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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5월23일 그날> 나의 긴 잠을 깨우다

4주기 헌정추모글 2013.06.14

‘5월 23일 그날’은 온라인이나 우편으로 주로 사연을 보내주셨기에 글쓴이를 직접 뵐 기회가 없었는데요. 이번 사연의 주인공인 ‘꿈의 동행’님은 며칠 전 회원카페 [한다]를 직접 방문하셨습니다. 노 대통령의 꿈을 공부하고 곱씹으며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결심했고 마침내 그 목표와 진로를 이루었다는 ‘꿈의 동행’님. 더운 초여름 날씨에 재단을 찾아오느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회원카페에서 노 대통령의 흔적을 찾아보겠다며 눈을 반짝이던 이 청년이 전하는, ‘그날 이야기’를 만나보시죠.

“빨리 일어나 봐.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대.” 부모님의 말씀에 늦잠을 자던 저는 화들짝 놀라 일어났습니다. 잠결이라 ‘잘못 들었거나 꿈이겠지’하고 눈을 비비며 텔레비전을 켰습니다. 정말 그의 죽음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어느 토요일 늦은 아침 제 잠을 깨우는 소리를 들은 직후였지요.

사실 노무현 대통령은 제 손으로 직접 뽑은 대통령도 아니고, 처음부터 깊이 지지했던 분도 아니었습니다. 2002년 대선 당시 저는 어린 학생이었습니다. 노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에도 그저 주변의 신문이나 어른들 말씀을 통해 노무현정부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조금 들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씩 커가면서 주변 일에 대해 ‘왜?’하는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 생각하면 항의도 했고요. 아마 그것이 제 사춘기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진보적인 사람’ 노무현을 만나다

사춘기라는 말 그대로 제 생각 속에 조금씩 봄기운이 들어오면서 반항심도 커져갔습니다. ‘왜 그것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 저렇게 하는 것은 옳지 않은데.’ 하지만 아직 어렸던 저의 미숙한 목소리들은 종종 여러 제약 속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마치 철없는 아이가 괜히 투정부리는 것처럼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억눌린 불만이 쌓이면서 ‘무언가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지금 세상보다는 더 나은 모습을 꿈꾸고 싶었습니다. 그때 저는 ‘진보적인 사람’ 노무현을 만났습니다. 노 대통령이 퇴임을 하시고 인터넷을 통해 글을 남기시던 것들을 조금씩 보아 왔습니다. 이때 저는 그저 노 대통령의 주장에 조금 관심을 가졌을 뿐, 참 막연하게 그를 바라보았던 것 같습니다.

노 대통령의 서거라는 ‘사건’은 저의 긴 잠을 깨웠습니다. 그를 추모하는 많은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그의 가치와 생각들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참여정부의 정책들을 정리한 동영상도 보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을 담은 책도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정말 ‘꿈이 있는 사람’이었음을 느꼈습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나친 이상주의자가 아니었을까, 우리 세상은 절대 그의 꿈처럼 발전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문득 그가 가진 이상의 크기를 느껴보았습니다. 꿈꾸지 않거나 목표를 낮게 잡아 ‘성공하는’ 것과, 높은 꿈과 이상을 위해 달리다가 ‘완벽하지 못하게 되는’ 것 중에 무엇이 더 내일을 위해 나은 것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더 큰 꿈을 꾸기에 늘 완벽하지 못했던, 노무현의 커다란 꿈이 제 마음 깊이 다가왔습니다.

저 한 사람이 잘 되는 것만을 목표로 삼았던 제 삶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잘 될 수 있고, 그래서 버려지거나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그것을 위해 깨어 있는 시민으로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물론 주변에서 저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요. 혼자만의 목표를 이루기도 힘든데, 그렇게 불가능에 가까운 꿈을 꾸어서 어떻게 할 건지 걱정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완벽하지 않은 꿈’을 꾸는 것이 정말로 소중하다는 것을 믿었습니다.

적어도 그 꿈이 조금이나마 빛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 자리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들이 힘겹게 느껴지기도 했고, 때론 지치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노 대통령의 말이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가 꿈꾸었고, 이제 이 세상에 남겨둔 꿈들을 위해 제가 해야 할 일을 바라보며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성공과 좌절 이전에 큰 꿈이 있었다

마침내 저는 제가 꿈꾸던 목표와 진로를 이루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았습니다. 가장 먼저 노무현 대통령의 꿈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그의 고민들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성공과 좌절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꿈이 컸기에 좌절도 있을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처럼 큰 꿈을 꾸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했습니다. 혼자 이기고 잘 되는 작은 목표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함께 잘 될 수 있는 큰 꿈에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온전히 이뤄지지 못할지라도, 그 꿈을 꾼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노무현의 꿈은 단순히 성공하거나 실패한 꿈이 아니라, 높기에 아름답고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는 꿈이라고 믿습니다. 제 꿈에도 그런 힘을 담고 싶습니다. 

일상에 치여 피로를 느끼면 낮에도 꾸벅꾸벅 졸 때가 있습니다. 제 꿈도 가끔 눈꺼풀이 슬며시 내려옵니다. 잠깐의 단잠을 잡니다. 하지만,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더 아름다운 노무현 대통령의 큰 꿈이 제게 속삭이면, 다시 잠에서 깨어납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달려봅니다. 어느덧 사년이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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