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주기 헌정추모글 2013.05.24
그냥 생각만 하려 했어요. 다시금 가슴 터지는 분노와 슬픔 같은 건 닫아두고, 그냥 그날 하루 뭘 했던가 그것만 되돌아보려고 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날을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터지고, 끅끅 울며 미친 사람처럼 길을 가는 저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4년이 지났다고, 이제 그만 일어나 힘을 내자고 하는 말이 도무지 귀에 들어오지를 않아요. 그리고 며칠을 다시 눈을 감고 살았습니다. 그래요. 그날 무얼 했던가요. 어떻게 지냈을까요? 저는.
토요일 아침, 그날 따라 몹시 바빴어요. 인터넷이나 티브이는 쳐다볼 틈도 없이 정신없이 뜀박질하며 일하는데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뉴스 봤어요?” “아뇨. 무슨 일 있어요?” “노 대통령이 위독하다고 뜨네?” “뭐, 그런가 보지요. 흥이네요!” “봉하에 계신 분은 아니겠지요?” “아유 왜 그러세요~” “그렇겠지요?”
그리고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다시 급한 문자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뉴스 봐요! 티브이 틀어봐요!”
아침부터 왜 이러나 싶어 무심결에 켠 인터넷 창. 단발성 속보로 ‘위독- 이송 중’ 그러다…. ‘설마…, 아니겠지. 아니겠지’ 했어요. 믿고 싶지도 않았고 받아들여지지도 않았어요. 그때부터 정신없이 쏟아지는 문자들. 선배가 전화를 했습니다.
“소금눈물아….” “언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서로가 전화기를 붙들고 펑펑 울고 있었습니다. 벼락을 맞은 것처럼…. 아니, 그건 정말 벼락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요. 세상이 아무리 미치고 지옥 같아도 이럴 수가 있나요.
“그냥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할 것 없이 그냥 우리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그 선배 언니는 목사님 사모님이에요. 세상이 이럴 수는 없다며, 그냥 다 망하고 다 죽어버리자 통곡을 하던 언니. 길을 가다가도 울고 새벽기도 시간에도 미친 사람처럼 울고…. 그 시간들 내내 그렇게 폐인이 되었던 언니 내외. 친구가 전화했습니다.
“가야지요?” “갑시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러고 끊었습니다. 퇴근하자마자, 분당에서 대전으로 날아온 친구와 함께 봉하로 달렸습니다. 차 안에서 둘 다 말이 없었어요. 무슨 말을 할까요. 아직 이게 받아들여지지도 않고 그냥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었는데요.
봉하의 들판엔 모내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얼마 전에 다녀온 봉하의 들판들, ‘모내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른 저녁 도착했을 때, 그 이후 이어진 엄청난 추모 인파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었어요. 공단 입구에 차를 세우고 우리는 걸어서 들어갔습니다. 어둑어둑해지는 길로, 유령처럼 휘적거리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고 그저 무엇에 끌려가는 그림자들 같았어요. 이게 무슨 소식인가 그저 황망한 마음에 달려는 왔지만, 어찌할 바 없이 모여서 그저 웅성웅성 서있는 사람들.
마을회관 앞에는 아직 아무 준비도 없었고, 바닥에 부서진 화환이 보였어요. 막 볕가리개가 펼쳐지는 마당가에 언론사들 부스가 차려지고 있었지만 거기 모인 누구도 그 언론사들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아무 배려해줄 마음도 없었고 그들이 그동안 누렸던 그 무소불위의 권력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분노에 찬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조용히 뒤로 다녔고 몸이 부딪치면 발작처럼 터지는 욕설에 몸이 움츠러들었지요.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정신없이 몰려드는 마당에, 누군가 비명처럼 욕설을 내뱉으면 순식간에 그 욕설은 함성처럼 저녁하늘을 뒤덮었습니다.
“살려내라!! 이 xx들아!!”
위태로운 침묵은 얼마가지 않아 또 누구가의 통곡으로, 비명으로 깨져버렸지요. 저는 울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버티고 서서, 이 사람들이 어찌 이리 여기 모여있나, 왜 이렇게 어지러운가 멍해있었지요. 누군가 소리치더군요. 집권당의 누군가 봉하마을로 들어오다 마을 입구에서 추모객들에게 막혀있다고요. ‘추모객’. 우리가 추모객이었던가요? 누구를, 무엇을 추모하러 와있던 가요?
“여기가 어디라고 와! 왜 와! 죽여놓고 왜 와!!”
“여러분! 그 얼굴을 보고 싶습니까?”
누군가 찢어지는 비명처럼 소리치자 일제히 “가라! 꺼져라!”라고 연호하기 시작했어요. 어수선하게 불이 들어오는 마당가로, 어둠 속을 지나가는 유시민 장관의 얼굴을 본 것은 그때였습니다. 얼굴이 달덩이처럼 퉁퉁 부어 땅에 떨어질 듯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던 그의 굳은 얼굴을 본 순간, 저는 그냥 주저앉았습니다. ‘사실이구나. 우리가 천붕(天崩)을 맞았구나. 우리가 추모객으로 온 거구나….’ 바닥에 굴렀는지 어쨌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그 뒤로는. 벼락처럼 터진 내 비명소리와 통곡소리가 남의 것처럼 아득했어요. 추모객을 맞을 준비가 되고 영정사진이 나오면서 회관 앞 마당은 그야말로 비명으로 가득 찼지요. 그리고는 생각나지 않아요.

그들을 향한, 지켜드리지 못한 우리를 향한
자정이 한참 넘어 힘겹게 일어나 돌아오는 길가, 한밤중 시골길을 가득 메우고 꾸역꾸역 밀려드는 사람들의 행렬. 정부의 고관대작이라는 사람들이 추모객들 사이로 섞여 들어오다 욕설을 듣고, 아무 말 못하고 그들 사이에서 오는 모습을 몇 번이나 마주쳤지요.
“그래 이 xx야! 속이 시원하냐? 노짱이 가실 때 너는 뭐 했니? 네가 그 정부의 장관이었어!”
“당신들이 죽인 거야! 왜 와! 무슨 염치로 와!”
사실은…, 지켜드리지 못한 스스로를 향한 욕설과 저주였음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었지만, 차마 인정할 수 없었고, 아니 어찌어찌하다는 이성은 도무지 없던 그 밤들. 귀신의 얼굴이 되어 검은 무리로 끝없이 들어오고 들어오고 들어오고 그러던 행렬들. 그 밤을 저는 몇 번을 발작처럼 통곡을 하고 까무러쳤는지요. 돌아가지 못하고 제 옆에서 함께 밤을 새우던 친구. 저녁마다 고속도로를 달려 봉하에 들르고, 봉하에 가지 못한 날은 지역 분향소에서 자봉을 하고….
참 많이 후회했어요. 왜 그 자리로 보내드렸는지! 탄핵 때, 이젠 우리가, 내가 지켜드리겠다고 떠들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저를 저주하고 원망하면서…. 시간이 벌써 4년이 되었다네요. 봉하로 가는 기차 예매를 하면서 그저 덤덤히 일상인 듯, 늘 하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해요.
*추신*
이런 글. 다시는 쓰게 하지 말아주세요. 가끔 재단이 하는 일은 참 힘들게 해요. 일상이 될 수 없는, 이제는 도저히 그전과는 같이 살 수 없게 되어버린 그날 이후 누군가 그러더군요. 그건 ‘한’이라고요. 그래요. 한이 되어버렸나 봐요. 그래서 그 누군가가 똑같이 죽기 전에는, 그들의 그 말로를 보기 전에는 절대로 저는 죽을 수가 없을 것 같거든요.

![]() |
![]() |
![]() |
|---|---|---|
| 4주기 헌정추모글 | “다시 만날 거야, 우리는…” | 2013.07.09 |
| 4주기 헌정추모글 | 끝이었고, 시작이었다 | 2013.07.02 |
| 4주기 헌정추모글 | 끝내 비워지지 않을 술 한잔을 바치며 | 2013.06.20 |
| 4주기 헌정추모글 | 나의 긴 잠을 깨우다 | 2013.06.14 |
| 4주기 헌정추모글 | 마지막 헌시 | 2013.05.30 |
| 4주기 헌정추모글 |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것 | 2013.05.28 |
| 4주기 헌정추모글 | 5월, 다시 바람이 분다 | 2013.05.27 |
| 4주기 헌정추모글 | 세상에서 먼 가장 먼길을 돌아 | 2013.05.24 |
| 4주기 헌정추모글 | 천붕, 하늘이 무너지다 | 2013.05.24 |
| 4주기 헌정추모글 | “조금은 덜 사랑했어야 했던 걸까요” | 2013.05.22 |
![]() |
![]() |
![]() |
|---|---|---|
| 사료이야기 | “주권자의 참여가 민주주의 수준 결정할 것” | 2013.06.10 |
| 사료이야기 | 추모기록, 바로 여러분들의 기록입니다 | 2013.04.18 |
| 사료이야기 | “여러분의 박수와 눈물,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 2013.03.27 |
| 사료이야기 | 탄핵, 그 야만의 기록 | 2013.03.11 |
| 사료이야기 | 이런 ‘바탕화면 사진’ 어떻습니까? | 2013.03.08 |
| 사료이야기 | 부림사건, 한 인간이 변화한다는 것 | 2013.02.26 |
| 사료이야기 | 명패투척, 불의에 대한 어느 초선의원의 분노 | 2013.02.26 |
| 사료이야기 | 노무현의 춤, 그 필(feel)과 폼(form) | 2013.02.18 |
| 사료이야기 |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어디서 나온 말일까요? | 2013.02.13 |
| 사료이야기 | 조선일보 사원들에게 보낸 초선의원 노무현의 편지 | 2013.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