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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속의 은마(銀馬)는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왔더랬습니다...

예럼펫note 조회 1,817추천 142008.09.03

안정효의 소설에 나오는 은마(銀馬)는 전쟁과 기근, 폐허와 혼돈, 한마디로 도탄과 가치관의 혼란에 빠진 위기의 국가를 구원할 전설 속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IMF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 건강한 중산층의 공백이 생긴 양극화의 시대, 구시대와 신시대의 질서와 기득권이 다툼하던 공간, 무수한 말들이 들판에 지천으로 흩어져 있는 가운데 억센 고집으로 똘똘 뭉친 제주도 조랑말 하나가 홀연히 벌판의 끝에서 무리들의 속으로 걸어왔다. 아니 오래 전부터 거기 있었으나 그를 눈치채지 못했다. 사람들은 조랑말의 외모나 크기를 보고 별로 볼품도 없구 위용도 없다고 생각하며 그가 저 전설 속의 은마(銀馬)라는 사실을 재빨리 직시하지 못했다...

우리가  단군왕검 할아버지 이래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던 은마는 외모부터 쭉쭉빵빵하고 삐까번쩍하며 칼있쓰마로 위풍당당한 서구식 경주마가 아니었다. 그것은 풍찬바람에 단련된 억세게 고집센 제주도 조랑말이었다. 반만년 역사에 길이 빛나는 우리 민족의 시선은 근 100년도 않되어 모든 것을 서구식 도량형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사시가 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다가왔던 전설 속의 은마(銀馬)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보라!!! 인간존엄의 풀을 뜯고 자유의 바람을 마시며 한결같이 거친 들판을 억세게 달려온 그 전설 속의 은마는 이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다시금 자유의 벌판에 우뚝 서있다. 그러나 슬퍼하거나 한탄하지 말라. 그 은마는 시대의 정신으로 벌판에 홀로서서 머언 대륙의 중원을 바라보고 있다. 한 번 드러난 전설 속의 은마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은마를 타고 세상을 구원할 다음 세대의 진중하고도 날렵한 기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의 등에 업혀 세상의 대평원을 내달리며 동방에서부터 등불을 밝힐 참 지도자를 기다릴 것이다. 

지금, 우리 곁에 그 기수가 될, 감히 전설 속의 은마의 등을 타고 대륙의 중원을 호령할 참 지도자의 싻이 분명히 자라고 있다. 그는 어쩌면 금마(金馬)일지도 모른다. 그가 우리 곁에 함께 잠행하고 있음을 축복하라. 전설 속의 은마의 등에 앉은 그의 철학과 그의 신념이 아침 햇살처럼 드러나는 날 우리는 신화 속의 금마(金馬)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혼란하다하여도 꿈과 희망을 갖고 인내하며 서로 돕고 의지하며 샘물처럼 깨어있는 정신으로 그를 기다리자.

전설 속의 은마(銀馬)는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왔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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