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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 추도사] “국가권력이 저지른 잘못, 반드시 정리해야”

조회 2,263추천 02011.03.30


“국가권력이 저지른 잘못, 반드시 정리해야”
-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 추도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주도민과 4·3 유가족 여러분. 우리는 오늘, 58년 전 분단과 냉전이 불러온 불행한 역사 속에서 무고하게 희생당한 분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모였습니다.

저는 먼저, 깊은 애도의 마음으로 4·3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오랜 세월 말로 다 할 수 없는 억울함을 가슴에 감추고 고통을 견디어 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유족들 박수와 눈물의 의미 늘 가슴에 새겨

아울러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국가권력이 불법하게 행사 되었던 잘못에 대해서 제주도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제주도민과 유가족 여러분. 2년 반 전, 저는 4·3사건 진상조사 결과 보고를 받고,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하여 여러분께 사과를 드린 바 있습니다. 그때 여러분이 보내주신 박수와 눈물을 저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추모사업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지난달에도 2,800여명을 4·3 희생자로 추가 인정했고, 이곳 4·3평화공원 조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해와 유적지를 발굴하는 일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입니다.

이제 4·3사건위원회가 건의한 정부의 사과와 명예회복, 추모사업 등은 나름대로 상당한 진전이 이뤄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공감대를 넓혀가면서 가능한 일 하나하나를 점진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4·3사건을 제대로 알리고, 무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국가권력 일탈책임은 특별히 더 무겁게 다뤄야

국민 여러분. 자랑스런 역사이든 부끄러운 역사이든,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리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국가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일탈에 대한 책임은 특별히 무겁게 다뤄져야 합니다. 또한 용서와 화해를 말하기 전에 억울하게 고통받은 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입니다. 그렇게 했을 때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확보되고 그 위에서 우리 국민들이 함께 상생하고 통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도 과거사 정리 작업이 미래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사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의 걸림돌을 지금껏 넘어서지 못했던 것입니다.

누구를 벌하고, 무엇을 빼앗자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사실은 사실대로 분명하게 밝히고, 억울한 누명과 맺힌 한을 풀어주고,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다짐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 우리 국민이 하나가 되는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날의 역사를 하나하나 매듭지어갈 때, 그 매듭은 미래를 향해 내딛는 새로운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보배’

제주도민 여러분.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보배입니다.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이 사랑하는 평화의 섬, 번영의 섬으로 힘차게 도약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주도가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도민 여러분은 폐허를 딛고 아름다운 섬을 재건해냈고, 그 어느 지역보다 높은 자치역량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주민 스스로 결의해서 항상 중앙정부가 기대하는 이상의 높은 성과를 이루어오셨습니다. 여러분이 앞장서 나아가는 만큼 정부도 열심히 성원하고 힘껏 밀어드리겠습니다.

함께 힘을 모아 풍요롭고 활력 넘치는 제주를 만들어 나갑시다. 이 평화의 섬을 통해 한국과 동북아의 평화, 나아가서는 세계의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 갑시다.

다시 한 번 4·3 영령들을 추모하며,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이 행사를 지켜보면서 그 엄청난 고통과 분노가 시간이 흐르면서 돌이켜볼 수 있는 역사가 되고 또 그 역사의 마당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보면서 앞으로 또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면 이것이 제주도의 새로운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잡고 그것이 우리 모든 국민들에게 이제는 분노와 불신과 증오가 아니라 사랑과 믿음, 그리고 화해를 가르쳐주는 그런 아주 중요한 상징물이 될 것이라는 그런 기대를 가지게 됐습니다. 함께 노력합시다. 감사합니다.

- 2006년 4월 3일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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