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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기자가 쓰는 참회록 [펌]
*저는 KBS기자입니다. 지난 한해 사회팀에 근무하면서 숭례문화재, 촛불집회, 용산참사 등 역사적인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지금은 순환근무 원칙에 따라 서울에서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작은 도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최근 KBS의 보도행태에 분노하고, 그로인해 동료기자들이 겪는 아픔에 잠을 이룰 수 없어 글을 올립니다. 이 글은 아고라와 제가 가입한 모든 카페에 게시하겠습니다. 실명을 밝혀야 할지 고민했지만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일단 익명으로 글을 올립니다.*
#1.
2008년 여름 내내 촛불과 함께 밤을 보냈습니다. 제게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시민들이 KBS를 지키겠다며 본사 주변을 촛불의 띠로 둘렀던, 늦여름의 어느 밤이었습니다. 정말이지 눈물겨울 정도로 고마웠습니다. 그러나 촛불의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우리 기자들과 KBS식구들은 이명박 정부의 황당한 사장교체를 멀뚱멀뚱 쳐다만 봤습니다. 물론 일부 직원들의 거친 항의가 있었고 그 와중에 사내에 경찰이 진입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까지 일어났죠. 그러나 강력한 투쟁이 전개됐던 YTN과는 달리 KBS의 사장 교체는 순조로웠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2.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던 날 저녁. KBS 중계차는 봉하마을에서 사실상 추방됐습니다. 빈소 옆이 아닌 황소 옆에서 굴욕적인 중계방송을 할 수밖에 없었고 기자들 뿐 아니라 PD들까지 고초를 겪어야 했습니다. 조문객 수를 왜곡했던 그 기사는 저도 잘 아는 친구가 쓴 것이고, 그 친구를 봤을 때 전혀 악의는 없었을 것입니다. 단지 실수라고 한다면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아무튼 치명적인 실수였고 그 친구는 실수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쫓겨났죠. 이후 방송도 실수 연발이었습니다. 조문객을 관람객이라고 말한 그 기자 역시, 생방송에서 흔히 나올 수 있는 실수를 저질렀을 뿐이지만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실수니까 봐달라고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이런 실수 뒤에 더 황당한 방송이 이어집니다. 예능프로그램 방영 강행, 코미디 영화 방영, 9시 뉴스의 알 수 없는 편집과 형편없는 아이템들, 대체 이명박 대통령의 압력을 받은 건지 아니면 아예 방송 센스가 없는 건지...... 결국 영결식 생중계까지 망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위의 두 사건은 반년의 시차를 두고 벌어진 일이지만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KBS기자들은 첫 번째 일에 대한 벌을 두 번째 일을 치르며 아주 비참하게 받고 있습니다. 현장에선 취재진이 멱살을 잡히고 물세례를 받는 일이 벌어지고 중계차가 망가지고 카메라가 부서지고 있습니다. 상상만 해도 제 살이 잘려나가는 고통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렇게 쥐여터지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정권의 개가 되어가고 있다는 따끔한 질책입니다. ‘충성을 다하는 MB의 방송’. 누군가 이렇게 비꼬았을 때 저는 속으로 참 많이 울었습니다. 화가 나서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도대체 내가 뭘 할 수 있고 뭘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 괴로웠습니다. 저는 KBS가 이렇게 망가지는 데 일조했다는 혐의를 스스로에게 두고 먼저 국민 여러분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참담합니다. 슬프고 부끄럽습니다.
KBS 내부에서도 이미 이런 움직임이 있습니다. 기자협회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PD들도 일어나 사장에게 이 사태의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사내 게시판에는 연일 절망과 분노로 가득 찬 글들이 쏟아집니다. 정말 다행스럽지만, 한편 서글퍼집니다.
여러분. 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리고 KBS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과 노여움을 느끼는 이 기자 PD들은 대부분 젊은이들입니다. 최근 KBS의 변질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의 언론사에서 신나게 일만 하던, 때로는 좌파 빨갱이라는 욕을 먹어가면서도 꾸준히 스스로의 길을 걷던, 젊은 기자 PD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바로 여러분이 현장에서 마주치는 그 썩을 놈의 KBS 기자 PD들입니다. 대부분 2~6년차 기자. 바로 정연주 사장 재임시절 들어온 ‘정연주KIDS'.
어제 한 동료 기자와 통화를 했습니다. 다른 동료 기자가 물세례를 받고 회사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눈물이 흘렀습니다. 물세례를 받았다는 그 기자는 입사 후 첫 만남에서 당당하게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MB라고 밝혔던 그 친구입니다. “대통령 잘못 만나서 고생이 많다”. “이게 다 MB가 사장 교체하려고 할 때 그냥 놔뒀던 우리 죄야”. “그렇지......”.
여러분. 부끄러운 죄인이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현장의 젊은 기자들에게 여러분의 생각을 전해주시되 취재거부나 물리력은 삼가주십시오. 어느 분은 말합니다. 어차피 나가지도 않을 인터뷰 필요 없다고. 하지만 여러분이 모두 한 목소리로 KBS의 변질을 규탄하고 이명박 정부의 만행을 고발한다면 그 목소리는 KBS의 꼭대기까지 이를 것이고 흘러넘치는 분노가 전파를 타 이 땅 구석구석 퍼질 것입니다. 어떤 분은 현장의 민심을 이렇게라도 전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뛰는 젊은 기자들의 사기가 곧 KBS의 미래입니다. 여러분이 현장에서 만나는 기자들은 실상 여러분의 편입니다. 여러분이 취재에 협조하면서 강력한 비판을 해주셔야 이들이 더 강하게 회사 내부에서 투쟁을 펼 수 있습니다. 이들이 취재한 뒤 왜곡할까봐 걱정되신다는 분도 있습니다. 지난 12월 31일의 불행한 왜곡방송을 언급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차분하게 KBS뉴스를 다시 봐주세요. 젊은 기자들은 오늘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 피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시청자가 대통령보다 더 무섭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지금 KBS는 늪에 빠졌습니다. 기자들은 취재를 해서 방송 뉴스를 제작하는데, 취재가 안 되니 제작도 불가능합니다. 저는 이 상황을 ‘애정의 역설’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국민여러분들의 분노는 그간 KBS가 받아왔던 사랑에 비례한다고 믿기에,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의 크기만큼 질책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애정 어린 분노가 취재거부로 이어질 때, 역설적이게도 KBS는 이전의 모습을 점점 더 잃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촬영기자가 촬영할 수 없다면, 취재기자가 인터뷰를 받을 수 없다면 우리 뉴스의 질은 더 떨어지고, 그야말로 이 정부가 원하는 뉴스 외엔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믿어 주십시오. 우리 KBS 기자들은 정부의 눈치나 보는 그런 기자가 아닙니다. 국민이 낸 피 같은 수신료로 월급을 받는, 그래서 MBC나 SBS보다 적은 돈을 받지만 자부심 하나로 일하는 기자들입니다. 비록 이 기괴한 정권 아래서 사나운 꼴을 당했지만 KBS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아니라도 동료들이 있고 꿋꿋이 할 말을 해 온 선배들이 있습니다.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KBS사장을 포함한 수뇌부에게 경종을 울렸을 겁니다. 기자들 사이에선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는 게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많이 혼났습니다. 현장의 젊은 기자들은 벌써 알고 있었지만 사내 최고참 기자들도 이젠 무시할 수 없을만큼 처참하게 얻어터진 KBS를 봤습니다. 이젠 현장의 기자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주시고 불타는 민의를 그들이 자신 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독려해주십시오.
덧붙여, 여러분의 분노가 어느 곳을 향해야 하는지 제 생각을 올립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을 참 좋아합니다. 잘 한 일도 있고 못 한 일도 있지만 누가 뭐래도 좋아합니다. 왜냐구요? 그가 했던 이 한마디가 가슴에 남아서입니다.
“내가 청와대에 들어갈 때, 재임기간 동안 딱 두 사람 한테는 전화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한 사람은 검찰 총장이고 다른 한 사람은 KBS 사장입니다. 그런데 그 다짐이 지켜진 것 같아 좋네요.”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언론을 포기한 유일한(어쩌면 세계에서도) 대통령이 노무현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대통령을 다시는 갖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지난 참여정부 5년은 매우 특이한 시절이었습니다. 정연주 전 KBS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장을 준 이른바 낙하산 사장입니다. 지금 이병순 사장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장은 준 낙하산 사장이지요.(최초의 KBS출신 사장이라는 점이 이 사실을 감출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정 사장에게 무슨 영향력을 행사했다거나, 정 사장이 노 대통령을 두려워해 그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한다거나 하는 일이 없었습니다.(물론 보수층에선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지만, 최소한 정 사장과 당시 KBS 수뇌부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두려워하거나 눈치를 보는 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언론이 그랬죠)
그렇습니다. KBS의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특이한 대통령이 재임한 기간 동안, 그의 탁월한 민주적 신념으로 인해 잠시 덮여있었을 뿐입니다. 이명박이라는 너무도 20세기 적인 대통령이 등장했을 때, KBS사장에겐 다시 ‘대통령 이명박’이 주는 임명장을 기억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겁니다. 문제는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없는 구조에 있습니다. 대통령이 KBS사장을 임명하는 지금의 구조 아래선 KBS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만약 다음에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 해도 그들이 KBS독립을 허용할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아닐 것입니다. 어느 정권이든 KBS를 자신의 홍보도구를 만들고 싶겠죠.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은 특이한 대통령이었고 다시 갖기 힘든 대통령이란 겁니다. 지금 필요한 건 KBS의 독립이고 이를 실현시킬 방법은 대통령에게 KBS사장 임명권을 빼앗는 일입니다. 어떻게 빼앗아야 하는지, 그리고 누구에게 그 임명권을 줘야 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토론이 필요하겠죠.
KBS는 공영방송입니다. 저는 제가 공영방송 기자라는 데 무한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국민여러분이 내는 수신료는 거대 자본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국민여러분의 질책 혹은 지지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까지 성취할 수 있는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KBS가 정권의 방송이 아닌 국민의 방송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응원해주신다면 저의 발걸음은 한결 가볍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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