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 make error!! /var/www/html/data/world/user_photo/202508/dir make error!! /var/www/html/data/world/user_photo/202508/thumb/

home > 사진·영상 > 참여갤러리

참여갤러리여러분들의 사진과 영상을 공유 할 수 있습니다.

1박 2일 봉하 여행기 (2)

짱나라note 조회 3,309추천 122008.05.09

늦은 아침 김밥 두 줄을 챙겨서 마을 봉화산을 올랐습니다.

봉화대에 올라서자 속이 확 트이는 시원스러운 바람이 반겨주었고,

내려다 본 들판은 마치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듯 장쾌하고 유연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봉화산에서 저흰 쌩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봉화대에서 정토원으로, 호미든관음상을 찬찬히 살피고 돌아 나오는 길에

쓸데없는 모험심이 발동하여 찻길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한참을 걷고 걸어 포장길이 끝나자, 수많은 산업단지가 이어집니다.

옆 마을 한림면 산업시찰까지 원한 건 아니었건만 산을 끼고 돌아간 것이 그린 된 겁니다.

오가는 트럭이 뿜는 먼지를 뒤집어쓰기도 했고, 주변 단감나무 농장 개한테 쫓기기도 했고...

초입 삼거리 슈퍼에 들러 콘 하나로 에너지보충하고서야 다시 봉화마을에 입성했습니다.

이리하여 어제까지 해서 봉하마을에 세 번 들어섭니다... 또 복 터졌습니다...ㅜㅜ

 

어처구니없는 봉화산 헤맴 산행으로 지치고 허기진 우린 다시 저수지잔디밭으로 갔지요.

잘 빠진 고급 검은색 자가용이 우리 곁에 서더니, 묻습니다.

“여기 골프장이 어디요? 아무리 돌아봐도 없네.”

“골프장이라고 했던 곳이 여깁니다!”

“여기요?”

“네, 이렇게 작은 잔디밭과 저수지를 호화골프장이라 했고, 손자가 가지고 놀던

어린이용 골프채를 가지고 있던 것을 사진을 찍었고, 합성해서 신문에 냈다 합니다!”

“아~ 그랬구나... 신문에 그렇게 나왔더라고! 고맙습니다!”

 

앗싸, 한 건 했다! 어제 공짜 술값을 조금이라도 대신한듯하여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후배는 한 술 더 떠 한 3일을 붙박이로 지키면서

찾아오는 무지한 방문객들 상대로 올바른 교육을 시키고 싶다 하더군요.ㅋㅋ

 

못 만났습니다. 느려터지고 여유만만한 절 바쁘신 노짱님은 기다려주시지 않았어요.

총알처럼 튀어간 후배는 노짱님과 눈까지 맞췄다지만, 제가 가방 챙기고 뒤늦게 달려갔을 땐 이미....

전 길가 먼발치에서 특유의 음성이 울려오는 소리와 사람들 웅성임, 그 흔적만을 뵈었지요.

1박 2일을 머물면서 노짱님 못 만난 사람은 제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내!

 

화포천은 또 왜 그리 멀던지. 노짱님도 못 본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걸었습니다.

‘저기 저 둑이 보이죠? 바로 그 너머에 화포천이 있어요.’라는 똑같은 대답에

신기루 같은 화포천을 향해 한참을 또 걸었습니다.

후배와 들판을 헤매다 도착한 곳이 그 둑길과 이어진 철길이었습니다.

철길 아래 무성한 덤불들과 하얀 길, 보리밭 너머 화포천은 그림 같았습니다.

결국 지친 우린 화포천을 지척에 두고 철길 가에 앉아 쉬어야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화학비료 때문에 사라져갔던 자줏빛 자운영이 들판에 흐드러져있었습니다.

요즘 친환경 생태농법으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자운영꽃밭.

어느 시인은 자운영 꽃밭에서 얼굴을 묻고 울었다하지만, 전 뛰어들어 드러눕고 싶었습니다.

 

봉하마을에서 1박 2일은 심심할 새 없이 끝나버렸습니다.

아스라이 멀고도 아주 가까운 곳에 소중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봉하마을은 우리들의 고향이고, 일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고, 미래가 있었습니다.

 

노짱님과 많은 사람들이 정성들여 심었다는 장군차가 필 가을에,

매화나무가 숨은 꽃을 피어갈 늦겨울에, 새봄을 알릴 노오란 산수유와,

고운 산벚나무를 보려면 다시 찾아가렵니다. 그땐 꼭 절 봐주십시오.

 

우리가 떠나오던 저녁 7시가 넘도록 서너 대의 관광버스가 휴게소처럼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참 많은 사람들이 노대통령님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껏 찾아왔는데 못 만나서 서운함에 벌컥 화를 내던, 길바닥에 주저앉아 한탄을 하던,

원망의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은 분명 노짱님을 많이들 보고파했습니다.

(4월 30일 수요일)

이전 글 다음 글 추천 목록
875 page처음 페이지 871 872 873 874 875 876 877 878 879 880 마지막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