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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방문기
Marine Boy
조회 3,049추천 282008.11.23
안녕하세요 ? MarineBoy라고 합니다.
사진자료와 함께 올리기 위해 참여게시판이 아닌, 사진관에 올립니다. 양해바랍니다.
지난 11월 21일 토요일에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벼르고 벼르던 일이라 출발 전날엔 소풍가는 어린이 마냥
설레임에 잠을 설치고야 말았습니다. 출근 길에 아침마다 들르는 집 근처 온천에서 간 밤의 피로를 풀고 어른을 만나뵙기 위해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준비해야 겠기에 고민 끝에 지역 특산물인 과메기 세트를 사서 싣고 출발했습니다.
혹시라도 늦을 까봐 고속도로에서는 휴게소에 들르지도 않고 논스톱으로 갔습니다. 대동 IC에서 빠져나가 북부산 IC를 거쳐 드디어, 김해 이정표가 보입니다 ! ^^ 그나저나, 대동 IC에서 북부산 IC까지 느낌상 3~4km 밖에 안되는데 요금을 받더군요. 그래도, 봉하마을 가는 길이니 감수해야 겠지요.
그런데, 조금 가다보니 길 가에 옷가게 간판이 보이고 "50~70% 할인"이라는 글귀가 보이더군요. 노공님이 나오시는 오후 3시까지는 여유가 있었고 겨울 옷도 마땅치 않던 터라 가게에 들러 싼 맛에 바지 등 겨울 옷가지를 구입했습니다.
사실, 며칠 전에 대형 유통점에서 둘러 보았을 때와 비교해서 품질 대비 가격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이 또한 봉하가는 길의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봉하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여느 도회지와 별 다를 바 없었습니다만 봉하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눈 앞에 펼쳐지는 봉하의 탁트인 평지와 이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야트막한 산들이 외지인의 눈에 무척이나 푸근한 풍경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주차장은 예상대로 빈틈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대형 전세버스도 6대나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시기는 좀 늦은 감이 있으나 단감의 본고장인 진영단감을 맛보지 않을 수 없지요. 그래 계획대로 4박스를 구입했습니다. 박스 당 2천원 깍아 만오천원씩 주고 구입하여 차에 먼저 실어 놓으니 비로소 아침을 먹지 않고 서둘러 출발한 터라 시장기가 급속히 몰려오기 시작하더군요. 봉하의 명물 중 하나인 소고기 국밥 먹을 생각을 하니 더 이상은 참기 어려웠습니다.
봉하국밥을 2그릇 시키고 앉는데 왠걸 넉넉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국밥이 다 팔려서 새로 준비 하려면 20분은 걸린다는 것입니다. 잠시 안타까움을 삭이고 예약해 두고 식당 앞에 있는 노사모에서 준비한 노공 기념관을 둘러 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함께 간 사람이 아침을 먹지 않아서 시장하니 뭐라도 먹자고 하더군요. 그래 다시 식당으로 돌아가서 이러쿵 저러쿵 뭐라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다행히도 딱 2그릇 더 나오겠다고 하시더군요. ㅎㅎ 로또에 떨어졌다 아차상 걸린 기분이랄까요 ? 마지막 순번으로 먹게된 봉하 소고기 국밥은 한층 더 맛이 있더군요. 바로 요것입니다.
또한, 시장기에 곁들여 먹은 두부김치도 역시나 구수하고 맛이 좋았습니다.
국밥 먹는 식당 벽에는 소고기 등급 판정 확인서도 떡 하니 붙어 있었습니다.
서둘러 늦은 점심을 먹고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40분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오후 3시경에 나오실 예정이라고 하니
얼굴 뵈올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발걸음을 재촉하여 사저 앞으로 갔습니다. 사저 왼쪽 앞에는 생가가 있었는데 별달리 꾸민 것 없이 예전 모습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좀 꾸며 놓았으면 어떨까도 생각해 보았는데 노공님의 꾸밈없는 성격을 보는 듯해서 한편으론 이해가 되더군요. 방명록에 멋지게 이름 석자 남기고 이제 드디어 노공님 뵈올 순간만 기다립니다.
3시 10분 드디어 노공님이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순간 환호와 박수소리....이심전심 저절로 탄성과 박수가 나오더군요.
참석자들 중 이런 저런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말씀을 이어 나가십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 중 하나는
참민주주의와 지도자상에 대한 말씀으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될 수록 지도자와 일반 국민과의 거리가 가깝다는 것입니다. 즉, 지도자란 우리와는 다른 딴나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숨쉬고 행동하는 동행자로 해석해 봅니다.
더불어, 뒷부분에선 교육문제도 심도있게 거론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말씀은 교총에서 주관평가가 아닌, 점수제 즉, 총점제를 지지한다는 것으로 이는 학교에 학생을 맡기되 선생에게 학생을 맡길 수 없다는 불신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니 참으로 웃지못할 현실이란 것입니다. 대학 총장님들이 인성교육하자고 약속했던 것을 단 몇개월 만에 뒤짚더라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잘 대변하는 말씀이었습니다.
아쉬움이라면 좀 더 일찍 왔었더라면 사자봉에도 올라가 보고 연밭에도 가 보고 이리 저리 둘러 보면 좋았을 터인데 그리 하지 못했다는 게 마음에 여운으로 남습니다. 지금에야 안 사실입니다만 연밭에서 자원봉사하신 분들은 따로 기념촬영을 하셨더군요. 우리는 노공님과 기념촬영을 하지 못해 무척이나 아쉽고 안타깝고 허전합니다. 봉하마을 오는 길에서 옷가게 할인행사의 행운?으로 결국 목표했던 노공님과의 기념촬영을 못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니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이라는 소설이 문득 생각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눈 앞의 작은 이익을 쫒아 보다 근본적인 목적을 거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이 끝은 아닙니다. 얼마든지 기회는 있다고 생각하며 다음의 기회를 기약할 수 있으니 또한 행복하고 좋습니다.
노공님과의 짧은 만남?을 아쉬움으로 하고 미처 전해드리지 못했던 구룡포 과메기 세트를 경호원을 통해 전해드리고는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돌아 오는 길에 대학 동기 집에 들러 진영단감 한박스 선물하고 맛을 봤는데 역시나 당도가 높고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설렘과 기쁨, 행복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노공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노공님 처럼 바른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한 것과 다음에는 꼭 기념촬영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작은 희망을 품으면서 짧은 봉하마을 방문기를 접습니다.
참 그리고, 한마디 건의사항 있습니다. 어제 사저로 들어가는 도로와 화포천?의 경계석 사이가 뻥 뚫려있어서
어린이들이나 밤길을 걷는 분들에게는 좀 위험해 보이더군요. 안전사고가 없도록 보완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고맙습니다.
올릴 사진은 더 있는데...올리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