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주기 헌정추모글 2013.07.09
5월 23일
오전, 침대에서 뒹굴 거리다, TV 화면에 정지된다.
아이 아빠를 깨운다. “노통이…, 돌아가셨대….”
이미 온몸의 신경이 곤두선다.
밀린 잠을 자던 아이 아빠가 벌떡 일어난다.
“뭐?!!!”
그후로,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5월 24일
TV에서는 하루 종일 생각지도 못한 화면들이 흘러내린다. 현실인가, 꿈인가. 눈물이 그치질 않는다. 어미가 평상시와 다르니, 아들이 말한다.
“엄마, 대통령 때문에 그래?” “어….” “엄마, 울지 마. 내가 있잖아.”
그래. 네가 있지. 아들아….
5월 25일
회사 출근. 다르지 않은 나의 일상에 비참함을 느낀다.
모니터 화면에 그냥 앉아있다. 도저히 안 되겠다. 병원을 핑계 삼아 한 시간 빠른 퇴근을 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조계사 가실래요?” “그래, 가자.”
분당서 아픈 다리를 이끌고 한살 많은 친구가 조문을 한다.
“아이고, 이 양반아. 조금만 참지….” “남은 사람들은 어쩌라고….”
절은 하지 못하시고 울면서 국화로, 기도로, 친구를 보낸다. 엄마 손에 이끌려 국화 한 송이 대통령 할아버지에게 놓고, 절을 하며 대성통곡하는 엄마를 다독이면서.
“울지 마, 울지 마.”
조계사 앞뜰이 제 마당인 양,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양, 아들이 조문객들 사이로 뛰어다닌다.
“아들! 대통령 할아버지한테 마지막 인사해.”
두 손 모아 합장하며, “할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또 올 게요”
돌아오는 길. 택시 안에서, “아! 덥다. 대통령 할아버지 재미있었어.”
5월 26일
하루해가 또 떴다. 잠든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다 출근한다. 엄마가 TV를 보고 삿대질하면서 욕한다.
“이 썩어 뒈질 놈의 새끼들.”
옆집 준석이 엄마가 상추를 갖고 온다. 잠깐 들린다.
“대통령도 죽어나가는 이 나라에서 애를 키워야 할지 모르겠어.” “어머, 언니! 나랑 같은 마음이구나.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워….”
그렇게 우리는 같은 마음으로 이야기한다.
“언니! 내일 나랑 같이 야탑(*글쓴이가 거주하는 분당의 동 지명) 가면 안 돼?”
5월 27일
또 하루가 진다.
아이를 아픈 엄마에게 맡기고, 나의 마음을 위로받고자 온다. 덕수궁 돌담길을 둘러쌓은 이 띠는 무엇일까.
아이 아빠를 만났다. 조문을 하라 했지만 하지 않는다. 아직 떠나보낼 준비가 안 된 탓인가. 빠른 걸음으로 덕수궁을 빠져나온다. 서울역으로 발을 옮겼다. 유시민 얼굴이라도 봐야 할 것 같아서…. 초췌한 그의 옆얼굴을 보며 아이 아빠가 낮게 읊조린다.
“다시 만날 거야. 우리는….”
아직 영정 앞에 절을 하지 못하는 아이 아빠는, 아직 떠나보내지 못하겠나 보다. 서울역 앞의 시끄러운 공사소리에 분노가 치민다. 원망하지 말라 하셨지만….
5월 28일
그냥, 그냥 하루가 간다.
이젠, 정말 이별이다….
5월 29일
뒤척이다 깜박 잠든 새벽. 동트기 전 발인이라 TV라도 봐야 할 것 같아, 부리나케 모니터를 켠다. “야! 좋다!”라고 외쳤던 그곳을 이젠 제 발이 아닌 다른 이들의 발로 휭, 하니 돌아본다. 간다. 다시는 오지 않을 곳으로.
유시민의 바람처럼
온갖 노란 물결로
보낸다.
온다.
이젠 인간의 형체가 아니다.
떠나다.
나의 꿈과 이상이…
이젠,
목 놓아 울지도 못할 거다.
이젠,
그리워도 보지 못할 거다.
언제 다시,
나의 꿈과 이상을 만날 수 있을까.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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