 파랗네….’ 하늘은 더없이 맑고 햇살이 따사로운 온기를 눈에 한 가득 쏟아주는 아침. 부지런한 발길은 온 가족을 재촉한다. 주말인 토요일 아침에는 느지막이 기지개를 켠 후, 여유로운 커피 향을 가득 안고 신문을 뒤적이는 모습이 언제나처럼 있어야 하건만 오늘은 그런 호사를 누릴 수가 없다.
너무나 파랗던 5월 그날의 하늘
“어서 일어나!” 대학생 아들을 깨우는 것은 오늘이 특별한 날이라도 쉽지 않다. “9시에는 출발해야 돼!” 바쁜 움직임으로 내내 동동거리며 떠날 채비를 한다.
2009년 5월 23일, 오늘은 시아버님의 첫 제사를 모시는 날이다. 몇 년간의 투병 끝에 시아버지는 작년 오늘, 밤사이에 돌아가셨다. 어느 자식도 그의 죽음을 지키지 못했고,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주무시던 시어머니도 그러하셨다. 하지만, 자식들의 슬픔은 그리 크지 않았다. 고통 속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던 모습은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둔 사실보다 더 큰 아픔이었으니….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되고 동족상잔의 긴 세월이 있기 전 북녘 땅에서 몸뚱이 하나만 가지고 남으로 온 젊은이는 고향으로 돌아가 나머지 삶을 살아갔다. 가족을 이루고, 7남매를 정글 같은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선 이런 저런 방법을 재고 따지는 것은 호사였다. 그렇게 그는 아버지의 역할을 마치고 떠났다.
고속도로로 접어들고 나서야 라디오로 뉴스나 음악을 들어볼 생각이 난다. 이리저리 주파수를 맞추자 클래식음악이 나오고 팝송이 나오더니 뉴스가 나온다. ‘봉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부엉이바위….’
‘오늘 혹시 만우절은 아니지?’ ‘설마 오보인가?’ ‘사고인가 봐, 많이 다치셨나?’ ‘무슨 일이야? 왜…’ 이런 저런 말들은 고속도로 위의 두 시간이 20년으로 길어질 만큼 쏟아져 나왔다. 아,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그냥, 미처 뇌가 무엇을 판단할 겨를도 없이, 아니 그냥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물.

같은 날, 또 한 사람을 추모하며
생선을 굽고, 나물을 무치고, 생선전을 지지고, 제기를 챙긴다. 지난 죽음을 추모하는 날에 또 다른 죽음을 맞이한다. 그 둘의 무게가 다름에, 혼돈이 내 몸을 한가득 휘감아 내린다. 생전에 그렇게 그를 비난하던 사람들이 옆에서 죽음에 아쉬움을 표한다.
‘안됐다.’ 무엇이 안 된 것일까. 그냥 한 생명이 사라짐이? 조롱할 대상이 없어져서? ‘하필, 자살이야.’ 살아서 대한민국을 대표한 것에 몹시 서운해 하더니, 하필 자살로 그가 생을 마감하니까 창피해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진심으로 함께 아파하며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한 사람. 그를 존경하고 아끼며 환호했던 행동이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던 것일까. 조금은 덜 사랑하고, 덜 아끼고, 덜 존경했어야 했던 것일까. 그저 아파온다.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해마다 그날이면, 시아버지의 제사를 모시러 가면서, 음식을 하면서, 절을 하면서, 내 맘 속에 모신 다른 한 분께도 음식을 드리고, 절을 한다.
5월의 당신께 당신이 힘들게 이루었던 것들이 조금은 부서지고 쓰러질 수 있겠지만, 우리가 다시 만들고 세우겠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매일 매일 느끼고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것을 이루려고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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