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에서 4부작으로 기독교를 비판하는 모양이다. '예수의 실존 여부' 등 기독교를 본격 조명한 SBS 다큐멘터리 이 그것이다. 한기총에서 SBS에 항의 방문하고 한기총 소속 목사가 SBS 사옥에서 단식 농성을 벌일 정도이면 일부 기독교단과 기독교 신자들이 받은 충격파가 짐작할 만하다.
그럼에도 SBS에서 기독교을 학문적으로 조명하고, 비판적 견해도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것은 신선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유는 이렇다.
언론 매체들은 어느 종교 집단에 대해서이든간에 비판하기를 꺼려 한다. 종교 집단의 신자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하여 이런 보도가 나가게 되면, 신자들의 항의 시위와 구독 거부, 광고 거부 등이 끊이질 않는다. 언론사는 이런 압력이 감당하기 어렵다. 언론이 이러한데, 정부나 정치인들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들이 종교 집단의 문제점이나 비리에 대해 제재 또는 비판을 가하기는커녕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다. 말 그대로 종교 집단은 우리 사회의 성역이다. 그런 가운데 SBS가 분연히 기독교 비판에 나선 것이다. 신선하다.
정치인들이 선거 과정에서 신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종교 집단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일반화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기독교 대통령도 많았고, 불교 신자 대통령도 있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독교 집단을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반으로 만들고서 집권한 첫 번째 대통령이다. 일부 기독교 신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이 마치 하나님의 복음에 충실히 하는 것인 양 신념화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를 정치에 끌어들인 결과, 기독교 집단은 정치 권력과 결탁하여 우리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무소불위라 할 정도로 키워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개신교 집단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종교적 논리로 재단하거나 종교적 관점에서 맹목적으로 옹호하거나 배척하는 등 그 일탈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SBS가 기독교 집단에 칼을 들이댄 것은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서 종교 본연의 역할에 머물지 않고, 정치 권력화하는 기독교 집단에 대한 견제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의미 있다.
끝으로 개신교가 현 정권의 지지 기반이 되다 보니,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 정부 여당의 지지자들이 같은 패거리 의식으로 서로의 비리나 치부, 잘못된 행태에 대해 묵인하고 편가르기식 응원이 비일비재하였다. 그런 가운데, SBS가 기득권층 카르텔에서 빠져 나와 기독교에 비판을 가하였다. 진영 논리에 벗어난 용기 있는 행동이다. 격려 받아 마땅하다.
SBS는 처음에 한기총 등 일부 교단의 반론 보도 요구에 대해 고려해 보겠다고 하였었다. 그러다가 SBS는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대와 법률적 검토 끝에 일부 기독교 집단의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기독교단에서 방송 내용에 이의가 있으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여 반론 보도 결정을 얻어내어 반론보도를 신청하고, 앞으로 방송할 내용에 대해서도 못마땅하면, 법원의 방송중지가처분 결정을 받아 법적 절차에 따라 방송을 중지하게 하면 되는 것이지, 목사와 신자들이 방송국에 몰려와 행패를 부리는 식으로 방송을 멈추게 해서는 곤란하다는 게 이유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어느 종교 집단이든 간에 세속의 권력과 세속의 황금을 탐하게 되면 성스러운 존재라기보다는 마귀 집단에 불과하다. 최근 이명박 정권에 영합하며 민중의 고통을 외면하는 일부 개신교 정치 목사 집단들도 SBS의 방송을 계기로 그런 소지가 없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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